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윤하 '사건의 지평선', 더 널리 퍼지게 한 사람들

올해 3월 30일 발매한 곡 '사건의 지평선'으로 발매 222일 만에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일간 차트 1위를 기록한 가수 윤하. 윤하 공식 페이스북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 새로운 역주행 바람을 일으켰다. 윤하는 올해 3월 30일 발매된 정규 6집 리패키지 '엔드 띠어리 : 파이널 에디션'(END THEORY : Final Edition)의 타이틀곡 '사건의 지평선'을, 올봄부터 꾸준히 불렀다. 대학 축제 단골손님인 그는 '신곡'인 이 노래로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으며, 점차 입소문이 생겨났다.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형식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가사. 도입부 기타 소리 등 귀 기울여 들을 만한 포인트를 가진 곡의 힘. 마음 편히 들을 수 있는 시원하고 깔끔한 라이브 등 여러 요소가 층층이 겹쳐 '사건의 지평선'은 다시 조명되는 기회를 얻었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온라인상에 올라온 영상이다. 각종 축제와 행사 현장을 담은 실황은 물론, 네티즌들의 반응을 한데 모은 댓글 모음 영상, '사건의 지평선'으로 윤하에게 관심을 두게 된 이들을 위한 '입덕'(팬이 되는 것) 영업 영상, 테마별로 윤하의 곡을 모은 다채로운 플레이리스트까지.

공들여 앨범을 만들고 부지런히 관객을 찾은 윤하의 노력과 팬들이 공들여 촬영하고 제작한 영상은 시너지를 일으켰다. CBS노컷뉴스는 윤하의 팬튜브(팬이 만든 유튜브 영상)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3인을 서면 인터뷰했다. 각종 공연 실황을 주로 올리는 씨게이트, 댓글 모음 영상과 플레이리스트 등을 제작하는 윤토피아, 윤하와 그의 곡을 소재로 쇼츠를 만드는 청순향아를 서면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 '사건의 지평선'의 역주행은 여러 가지 긍정적인 요소가 합쳐진 결과로 보이는데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씨게이트 : 가장 결정적이라고 하면 윤하님의 행사, 공연 스케줄이 가장 컸지 않았나 싶습니다. 곡이 발매된 3월에는 아직 '거리 두기'가 조금 있었던 때라 무대가 거의 없었어요. 점차 '거리 두기'도 완화되고 행사도 많아지면서 현장 관객분들이 듣고서 많이 찾아준 게 크지 않나 싶습니다.

윤토피아 : 가수 본인이 직접 열심히 노래를 부르러 여기저기 다닌 게 제일 큰 것 같아요. 거기에 씨게이트님의 직캠이 알고리즘을 탄 것도 한몫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노래라는 게 아무리 좋아도, 가수가 여기저기 열심히 다녀도, 사람들이 다시 찾아서 듣게 되지 않으면, 결국 위로 올라갈 수 없는 구조라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다시 찾아 듣게끔 계속 노래했던 가수 본인이 가장 결정적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순향아 : 일단 수많은 대학 축제들을 다니면서 입소문이 나고, 청춘페스티벌 사평선 직캠이 알고리즘을 타기 시작한 게 많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축제를 미친 듯이 다녔던 9월에 일간 순위가 계속계속 올랐거든요! 또 저는 커뮤니티 '더쿠'에 올라온 글도 정말 역주행에 큰 힘을 실어줬다고 생각했어요. 이 글이 여러 커뮤니티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역주행에 가속도가 붙었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역주행의 가장 결정적이고 근본적인 이유는 "노래가 좋아서"라고 생각합니다. 초기 일본 감성이 느껴지는 곡이어서 그런지 (잠시 떠났던) 기존의 팬분들도 잡을 수 있었고, 곱씹을수록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가사와 멜로디 덕분에 신규 고객(신생 팬)님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 같거든요. 노래 길이가 점점 짧아지는 추세 속에서 5분 길이의 곡이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노래가 좋아서"이지 않을까요?

씨게이트의 유튜브 영상 캡처
2. 윤하씨는 '사건의 지평선'으로 수많은 축제와 행사 무대에 올랐고 라이브 클립도 선보였습니다. 이런 점이 이번 역주행에 기여했다고 보나요?


씨게이트 : 축제와 행사 영상을 올리고 올리면서 조회수가 달라지는 걸 보고 역주행에 도움이 되긴 한 것 같습니다. 대학 축제의 경우 유튜브에서 분석을 봤을 때 그 대학의 학생들이 현장에서 공연을 보고 나서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 영상을 많이 찾아봐 주시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시너지가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윤토피아 : 네. 당연하죠. 윤하님 SNS에 스케줄표가 있는데 그것만 봐도 수많은 곳에 가서 노래를 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가수 본인이 노래를 잘 만들고, 잘 부르고, 열심히 한 게 이번 역주행에 제일 크게 기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순향아 : 매우요! 제 유튜브에도 "제가 다니는 대학교에 오셔서 처음 뵀는데 노래도 잘하시고 멘트도 잘하셔서 팬 됐어요" "페스티벌에서 처음 봤는데 그 이후로 노래 찾아 듣고 있어요" 같은 댓글들이 많이 달리거든요.

3. 요즘은 쇼츠, 릴스 등 짧고 직관적인 영상이 선호되는 추세이고, 이른바 '공식 영상'만큼이나 팬들이 정성을 다해 만든 영상이 더 널리 사랑받기도 합니다. 윤하씨의 '사건의 지평선' 영상도 그런 케이스로 보이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건의 지평선' 역주행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본인이 영상을 올렸을 때 '사건의 지평선'이나 윤하씨를 향한 반응이 좀 오는구나 싶었던 순간을 알려주셔도 됩니다.

씨게이트 : 말씀하신 쇼츠 같은 짧은 영상들이 선호되는 세상인데, '사건의 지평선'의 경우 5분이 넘는 곡인데 직캠을 봐주시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노래가 좋으면 팬이 아니라도 이렇게 다들 들어주시는구나 느끼게 됐습니다. 반응이 좀 오는구나 싶었던 순간은 코로나 '거리 두기'가 점차 완화되면서 봄 시즌에 대학 축제를 두 곳(공주교육대학교·고려대학교)에서 무대가 있었는데 그때도 조회수가 제일 높은 노래는 '사건의 지평선'이었어요. 그래서 그때도 좀 '아, 이 노래가 팬이 아닌 사람들한테도 먹히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윤토피아 : 요즘은 솔로 가수가 역주행이건 아니건 1위를 하는 게 진짜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냥 신기하기도 하지만, 가수가 윤하니깐요. 언제든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제 채널에 올린 게 영상을 지웠다가 수정해서 다시 올린 건데, 처음 영상을 제작해서 올렸을 때는 조회수나 댓글로 봤을 때는 반응이 그렇게 오진 않았어요. 유튜브 채널 씨게이트님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윤하님의 영상도 많아지면서 다시 재업로드를 하니까 반응이 확확 오더라고요. 그때 든 생각이 이번 노래는 진짜 높이 올라갈 것 같다는 거였어요.

윤토피아의 유튜브 영상 캡처
청순향아 : 어떤 분께서 청춘페스티벌 '사건의 지평선' 라이브 클립 쇼츠에 "꼭 이 곡이 역주행했으면 좋겠다"라고 8월 초에 댓글을 남겨주신 적이 있어요. 그때는 '사평선'이 역주행했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는 했지만, 솔직히 그게 현실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거든요. 그런데 그 이후로 그 영상 조회수가 오르기 시작하고, 노래가 너무 좋다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고,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멜론 일간 순위를 매일 확인해보는데 정말로 조금씩 순위가 오르는 거예요…? 그때 불가능할 것만 같아 보였던 역주행이 '이거 잘하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사건의 지평선' 역주행을 누구보다 반긴 것이 당사자인 윤하씨와 팬들 '홀릭스'(윤하 공식 팬덤)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과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씨게이트 : 저는 대학 축제나 행사에 갔을 때 윤하님이 무대 할 때 먼저 관객석에서 '사건의 지평선'을 외친다거나, 아니면 이 노래를 부른다고 했을 때 관객 호응을 보고 기뻤습니다. 나름대로 좀 오래 윤하님 공연을 다녔는데 현장에 갔을 때 좀 예전 히트곡을 찾는 관객분들이라거나 아니면 윤하님도, 진지하게는 아니겠지만 자신의 최신 노래를 가창한 뒤 '모르는 노래가 끝나고 이제 아는 히트곡들을 부를 거다' 같은 멘트를 할 때가 있어서 팬의 마음으로 참 슬펐던 부분이 있었어요. 이젠 역주행으로 '사건의 지평선' 외에도 다른 6집 노래들도 음원 차트에 조금씩 보이며 더 이상 예전 히트곡만 찾지 않는 것 같아 그게 제일 좋습니다.

윤토피아 : '사건의 지평선'이 담긴 6집 리패키지 앨범이 나왔을 때랑 노래가 길에서 여기저기 들리기 시작하고 타 유튜브 크리에이터분들이 이 노래에 대해서 영상 제작을 하기 시작했을 때가 제일 기분 좋았던 것 같아요.

청순향아 : 아웃풋 면에서 보자면 아무래도 국내 음원 차트(멜론·지니·벅스·플로)를 올킬(전부 1위)했을 때 가장 기뻤어요. 막강한 아이돌이 포진한 음원 시장에서 오직 음악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1위까지 올라갔던 게 너무 감격스러웠거든요. 음원 차트 소식을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전달할 때마다 "팬이 아님에도 이번 역주행이 너무 뿌듯하다" "다른 팬덤이지만 이번 곡이 너무 좋아서 드디어 빛을 보는 게 내가 다 기쁘다"라는 댓글들이 많이 달렸어요. 심지어 2위인 아이들 팬분들(네버랜드)께서도 축하 댓글을 달아주시더라고요!! 그런 댓글들을 볼 때마다 '윤하 언니가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구나'가 보여서 제가 다 기뻤습니다.

또 수많은 대학 축제들과 페스티벌을 저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보러 다녔거든요. (웃음) 그때 정말 하루하루가 다르게 "'사건의 지평선'을 부른다"라고 했을 때 환호성이 커지는 게 느껴졌어요. 이때는 '사건의 지평선이 정말 큰 사랑을 받고 있구나'를 몸소! 체감해서 기뻤던 순간입니다.

청순향아의 유튜브 영상 캡처
5. 이번 역주행이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씨게이트 : 윤하님이 '모든 것엔 시차가 있다, 지금 노력한것이 당장 빛을 발하지 못하더라도 시차가 조금씩 있기 때문에 언젠가 발하는 그날까지 그날 그날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라는 말을 했는데, 이 말이 참 와닿아서 (여기에 관한) 답변이 될 것 같습니다!

윤토피아 : 결국 윤하님이 추구하는 음악을 하는 게 답이구나 싶어요. 팬들도 결국 윤하님을 믿었어서 오랜 시간 응원해 온 것이니까요. 지금 이게 얼떨떨하지만 홀릭스 입장에선 당연하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 전성기는 결국 가장 윤하다운 모습으로 일궈냈다는 의미로 남을 것 같습니다.

청순향아 : 뭐든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하면 '사건의 지평선' 역주행처럼 반짝 빛을 내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게 될 것 같아요. 또 이번 역주행은 윤하언니의 대표곡이 이제는 '사건의 지평선'으로 바뀌는 특별한 순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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