7년 만에 달리기 시작한 30억 거포의 비밀 "팀 내 달리기 꼴등"

박병호 '역전이야'. 연합뉴스
kt의 베테랑 거포 박병호가 홈런을 치고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호타준족의 면모를 뽐냈다.
 
박병호는 3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롯데와 홈 경기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을 수확했다. kt는 박병호의 맹타를 앞세워 롯데를 10 대 5로 완파했다.
 
경기 후 kt 이강철 감독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박병호가 베테랑답게 결정적인 홈런을 쳤다"면서 "안타 3개로 흔들리던 팀의 중심을 잡아줬다"고 칭찬했다.
 
0 대 2로 뒤진 3회말 황재균의 2타점 동점타가 터진 뒤 곧바로 박병호가 분위기를 가져오는 역전 투런포를 터뜨렸다. 박병호는 "장타를 많이 치는 것이 내 역할"이라며 "앞으로 더 자신 있게 타격을 해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잘 나가는 롯데 선발 찰리 반즈를 상대로 터뜨린 홈런이다. 반즈의 4구째 125km/h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박병호는 "저번에 만났을 때도 변화구 비율이 높았다"면서 "이번에도 변화구를 예측했는데 타이밍이 잘 맞아서 좋은 타구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경기 전 반즈는 다승(5승)과 평균자책점(0.65)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 후 다승 부문에서는 여전히 1위를 유지했지만 평균자책점은 1.42로 크게 오르며 3위로 추락했다.
 
kt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고척돔을 방문해 친정인 키움을 상대한 지난달 30일 이후 이틀 만에 터진 시즌 6호포다. 현재 홈런 1위인 롯데 한동희와 격차를 1개로 좁혔다.
 
하지만 박병호는 홈런왕 욕심보다 후배 한동희에 대한 칭찬이 먼저였다. 그는 "사실 홈런왕 욕심은 없다"면서 "오늘 한동희를 봤는데 정말 대단했다. 그저 감탄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호 선배랑 비슷한 것 같다. 강점이 많은 선수"라고 극찬했다.
 
박병호 '투런 홈런'. 연합뉴스
10년 만의 20홈런-20도루 클럽 재가입 욕심도 없는 듯 보였다. 넥센(키움의 전신) 소속이던 2012년 박병호는 31홈런 20도루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한 바 있다.
 
이날 7 대 5로 앞선 7회말 2사 1, 3루 신본기 타석에서 1루 주자였던 박병호는 2루를 훔쳤다. 지난달 21일 잠실 LG전에서 7년 만에 KBO리그에서 도루에 성공했던 그는 어느새 시즌 3번째 도루까지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국내로 복귀한 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박병호는 도루가 없었다. 그는 "키움에서는 앤드런 작전조차 한 번도 안 났다. 여긴 감독님 성향이 그렇다"면서 "벌써 도루가 3개째라고 동료들에게 놀림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20홈런-20도루 클럽 재가입 의사를 묻자 "그건 아닌 것 같다"면서 "사실 정말 뛰기 싫다. 우스갯소리로 몇 년간 도루도 없었단 말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뛰었다가) 파울이 돼서 1루 돌아오는데 헉헉거리면 안 좋은 모습일 테니 (사인이 나오면)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팀 내 달리기 등수에 대한 질문에 박병호는 "거의 꼴등"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내가 장성우보단 빠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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