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6‧1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영남정당'이라는 오랜 꼬리표를 떼고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수도권 등 지도부가 총출동해 화력을 쏟아 부은 곳의 상당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이번 기회를 꼭 잡아야 하는 열세지역이기도 하다.
김포공항이 부른 나비효과?…국민의힘 "수도권‧충청 받고, 더블로 제주까지"
국민의힘 지도부는 경합지이면서 새롭게 탈환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충청과 수도권에 연일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30일 대전‧세종에 이어 경기 지역을 공략했고, 권성동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역시 일찌감치 대전과 충북을 거쳐 경기로 향했다. 선거 하루 전인 31일 지도부 일정 역시 경기와 충청 등 격전지를 중심으로 짜였다.
국민의힘은 특히 인천계양을 보궐선거에 나선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고리 삼아, 여기에 반발하는 지역 심리를 광범위한 '반대 벨트'로 묶으려 하고 있다. 김포공항 이전 논란이 수도권은 물론 부산, 제주 등 다른 지역의 표심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허향진 제주지사 후보, 부상일 제주을 후보는 30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 단 한 명의 방탄복귀를 위해 계양구민, 서울시민, 제주도민, 경기도민을 볼모로 잡고 있다"며 비판을 퍼부었다. 김 후보는 더 나아가 포화 상태인 김포공항의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며 '경기남부 국제공항 신설' 카드까지 내걸었고, 여기에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까지 가세해 "김포공항이 없어지면 부산도 직격탄을 맞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국정당'의 진용이 필요한 시점"
이같은 국민의힘의 '산토끼' 공략 행보엔 탄핵 전후 지지부진했던 '전국정당화'가 가능하다는 기대가 깔려있다. 집권 여당으로서 정책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집토끼만으로는 부족하며, 향후 당의 확장성을 위해 이번 선거에서 영남을 벗어난 지역에서의 승리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당내 한 초선의원은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당은 전국정당으로 나아가려는 시도에서 줄곧 실패해왔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2017년 대통령 탄핵 사건 이후로도 당내 주요 인사들이 태극기 세력으로 불리는 극우와의 결별을 이뤄내지 못했다. 막말 등 관련 논란을 방기하면서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 등에서 참패를 이어갔다. 최근 이준석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이른바 '서진정책'으로 불리는 친호남 행보에 적극 나서고, 선거 직전까지 수도권 표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탄핵 이후 줄곧 실패해온 산토끼 포섭, 나아가 중도층 저변 확대를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지역구는 다음 총선에서 유리하기 마련인데, 이번 선거로 수도권이나 충청권같은 이른바 '험지'에서 실력을 키운 인사들이 원내에 진입한다면 당내 분위기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이번 선거 격전지에서의 승리는 우리 당의 지속적인 저변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지방권력이 교체되지 않는다면 5년 만에 교체된 중앙권력 역시 허수아비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선거로 수도권과 충청권 등에도 새 정부의 새로운 정책과 비전이 무리 없이 추진되는 여건을 마련할 것"이라고 새 정부 국정추진 동력 여부에도 이번 선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