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1초 1초 제주공항 지휘자 '관제사'의 하루

[흥미로운 제주공항 이야기⑪]관제사(상)

제주국제공항 관제탑 타워에서 근무중인 관제사들. 박정섭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내가 누군줄 알아?" 제주공항 항공보안검색 요지경
②"내 얼굴이 신분증?" 대통령도 예외없는 항공보안검색
③스튜어디스, 항공승객 안전 지키는 '감정 노동자'
④"항공기 사고 3분내 도착, 제주공항 소방구조대가 맡는다"
⑤제주공항 구조·화재·구급 해결사 '소방구조대' 입니다
⑥제주공항 화장실 추태…샤워에서 고기 손질까지
⑦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쓰레기…제주공항은 올해도 비상
⑧제주공항 활주로 1톤당 200만원 제설제 '초산칼륨'
⑨장난전화에 제주공항 마비…폭발물처리반 24시간 초긴장
⑩'항공기의 등대' 제주 하늘길 24시간 지킴이
⑪긴장의 1초 1초 제주공항 지휘자 '관제사'의 하루
(계속)

제주공항 관제탑, 일반인 접근이 철저히 차단된 절대 보안구역입니다

제주국제공항 관제사들의 터전인 관제탑은 보안 허가없이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취재차 기자가 방문했던 지난달 27일 오전. 제주지방항공청에 인적사항을 사전 등록했지만 15층 높이의 관제탑에 오르기 전 보안검색은 필수입니다. 비행기 탈 때처럼 엑스레이 장비로 가방을 검색하고, 신체까지 빠짐없이 검색이 이뤄진 뒤에야 비로소 관제탑 정상까지 오르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에도 또다시 비밀번호로 제어된 문을 통과하고 나서야 제주공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높이 68m의 관제탑 타워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네요. 제주공항 관제탑에 올라선 건 기자생활 27년 만에 처음입니다. 이 곳에 근무하는 관제사들도 매일 똑같은 검색 과정을 거쳐야 자신의 근무지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항공기 관제, 일제강점기부터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다다르는 1942년 일본군이 제주도민을 강제동원해 만든 '정뜨르 비행장'이 제주공항의 시작입니다. 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 뒤인 1948년 서울-제주간 민항기가 최초 운항되고, 1956년 현 제주공항의 주활주로(동서 활주로)가 1차 준공되면서 항공기 관제도 점차 자리를 잡아갑니다. 1968년 제주공항이 국제공항으로 승격되고, 1983년 주활주로가 2차 준공되면서 옛 관제탑(1차)도 비로소 문을 열었습니다. 현 관제탑(2차)이 바통을 이어받아 운영된 건 2004년입니다.
 
구 관제탑(좌)과 현 관제탑. 박정섭 기자

제주공항 관제탑, 1년 365일 24시간 쉼없이 돌아갑니다

제주공항 관제탑은 반경 9.3km, 고도 914m 안에 있는 항공기의 이착륙 허가와 비행허가를 중계합니다. 항공기와 장애물 사이의 충돌을 방지하고, 이동지역을 통제하는 것도 주요 업무입니다. 관제사는 비행하는 항공기뿐만 아니라 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항공기를 안전하고도 효율적으로 유도하는 '하늘길 안내자'입니다. 자동차는 운전자 마음대로 속도를 내거나 차선을 바꿀 수 있지만 항공기는 훨씬 빠르고, 눈으로 직접 차선을 볼 수 있는 게 아니어서 관제사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전국 15개 공항 가운데 관제가 24시간 쉼없이 운영되는 건 인천국제공항과 제주국제공항 2곳뿐입니다.
 

제주공항에선 '관제탑'과 '접근관제소'에서 하늘길을 안내합니다

제주공항 관제탑에는 모두 42명의 관제사가 근무를 하는데요. 21명은 관제탑 꼭대기인 타워에서, 21명은 관제탑 중간에 있는 접근관제소에서 업무를 봅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타워에 있는 관제사는 자동차에 타서 시동을 켜고 목적지를 입력하고 출발하는 것까지, 접근관제소 관제사는 출발 뒤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톨게이트 앞까지 관제를 담당한다고 보면 됩니다. 타워에선 출발하는 항공기 순서대로 활주로로 이동을 지시한 뒤 도착 항공기와 충돌하지 않도록 활주로 진입과 이륙을 허가합니다. 항공기가 이륙해 활주로 상공을 벗어나면 접근관제소가 곧바로 항공기를 인계합니다. 접근관제소는 제주공항 착륙을 위해 관할 공역에 들어오는 항공기 착륙순서를 정하고, 순서대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 착륙을 준비할 수 있는 지점까지 유도합니다. 항공기가 착륙을 준비할 수 있는 지점에 도착하면 관제탑에 다시 항공기를 인계합니다. 타워와 접근관제소간 유기적 관계는 이렇게 항공기가 엔진을 켜고, 끄는 순간까지 쉼없이 이어집니다.
 
접근관제소에서 근무중인 관제사들. 박정섭 기자

긴장의 연속, 최대 2시간 근무 뒤 다음 근무자에게 바통을 넘겨줍니다

제주공항은 1분30초꼴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 가운데 한 곳입니다. 효율보다는 안전 중심의 보수적으로 관제를 하다 보니 단 1초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는 긴장의 연속입니다. 3명씩 5개 팀을 이뤄 '주간-변형-야간-비번-휴무' 형태로 근무를 서는데 변형 근무는 비행기가 많은 시간대를 고려해 모닝(오전 8시~오후 4시)과 이브닝1(오전 11시~오후 8시), 이브닝2(낮 12시~오후 9시) 중 1개의 근무를 합니다. 관제운영과 국지, 지상, 허가중계 등 4개의 좌석 중 1곳에서 1시간 근무, 최대 2시간 근무 뒤 휴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무선주파수, 관제사와 비행기 조종사 사이 대화통로입니다

관제사와 조종사는 초단파(VHF) 무선주파수로 통신합니다. 관제 업무 기관별, 좌석별로 주파수가 할당돼 있고, 조종사들이 그 주파수에 맞춰 교신합니다. 제주공항 레이더 사이트에 설치된 송신기를 통해 조종사에게 관제 지시를 하고, 조종사는 항공기에 탑재된 수신기로 관제지시를 받은 뒤 송신기를 통해 관제사에게 응답합니다. 주파수로 연결될 때는 '국룰'같은 인사가 있는데요. "good day"를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붙입니다. 가끔 한국 인사를 배워 인사하는 조종사들도 있는데 일본인 조종사가 "안뇽"이라고 한 적도 있답니다. K-pop이 세계를 강타하듯 한국어가 두루 통용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봅니다.
 
공사중인 제주국제공항 제3 관제탑. 박정섭 기자

안전과 효율을 위해 제주국제공항 3번째 관제탑이 공사중입니다

제주공항 관제 항공편수가 다시 증가하면서 운영 관제석과 관제장비도 늘어 현재 관제탑 규모로는 증가된 인력과 장비를 수용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또 현재 관제탑은 구조상 내부 기둥이 관제사의 활주로 시야를 가리고 있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고질적 위험으로 상존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2021년부터 300억원을 들여 제주공항 3번째인 새 관제탑을 짓고 있습니다. 새로운 관제탑은 2024년 8월 준공 예정으로 높이는 76미터, 연면적은 현재 관제탑의 2.5배인 5131㎡입니다. 관제탑 최상층 면적도 현재 관제탑의 2.5배인 205㎡로 늘어납니다. 문제로 지적됐던 관제탑 내부 기둥도 관제사가 활주로를 바라보는 방향 뒤쪽으로 배치해 관제탑 관제사가 육안으로 감시할 때 생기는 모든 장애요소를 없앴습니다.
 

제주국제공항 첫 관제탑은 여전히 비상관제탑으로 운용중입니다

1983년 생긴 제주공항 첫 관제탑은 작고 초라해서 모든 기능이 멈춰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비상관제탑'입니다. 현재 사용중인 관제탑이 정전이나 화재 등 내외부적인 요인으로 멈출 경우 언제라도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관제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실제 문제가 생길 경우 익숙해질 수 있도록 관제사들은 1년에 2번 의무적으로 옛 관제탑으로 출동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2024년 3번째 관제탑이 준공되면 현 관제탑이 비상관제탑으로 전환되는 만큼 현재 비상관제탑인 최초 관제탑의 철거 여부는 이후 결정됩니다.
 
박정섭 기자

제주국제공항 교통량, 코로나19에 주춤했지만 다시 늘고 있어요

코로나19 전인 2019년 한해 제주국제공항 항공교통관제량은 18만1860대로 사상 최대를 찍었습니다. 하루 관제량도 497대나 되는데요.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에 다른 나라와의 국제항공편이 막히면서 14만2874대로 무려 21%나 감소합니다. 하지만 코로나의 기세가 꺾이면서 2021년 16만6056대, 2022년 17만7416대 등 제주를 오가는 항공편은 다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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