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이렇게 로맨틱해도 되나요?…뮤지컬 '아이다'

신시컴퍼니 제공
콩닥콩닥.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완전하게 마친 2019~2020 시즌 이후 기적처럼 돌아온 뮤지컬 '아이다'. 공연장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1~3층을 가득 메운 관객은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에 푹 빠진 듯 했다. 이들의 감정선에 따라 설레는 마음과 가슴 졸임을 오갔다. 지난 5월 유튜브를 통한 연습실 공개에서 주연 배우들이 "이전 시즌보다 로맨틱해졌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이다'는 디즈니 씨어트리컬 프로덕션이 처음으로 성인 관객을 겨냥해 만든 뮤지컬이다. 2000년 3월 브로드웨이 팰리스 극장에서 초연했고 그해 토니상 4개 부문(작곡상·무대디자인상·조명디자인상·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국내에서는 2005년 초연 후 5번의 시즌 동안 856회 공연하며 관객 92만 명을 모았다. 현재 버전으로 공연하는 건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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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로 끌려온 누비아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무대를 수놓는다. 라이브로 보여주는 절절한 사랑 연기는 무대에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몰입도가 높았다.

여기에 '아이다'와 '암네리스'의 성장담이 곁들여져 극의 짜임새가 더욱 촘촘해졌다. 적국의 노예가 돼 수용소에 갇힌 '아이다'가 누비아인을 이끄는 지도자로 우뚝 서는 모습과 철부지 공주였던 '암네리스'가 피의 전쟁을 끝내는, 강단 있는 공주로 거듭나는 모습은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음악은 '아이다'의 핵심적인 요소다. 뮤지컬 '라이온 킹'에서 증명했듯 엘튼 존과 팀 라이스 콤비가 만든 음악은 톡톡 튀면서 세련됐다. 장면 내용과 분위기에 따라 록, 가스펠,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데, 인위적이지 않고 서사에 스며든다. 콧노래와 어깨 들썩임을 유발한다. 시간이 흘러 '아이다'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음악이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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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천연색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무대와 화려한 의상은 또다른 볼거리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무대는 흰색, 파란색, 빨간색 빛깔로 뒤덮이는데, 총칼로 인접 국가를 집어삼켰던 고대 이집트 왕국의 위세와 영토 전쟁에 가려진 국민들의 희생을 동시에 보여주는 듯해 가슴 한 켠이 아리다. 극중 18번 바꾸는 '암네리스'의 드레스와 가발을 비롯 800여 벌의 의상과 60여 개의 통가발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절절한 사랑 이야기에 숨결을 불어 넣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아이다' 역은 윤공주, 전나영, 김수하가, '라다메스' 장군 역은 김우형, 최재림이, '암네리스' 역은 아이비, 민경아가 캐스팅됐다. 이중 김수하와 민경아는 오디션을 통해 새로 합류했다.

'포미니츠', '하데스타운' 등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김수하는 유려한 음색과 섬세한 연기로 '아이다'를 십분 소화했다. 최재림은 기존의 코믹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진중한 로맨틱 가이로 거듭났다. 아이비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폭소를 유발하는 등 객석을 휘어잡았다.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앙상블상을 수상한 앙상블의 역동적인 칼군무도 눈 여겨볼 부분이다. 공연은 8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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