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5시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BIFF×GENESIS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오픈토크 '양조위의 화양연화'에는 배우 양조위가 자신의 연기 인생에 관해 들려줬다. 이 자리에는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함께해 양조위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양조위의 오랜 팬이라는 이동진 평론가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하자 특유의 그윽한 눈빛과 미소를 품은 얼굴로 이 평론가를 바라보며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현장을 찾지 못한 팬들을 위해 양조위가 이동진 평론가와 나눈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본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로 젊은 팬 증가…"꿈 이뤄서 기쁘다"
이동진 영화평론가(이하 이동진) : 많은 팬을 만난 감회에 관해 이야기를 듣고 싶다.
양조위 : 한국 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사실 한국에 오고 싶었는데 마땅한 핑계가 없어서 못 왔다. 이번에 와서 얼굴 보고 인사드릴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최대한 빨리 새로운 작품, 좋은 작품으로 다시 오겠다.
이동진 :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로 젊은 팬이 늘어났다.
양조위 : 기분이 너무 좋다. 배우라면 다양한 연령대 팬에게 작품을 보여주고 팬에게 응원을 받고 살아가는 게 꿈일텐데, 그 꿈을 이룰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이동진 :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중요한 게 샹치 아버지 쑤 웬우의 러브 스토리다. 40년을 깊고 풍부한 감정으로 연기하면서 액션 연기에조차 감정을 담아 연기했다.
양조위 : 동작을 통해 캐릭터 감정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샹치'는 남자 주인공 캐릭터가 여자 주인공의 매력에 빠진다는 스토리가 있기에 어떻게 액션 신을 통해서 여자 주인공의 매력을 느끼는지, 감정도 동작에 스며들게 표현했다. 그리고 남녀 사이 스킨십하는 이상한 기류가 흐르는 것도 액션을 통해 표현했다.
이동진 : 오픈토크에 온다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니 어떤 분이 양조위 배우를 만나서 눈 마주치는 걸 절대 조심해라, 양조위 눈빛에서 길을 잃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한사코 눈빛을 피하며 말하고 있다. (양조위가 바라보자) 어후~ 왜 떨리죠? 마이클 케인이 배우는 눈을 파는 직업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그리고 작품에서 본인의 눈빛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가?
양조위 : 눈은 한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보디랭귀지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속일 수 있어도 눈으로는 그걸 숨길 수 없다. 난 스스로 표현을 잘 못하는 성격이고 언어로도 표현을 잘 못하고 감정도 잘 표현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연기할 때 눈을 통해 더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
그리고 난 내 작품을 잘 못 본다. 보면 늘 더 잘할 수 있었을텐데 생각하기 때문이다. 눈을 통해 한 사람의 영혼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마주 보면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동진 : 양조위는 아침에 샤워하고 나서 거울 봤을 때 본인 눈빛을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하다. 이야기가 점점 이상해진다.(웃음)
양조위 : 난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거울을 보면 '아, 더럽다' 이런 생각부터 난다. 머리도 지저분하고 눈도 덜 뜬 모습이지 않을까.
"다양한 감독과 일했기에 '오늘의 양조위'가 있다"
이동진 : 한국에서 양조위라는 배우를 좋아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중경삼림'이다. 한국에서 개봉 당시 거대한 열풍이 있었다. 영화에서 비누와 수건을 향해 말하는 대사가 있는데, 이러한 대사가 가능한 건 전 세계에서 양조위 한 명뿐이지 않나 생각한다. 본인의 입에 맞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 대사를 만나면 어떤 태도를 취하나?
양조위 : 대사가 내 캐릭터와 약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렇게 많진 않았다. 오글거린다 싶으면 최대한 이 대사를 내 걸로 만들어서 덜 오글거리게 연기했다. 아니면 조금 수줍은 표현으로 바꿔서 말하거나 작은 소리로 말하거나 그런 방법이 있을 거 같다.
이동진 : '중경삼림' 속 대사를 했을 당시 느낌은 어땠나?
양조위 : 근데 난 밝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었다. 친구도 많은 편이 아니어서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면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며 혼잣말을 많이 했다. 오히려 '중경삼림' 속 캐릭터를 보면 내 어린 시절과 비슷한 면이 있었고, 그래서 비누나 수건을 보고 말하는 게 나한텐 그렇게 어색한 일은 아니었다.
이동진 : 여태까지 오우삼, 리안, 장이모우, 허우 샤오시엔 등 수많은 중화권의 감독이 양조위와 협업하고 싶어 했고 이를 통해 수많은 걸작이 탄생했다. '비정성시'의 경우 홍콩 배우인 양조위를 캐스팅하기 위해 감독이 대만어로 된 대사를 없앴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정도까지 감독들이 같이 함께하고 싶다는 태도를 보이게 되면 배우 입장에서 어떤 생각이 드나?
양조위 :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배우로서 운이 좋은 편이었던 거 같다. 다양한 감독과 일하면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것을 배움으로서 오늘의 양조위가 있지 않나 싶다.
이동진 : '비정성시'에 출연했던 경험을 지금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양조위 : 그때 당시 연예계 인생에서 첫 작품이나 마찬가지였기에 특히 더 많은 걸 배웠다. 그때 당시 대만에 갔는데, 대만어도 잘 알아듣지도 못하고 말할 줄도 모르니까 촬영 시간 외에는 방에 있었다. 그때 감독님이 책을 정말 많이 갖다주셨다.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대만 역사와 관련된 책도 갖다주고, 일본과 미국 문학 소설도 많이 읽었다. 매번 다른 감독님과 일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정말 좋은 경험을 많이 쌓았다.
그리고 리안 감독님은 내게 캐릭터를 어떻게 연구할 수 있을지 정말 많이 가르쳐주셨다. 당시 레퍼런스도 많이 제공하고, '색, 계' 속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1940년대 역사책도 많이 갖다 주셨다. 미술관에 가서 이 그림을 한 번 봐라, 보면서 네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상상해보라고 말씀해주시기도 했다. 음악도 많이 추천하고 보디랭귀지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가르쳐주셨다. 매번 다른 감독님과 배우는 게 정말 많았다.
그리고 왕가위 감독님은 정말 나의 연기 생명에서 가장 중요한 감독님이었던 거 같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