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실 잔치 '임인진연'(壬寅進宴)이 120년 만에 처음으로 공연 무대에 오른다. 국립국악원은 16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송년공연 '임인진연'을 선보인다.
임인진연은 1902년(임인년) 12월 7일(음력 11월 8일) 덕수궁 관명전에서 거행된 황실 잔치다. 고중 즉위 40주년과 나이 60을 바라보는 망륙(望六)인 51세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였다.
또한 급변하는 개화기에 대외적으로는 황실의 위엄을 세우고 대내적으로는 군신의 엄격한 위계질서가 드러나는 국가적 의례를 통해 자주 국가 대한제국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15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프레스 리허설 후 질의응답에서 "당시 우리나라는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국력이 쇠잔해가던 무렵이었다. 고종은 임인진연을 통해 독립국이 되고자 하는 열망을 드러내고 독립국으로서 위상을 세계 만방에 알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대 최고 예술가가 꾸몄던 궁중예술을 국민 모두가 함께 보고 즐기는 무대 공연형 작품으로 재창조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1902년 의례와 비교했을 때 규모를 6분 1 정도로 축소했다. 음식을 올리는 절차를 생략했고 등장하는 춤을 29가지에서 25가지로 줄였다. 공연 시간은 100분이 소요된다.
박 연출은 "진연의궤와 임인진연도병 등 당대 기록유산을 바탕으로 재연하는 데 중점을 뒀다. 행사 진행요원이 300명, 무용수가 277명이나 됐던 당시 규모에는 못 미치지만 최대한 그때 분위기와 정서를 살리려고 했다"며 "춤과 노래, 의례가 삼위일체되는 공연"이라고 말했다.
특히 객석을 황제의 어좌로 설정해 관객이 황제의 시선에서 진연을 본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박 연출은 "대한제국이 황제의 국가였다면 대한민국은 국민의 국가다. 그래서 관객이 전부 황제의 자리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 티켓은 거의 매진된 상태다. 김 원장은 "당초 이 공연은 3월로 예정됐지만 코로나19로 한 차례 연기했고 8월에는 폭우로 공연장 일부가 침수돼 또 다시 연기했다. 120년 전 임인진연도 콜레라 유행과 행사 장소의 시설 문제로 두 번 연기됐었는데 기묘한 우연"이라며 "가능한 한 내년에도 이 작품을 무대에 올려서 더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