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축구에서 세리머니는 특별합니다. 바로 골의 기쁨을 표현하는 도구니까요.
아프리카 선수들처럼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하고, 스스로를 부각시키기도 합니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호우 세리머니' 같은 선수 개인 시그니처 세리머니도 있지만, 순간순간 메시지를 담은 세리머니도 종종 등장합니다. 일본 팬 앞에서 펼쳐진 박지성의 '산책 세리머니'가 대표적이겠네요.
래시퍼드처럼 사연이 담긴 세리머니도 자주 펼쳐집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 역시 하늘에 계신 할머니에게 골을 바친다는 의미의 세리머니를 합니다. 1994 미국월드컵에서 갓 태어난 아들을 위한 브라질 베베토의 요람 세리머니는 기쁜 사연을 담았죠. 이 세리머니는 아빠가 된 선수들의 단골 세리머니가 됐습니다.
물론 모든 세리머니가 허용되지는 않습니다. 상의를 탈의하면 경고가 주어집니다. 순간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상의를 벗기도 하지만, 상의를 벗고 언더셔츠에 적힌 메시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다만 정치적, 상업적 메시지는 추후 징계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잉글랜드와 이란의 B조 1차전. 잉글랜드 잭 그릴리시(맨체스터 시티)가 후반 45분 골을 터뜨린 뒤 양팔을 쭉 펴고 어깨를 흔들었습니다. 평소 보지 못했던 그릴리시의 세리머니였는데요. 월드컵을 앞두고 만난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11세 소년이 부탁한 세리머니였습니다. 그릴리시는 경기 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핀레이, 너를 위한 거야"라고 말하며 감동을 줬습니다.
스페인 페란 토레스는 여자친구를 위한 세리머니를 준비했습니다. 코스타리카와 E조 1차전에서 두 손으로 알파벳 'S' 모양을 만드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는데요. 관중석에 앉은 여자친구 시라 마르티네스를 의미하는 세리머니였습니다. 참고로 토레스의 여자친구는 스페인 사령탑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딸입니다.
폴란드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FC바르셀로나)는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골을 넣고 평소처럼 잔디에 미끄러졌습니다. 다만 월드컵 첫 골의 감격 때문인지 한참 동안 잔디에 얼굴을 묻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월드컵 골을 기다렸다는 의미겠죠.
골 세리머니는 아니지만, 세네갈은 16강 진출 확정 후 단체로 2년 전 세상을 떠난 세네갈 축구 영웅 파프 부바 디오프를 추모하기도 했습니다. 관중들로부터 받아든 현수막에는 디오프의 얼굴과 함께 '진정한 사자는 죽지 않는다'라는 추모글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물론 모두 세리머니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위스 브릴 엠볼로의 경우 카메룬과 G조 1차전 결승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습니다. 엠볼로가 태어난 곳이 카메룬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직 한국의 월드컵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16강 진출 가능성은 남았습니다. 이미 가나전에서 보여준 조규성(전북 현대)의 시그니처 세리머니(검지와 중지를 교차시켜 하트를 만드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찰칵' 세리머니 등 다양한 세리머니를 더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