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개막하는 2022 아르코미술관 기획초대전 '올 어바웃 러브: 곽영준&장세진(사라 반 데어 헤이드)'를 위해 한국을 찾은 해외 입양아 출신 한국계 네덜란드인 작가 장세진(46)의 바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형 키네틱 사운드 설치 작품인 '어머니의 산신(山神) 기관'(2017)과 영상 작품 '브뤼셀, 2016'(2017)을 공개한다. '어머니의 산신 기관'은 해외 입양으로 자식을 잃은 한국인 어머니와 방글라데시인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해외 입양 이면의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적 관습을 드러내고 이에 저항한다.
18일 아르코미술관에서 만난 장세진 작가는 "두 어머니 모두 '스스로 아이 키울 능력이 없지 않느냐. 미국으로 입양 보내면 자녀와도 계속 연락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입양을 보냈지만 실제로는 달랐다고 한다. 입양된 나라는 네덜란드였고 자녀와도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장 작가는 "과거 식민지였거나 제국주의 전쟁에 희생됐던 국가의 아이들이 미국이나 유럽으로 입양되는 사례가 많다. 이 과정에서 서류 조작 등 비윤리적인 행위가 많이 이뤄졌다. 한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가 이런 행위에 가담했다. 한국에서 고아로 알려진 20만~30만 명의 해외 입양 사례 중 95%는 고아가 아니었다. 해외 입양이 복음을 전파한다는 명목으로 접근한 엔지오(NGO·비정부기구)의 돈벌이 수단으로 쓰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해외 입양이 시작됐고, 한국을 모델 삼아 과거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많은 국가가 지금 해외 입양의 공급처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은 굉장히 잘 사는 나라인데도 왜 스스로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고, 엄마들이 자녀들을 돌보게 도와주지 못할까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장 작가는 "유럽에서 유색인종이 겪는 인종화 현상을 말하고 싶었다. 유럽에서 나고 자랐어도 유색인종은 그 사회에서 안에서 타자 또는 이방인으로 취급받는다"며 "공동의 노력과 긴밀한 유대를 통해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9월 부산비엔날레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한국 미술관 전시는 해외 입양아 출신인 제가 한국 사회에서 환영받는 느낌을 받게 한다. 저랑 비슷한 환경의 다른 작가에게도 이런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성소수자이자 한국계 미국인 작가인 곽영준(38)은 젠더와 인종의 차이를 포옹하는 17개 작품(조각·영상·드로잉)을 공개한다. 전시는 7월 1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