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는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까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4일) 처음 1막 처음부터 끝까지 런 스루(예행연습)를 했다. 밀려오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하고 재밌게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김지우는 "쇼적인 부분도 화려하지만 드라마적 부분도 강한 작품이다. 관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물랑루즈'는 니콜 키드먼·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동명 뮤지컬 영화(2001)를 무대로 옮겼다.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후 2021년 제74회 토니상에서 최우수 뮤지컬상과 연출상 등 10개 부문을 휩쓴 최신 흥행작이다. 호주, 영국, 독일에서 공연했고, 아시아에서는 이번에 첫선을 보인다.
아이비는 "20살 때 극장에서 봤던 '물랑루즈'는 인생영화다. 수백 번 고민한 끝에 오디션을 봤지만 합격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기적이다"라고 했다. 김지우는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물랑루즈'를 본 후 국내에서 공연하면 무조건 오디션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전체 배우 중 지원서를 1번으로 냈을 정도로 간절했다"며 "청심환 먹고 오디션을 본 건 처음이었다. 합격 소식을 듣고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김지우는 "영화에서 사틴(니콜 키드먼)은 아름답고 강렬했다. 다만 뮤지컬에서 사틴은 재정난에 빠진 클럽 물랑루즈를 살리고 가족을 지키려는, 강인한 모습이 조금 더 부각된다"고 했다. 아이비는 "공연에서는 사틴과 크리스티안, 몬로스 공작의 삼각관계가 더욱 두드러진다"고 했다.
아이비는 '물랑루즈'에 대해 "육체적으로 힘든 작품"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테크 리허설이지만 분장, 의상, 가발을 본공연 때랑 똑같이 착용하다보니 매일 12시간씩(오전 10시 30분~밤 10시) 연습해요. 2막은 연극적 요소가 강해 사틴이 극을 끌고 나가야 하니까 집중력도 많이 요구되죠." 김지우는 "사틴의 의상 16벌이 전부 꽉 조이는 코르셋이다 보니 연습 끝나면 골반 뼈에 멍이 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물랑루즈'는 원작의 명곡과 마돈나, 비욘세, 아델, 리한나 등이 부른 히트 팝 70여 곡을 '매시업'(mash-up·여러 곡에서 일부 소절을 따온 후 하나로 엮어 넘버를 완성)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1막 피날레 넘버인 '엘리펀트 러브 메들리'는 총 20곡을 엮어 만들기도 했다.
'팝송을 한국어 가사로 번역하면 관객에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겠느냐'고 묻자 아이비는 "호주에서 '물랑루즈' 공연을 봤을 때 첫 소절부터 빵빵 터졌던 현지 관객만큼은 아니라도 워낙 잘 만들어진 공연이라 괜찮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지우는 음악 수퍼바이저 저스틴 르빈의 말을 빌려 "모르는 노래라도 극의 흐름에 맞게 들어간 노래를 즐기면 된다"고 말했다.
아이비와 김지우가 같은 작품에서 같은 배역을 동시에 맡은 건 2018년 록시 하트('시카고') 이후 4년 만이다. 아이비가 김지우에 대해 "한국의 니콜 키드먼"이라고 하자 김지우는 "(아이비) 언니는 팝송과 가요를 모두 잘 부른다. 워낙 오픈마인드이다 보니 편안하고 든든하다"고 화답했다.
크리스티안 역에 더블 캐스팅된 홍광호와 이충주에 대해서는 "두 배우 모두 아이같이 해맑은 면이 많다" (김지우), "댄스뮤지컬 배우로 변신한 홍광호를 기대해도 좋다. 이충주는 여성 팬이 많이 생길 것 같다(아이비)"고 말했다.
한국 프로덕션은 브로드웨이, 호주, 독일 공연에서 장점만 취한 하이브리드 공연이다. "직관하시면 '이것이 자본주의 뮤지컬이구나'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라이선스 뮤지컬을 많이 해봤지만 이렇게 조명을 많이 쓰는 작품은 처음 해봤어요. 화려하고 예쁩니다."(아이비) "1막과 2막 오프닝부터 찢어버립니다."(김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