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 프롬프터에 보내는 현사…포르투갈 연극 '소프루'

연극 '소프루' 공연 장면. 국립극장 제공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차기 예술감독 티아구 호드리게스(45) 연출의 연극 '소프루'(Sopro)가 6월 17일부터 1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소프루'는 호드리게스의 대표작으로, 프롬프터(Prompter)의 존재에 빗대어 극장과 무대 위 수많은 삶, 나아가 잊혀 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프롬프터는 무대 뒤에서 배우에게 대사나 동작 등을 일러주는 역할을 한다.

포르투갈 도나 마리아 2세 국립극장(Teatro Nacional D. Maria II)이 제작해 2017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초연하며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았다. 초연 당시 "연극과 연극을 창조하는 이들에 대한 강렬한 헌사"(르 피가로) "솟아나는 생명력을 뽐내며 아름다움과 지성을 선보이는 뛰어난 공연"(르 몽드) 등의 극찬을 받았다.

소프루는 포르투갈어로 '숨·호흡'을 뜻한다. 작품은 제목 그대로 극장이라는 공간에 깃든 숨결에 귀를 기울인다. 도나 마리아 2세 국립극장에서 40년 넘게 프롬프터를 업으로 살아 온 크리스티나 비달이 직접 무대에 오른다.

프롬프터 박스나 무대 옆에서 나와 처음으로 관객에게 모습을 드러낸 크리스티나 비달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보낸 극장에서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작품은 크리스티나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몰리에르, 장 라신, 안톤 체호프 등 유럽 고전 희곡의 서사가 교차하며 허구와 실재, 연극과 현실이 경계를 허물고 서로 스며든다.

티아구 호드리게스 연출. 국립극장 제공
배우 출신인 티아구 호드리게스는 2003년 공동 창단한 극단 '문두 페르파이투'(Mundo Perfeito)의 작품이 세계무대에 초청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도나 마리아 2세 국립극장 예술감독을 지냈고 최근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의 차기 예술감독으로 선정돼 오는 9월부터 4년간 축제 프로그래밍을 총괄한다.

예술과 기억을 통해 사회적·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유럽의 인문주의적 전통에 경의를 표하는 티아구 호드리게스의 예술관은 '소프루'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크리스티나 비달의 초상을 통해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점차 잊혀 가는 존재와 오랜 문화유산을 기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호드리게스는 "크리스티나의 이야기를 통해 극장의 가려진 곳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며 "지금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누구나 목소리를 내고 '나'에 대해 말하는 시대지만 그 속에서도 '나'만을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들, 드러나지 않은 채 타인을 위해 일하며 행복과 의미를 찾는 이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6월 18일 공연 종료 후에는 크리스티나 비달 등 출연 배우가 무대에 올라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진다.
국립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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