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의 신작이자 넷플릭스에서 선보이는 SF 영화 '정이'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김현주)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정이'에서 강수연은 군수 A.I. 개발 회사 크로노이드 연구소 팀장이자 최고의 전투 용병이었지만, 단 한 번의 작전 실패로 식물인간이 된 엄마의 뇌를 복제하고 전투 A.I.를 개발하는 '정이'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서현 역을 맡았다.
'정이'는 강수연이 2013년 영화 '주리' 이후 9년 만에 배우로서 복귀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의 필모그래피 사상 첫 SF 영화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인가?' 했어요. 그 전엔 지나가면서도 한 번도 뵌 적이 없었거든요. 내가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에 겁을 많이 냈던 거 같아요. 내가 어떻게 그분의 눈을 보고 연기할 수 있지? 이건 진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죠.
선배님을 처음 뵀던 날이 아직도 기억나요. 너무 반갑게 인사해주고 너무 정도 많으시고…. 현장에서는 그냥 동료였던 거 같다. '선배님'이 아니고 그냥 동료였어요. 누구보다 진지하셨고 현장에서 열정적이셨고요. 고민도 많으셨을 거 같단 생각이 지금에서야 영상을 보며 하게 되네요. 현장 밖에서도 늘 저희를 많이 챙겨주셨고….
만약 선배님이 안 계셨다면, 두 사람(연상호 감독, 류경수)을 얻지 못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부분에 있어서 선배님께 너무 감사드려요."
"선배님이 맡은 캐릭터와 제가 만나는 캐릭터가 만나는 게 90% 이상이었어요. 상훈은 영화 안에서 연구소 회장님 바라기 같은 캐릭터인데, 제가 같이 연기하면서 강수연 선배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많이 투영됐던 거 같아요. 그래서 팀장님(강수연) 바라기처럼 됐어요. 선배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연상호 감독님께 '정이'를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너무너무 가까워진 김현주 선배님에게도 감사드리고 싶고, 강수연 선배님과 연기할 수 있었던 건 제 인생 최고의 영광이었습니다."
"30분 정도 통화하면서 대본을 드리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반팔 티셔츠가 젖을 정도로 땀을 막 흘렸어요. 그리고 난 후 뵙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한번 해보자고 하셔서, 그때부터 '정이'가 시작됐어요.
그리고 사실 기억에 제일 많이 남는 건 걱정을 많이 했어요. 혹시 까다로우시려나? 그런데 촬영하면서 느낀 건, 정말 현장을 좋아하세요. 그리고 배우들, 후배 배우들을 정말 좋아하세요. 그리고 선배님이 모임을 많이 주선해주셨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촬영하는 동안 편한 공간에서 모임을 했는데 그때 기억이 많이 난다. 정말, 학생 때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이 동아리에 모여서 이야기하는 그런 느낌들? 영화하면서 그런 기억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들게 해주셨어요."
생애 첫 SF 영화에 도전한 강수연의 새로운 모습과 그의 열연을 만날 수 있는 영화 '정이'는 오는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