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매에서는 한국 최초의 추상미술그룹 '신사실파' 주역인 김환기와 유영국, 장욱진의 작품을 눈여겨 볼 만하다. 신사실파는 광복 이후 1947년 결성돼 한국 화단에 '신사실'(마음으로 느낀 대로 표현하는 것이 새로운 사실)이라는 담론을 형성했다. 이 시기 유영국은 순수 추상, 김환기는 반추상 작품을 선보였고, 이후 이중섭과 장욱진이 합류하면서 '신사실'의 범주가 확장됐다.
김환기 '새와 달'(1958)은 파리 시기 그의 작품 특징이 잘 녹아 있는 수작이다. 이 시기 김환기는 '한국적인 것만이 세계적인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항아리, 매화, 사슴, 새, 산월처럼 한국의 전통과 정서를 담은 자연과 기물을 단순화해 그렸다.
'새와 달'은 파른 하늘을 표현하는 바탕색에 달로 보이는 둥그런 형태가 화면 중앙을 차지하고 있고, 화면을 가르는 두 마리 새가 힘차게 날갯짓하고 있다. 화면 전체의 흐름을 아우르는 푸른색과 같은 톤을 강조하는 색의 변주는 김환기의 섬세한 서정성과 교감의 사유를 증폭시킨다. 추정가는 22억~30억원.
고미술 부문에 출품된 '경수연도'(19세기)는 부모의 장수를 기원하고 공경하고자 했던 17세기 조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다. 본래 '선묘조제재경수연도'(宣廟朝諸宰慶壽宴圖)를 이모한 작품으로 '선조(宣祖·재위 1567~1608)연간 여러 재신(宰臣)이 부모에게 올린 수연을 그린 그림'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다른 작품이 '경수연', '수친계회', '가마꾼' 세 장면을 세 폭에 그린데 반해, 출품작은 이들 장면을 네 폭에 걸쳐 그렸고, 다른 소장본에서는 찾을 수 없는 기록이 포함됐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추정가는 3천500만~6천 만원.
경매 출품작은 오는 21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프리뷰 관람은 예약없이 무료로 가능하며, 프리뷰 기간 중 전시장은 무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