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혐오보다 강한 사랑…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쇼노트 제공
"이 밤, 이 밤 / 태양과 달빛도 / 뜨겁게 춤추며 빛나네 / 까만 하늘 / 날 보는 눈 속에 / 불꽃이 별빛이 타올라 /(…)/ 이 밤 이 밤 / 널 만난 오늘 밤 / 놀라운 세상이 태어나"(넘버 '투나잇' 中)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는 드라마와 음악, 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작품이다. 혐오, 편견, 갈등, 사랑, 우정에서 움튼 감정이 음악과 춤을 통해 소용돌이치고, 약동하는 에너지가 무대를 꽉 채운다. 눈길을 확 끄는 클라이맥스는 없지만 짜임새 있고 세련된 무대는 '정통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듯하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뮤지컬 고전이다. 제롬 로빈스(안무 겸 연출), 아서 로렌츠(대본), 레너드 번스타인(작곡), 스티븐 손드하임(작사) 등 일명 드림팀에 의해 탄생했다.

1957년 브로드웨이 윈터 가든 초연 이후 732회 장기 공연했고, 1958년에는 웨스트엔드 허 마제스티 시어터에서 1039회 연속 공연했다. 1961년 제작된 동명 영화는 제3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음악상 등 10개 부문을 석권했다. 지난해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60년 만에 영화를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원작이다. 1950년대 미국 뉴욕 서부(웨스트 사이드) 지역에서 벌어지는 폴란드계 청년 갱단 '제트'와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청년 갱단 '사크'의 세력 다툼과 그 속에서 피어난 토니(김준수·박강현·고은성)와 마리아(한재아·이지수)의 비극적 사랑을 그렸다.

당시 뉴욕 서부 지역은 푸에르토리코 이민자가 모이면서 슬럼화가 가속됐고, 유럽계 이주민과는 일자리를 놓고 마찰을 빚었다. 70여 년 전 미국 사회가 배경이지만, 나라에 관계 없이 인종·성별·계층에 따른 차별과 혐오가 난무하는 현 시대상이 극에 대한 관객의 감정을 이입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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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연출은 제작 노트에 "분열과 갈등은 계속 우리를 누르고 그 책임은 다음 세대로 전이되고 있다. 토니와 마리아의 강렬하고 아름다운 사랑은 우리가 찾고 만들어야 할 세상에 관해 이야기한다"고 적었다.

이 작품의 백미는 춤이다. 배우들은 춤으로 여러가지 감정을 표현한다. 주조연 배우와 앙상블이 160분 내내 쉴 틈 없이 무대를 수놓는 춤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극의 드라마틱함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현대무용부터 발레, 재즈, 라틴댄스까지 드라마, 음악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각양각색 춤은 활기차면서 질서정연하다.

20인조 오케스트라 반주로 듣는 '마리아' '투나잇' '아메리카' '아이 필 프리티' '썸웨어' 등 명곡은 귀를 간지럽힌다. 살짝 생경하게 느껴지던 '투나잇'의 한국어 가사를 어느 순간부터 음미하게 되는 것이 이 작품의 묘미다.

김준수는 청춘의 다채로운 얼굴을 유연하게 표현하고, 한재아는 청아한 음색으로 가슴 아픈 사랑에 절절함을 배가시킨다. 리프 역의 정택운과 배나라, 아니타 역의 김소향과 정유지, 베르나르도 역의 김찬호와 임정모의 탄탄한 가창력과 고난도 춤도 엄지를 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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