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가계도' |
-한 후보자의 딸은? 한국쓰리엠(주) -한 후보자 딸의 이모는? 이모 교수 |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코미디'로 끝났다. 청문회가 끝난 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과 최강욱 의원이 실수로 질문한 것을 빗댄 각종 사진과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첨예하게 맞선 한 후보자였기에 청문회에서 민주당과 이 법안을 두고 한판승부를 벌일 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법무검찰 정책 질의는 온데 간데 없고 민주당의 '이모 타령'과 한 후보자 딸의 '스카이캐슬'급 입시 스펙 활동만이 남았다.
한 후보자의 딸이 '한국쓰리엠(주)'이 된 사연은 이렇다. 9일 한 후보자의 오후 청문회 현장. 최강욱 의원은 한 후보자 딸이 한 회사의 도움으로 노트북을 기증했는데, 확인해보니 그 물품을 지급 받았다는 보육원 기증자가 '한 아무개'로 나왔다면서 딸이 아니냐고 캐물었다. 이에 한 후보자는 "한ㅇㅇ은 한국쓰리엠 같다. 영리법인이라고 돼 있지 않나. 제 딸 이름이 영리법인일 수 없다"고 답했다. 실제 자료에도 '한ㅇㅇ' 옆에는 '영리법인'이라고 써있었다. 잠깐 자료만 봐도 '한ㅇㅇ'이 사람일 수 없는데 전 국민이 다 보는 청문회에서 '대형 실수'를 했다는 뒷말이 나왔다.
더 큰 웃음을 준 건 김남국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한 후보자에게 '점성이 높은 유산균'이 포함된 논문을 한 후보자 딸이 이모와 함께 썼다고 공격했다. 전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당황하는 한 후보자에게 김 의원은 올해 1월 26일 논문이라며 더욱 가열차게 압박했다. 한 후보자가 "챙겨보는 아빠가 아니라서, 이모랑 논문을 같이 썼다는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고 하자 김 의원은 "추후에 확인해보라"고 마무리 지었다. 순간 기자들도 "이모랑도 썼냐?"며 거듭 확인했다. 알고 보니 김 의원이 '한 후보자 딸의 이모'라고 언급한 사람은 '이모 교수'였다. 심지어 '이모 교수'는 한 후보자 딸과 논문의 공동 저자도 아니고, 한 후보자 조카 최모씨가 고교시절 작성한 논문에 교신저자로 나온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김 의원은 단순히 이모씨를 엄마 자매인 이모로 잘못 이해한 것 뿐 아니라 한 후보자의 조카 논문을 딸의 논문으로 착각하고 질의를 한 것이다.
같은 당 김종민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약간의 착오'라고 표현했지만, 그 정도로 단순히 치부할 문제는 아니다. 전 국민이 다 보고 있는 인사청문회 인사위원으로서 국민을 대신해 정확한 사안을 파악하고 질문할 사람들이 언론에 난 사안조차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장관 후보자를 깎아내리기만 했다고 볼 수 있는 빌미를 줬기 때문이다. 단지 최 의원과 김 의원의 역량 탓만 할 사안도 아니다. 최 의원의 경우 이른바 '검언유착'사건으로 불리는 '채널A사건'의 직접적 당사자이고, 김 의원도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옹호로 공천까지 받았던 인물이다. 조 전 장관을 수사한 한 후보자에 대한 사적 감정이 있을 수 있다. 이들을 굳이 인사청문회 위원으로 내보내야만 했었는지, 사실 확인보다 감정에 치우쳐 몰아붙이다 나온 실수는 아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의 헛발질로 다소 덜 부각됐지만 한 후보자 딸의 입시스펙 쌓기 활동은 일반인들이 보기엔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한 후보자 딸은 지난해 6개 논문을 작성해 4개 저널에 게재하고 2020~2021년 10개의 영어 전자책을 출판했다. 이 중 4쪽짜리 영문 논문 '국가 부채가 중요한가?'는 대필 작가 의혹이 제기됐다. 이같은 스펙 쌓기가 조카의 미국 대학 진학 과정과 판박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한 후보자는 논문이 아니며 입시로 활용할 계획이 없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입시로 활용할 계획이 아니면 왜 그렇게까지 다양한 논문 수준의 글을 이른바 '약탈적 저널(제대로 된 논문 검증 없이 돈을 지불하면 게재해주는 학술지)'에 실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지난달 카이스트 경영공학과 석사인 강태영씨와 미국 시카고대 사회학 박사 과정에 있는 강동현씨가 '논문을 쓰는 고등학생'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자, 2001년부터 20년간 국내 영재고·과학고·자사고 등 고교 213곳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이 참여한 해외 논문 558건을 전수 조사했다. 이 가운데 72건(12.9%)이 약탈적 학술지에 실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유형에 대해 △논문에 거의 기여하지 않았음에도 인맥을 활용해 부정하게 저자로 등재되는 사례, △입시 전략을 위해 의도적으로 약탈적 저널이나 공신력 낮은 학술지·학회에 발표한 사례"라면서 "전자는 명확한 비리 행위에 가까우나 후자의 경우 학계 관련 정보가 부족한 학생들이 입시 담당 교사 권유로 인해 특별한 문제 의식 없이 참여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 자녀의) 추천서(스펙) 품앗이는 (강남에서) 다들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