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이미 경기침체(Stagnation)와 고물가(Inflation)가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5일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 진단과 정책방향'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 달 소비자물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4.8%를 기록했고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성장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선행지수인 순환변동치도 9개월 연속 하락하는 상황이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며 "전형적인 공급비용 상승충격이 유발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 공급 가격 상승이 비용충격으로 강하게 작용한데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확대된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이같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노동시장 경직성과 금리인상, 유동성 회수 등 긴축적 통화정책과 추경 등 재정지출 확대로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성 교수는 "미국은 코로나 전에도 비교적 경기가 좋았기 때문에 유동성이 회수되더라도 양호한 경기환경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면 한국은 최저임금 급등과 생산성 향상 없는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경기가 부진한 상태에서 코로나를 맞았다"고 차이를 짚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상봉 한성대 교수도 "우리 경제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거나 하반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지나친 공포심리를 경계하는 분석도 나왔다. 김현석 부산대 교수는 "금리인상은 미국과 한국의 통화당국이 자주 언급해왔기 때문에 시장충격이라기보다는 예견된 조치"라며 "대내적으로는 코로나로 인한 가계와 자영업자 부채에 대응하고 대외적으론 환율상승 여파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아직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단하기는 섣부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코로나 충격 회복 과정에서 불가피한 물가상승이 있지만 경기회복이 지속되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자산가격과 교역조건의 안정성을 확보해 급격한 가격조정의 부작용을 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