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선수, 만나기 힘들다" 사령탑도, 신인도 인정한 5R MVP

현대캐피탈 토종 에이스 허수봉. 한국배구연맹
후반기 들어 현대캐피탈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변칙 전술의 핵심은 허수봉(25·195cm)이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지난 4라운드부터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허수봉의 포지션을 기존 아포짓 스파이커에서 미들 블로커로 옮긴 것. 속공에 능한 그를 미들 블로커로 기용해 장점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올 시즌 허수봉이 처음 미들 블로커로 출전한 지난 달 26일 OK금융그룹전. 당시 최 감독은 "(허)수봉이가 스윙이 빨라 속공에 장점이 있고, 높이가 있어 (상대가) 블로킹하는 게 어렵다. 그 부분을 활용했다"면서 "허수봉의 미들 블로커 기용에 대해 설명했다.
 
허수봉이 미들 블로커 포지션을 준비한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허수봉은 "2018-2019시즌에도 미들 블로커로 뛴 적이 있어서 어려움을 없었다"면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5라운드에서 허수봉의 활약은 빛났다. 공격 성공률 1위(57.96%)에 올랐고, 득점(113점)과 서브(세트당 0.43개)에서도 국내 선수 중 최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포짓 스파이커와 미들 블로커 포지션을 오가며 전천후 공격수로 활약, 팀의 선두 경쟁에 앞장섰다.
 
이 같은 활약에 힘입어 지난 24일 5라운드 남자부 MVP에 선정됐다. V리그 데뷔 후 첫 라운드 MVP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최 감독은 허수봉의 MVP 수상에 대해 "(허)수봉이는 착실하다.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잡은 것"이라고 축하를 건넸다.
 
허수봉은 같은 날 열린 우리카드와 6라운드 첫 경기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이어갔다. 양 팀 최다인 17점에 공격 성공률 62.50%로 활약, 팀의 세트 스코어 3 대 0(25-23, 25-21, 25-18) 완승을 이끌었다.
 
최태웅 감독에게 작전 지시를 받고 있는 허수봉(사진 왼쪽). 한국배구연맹
시즌 초반에는 부침을 겪었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서서히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내고 있다. 허수봉은 "시즌 초반에는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는데 팀원들이 많이 도와줬다"면서 "후반기 들어서는 내가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강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허수봉을 신인 시절부터 지켜봤던 최 감독은 어느덧 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제자의 성장세에 뿌듯함을 드러냈다. 그는 "군대를 다녀온 후로 어린 허수봉에서 형이 됐다. 믿음직스럽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 감독은 2015-2016시즌부터 현대캐피탈 지휘봉을 잡았다. 허수봉이 2016-2017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대한항공의 지명을 받자마자 트레이드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으면서 7년째 동행을 이어오고 있다.
 
데뷔 7년 차인 허수봉은 후배들 사이에서도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데뷔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도약한 신인 세터 이현승은 최근 허수봉의 잦은 포지션 변경에도 경기를 운영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이현승은 허수봉에 대해 "(허)수봉이 형과 같이 훈련도 많이 하고, 영상도 같이 보면서 잘 맞아가고 있다"면서 "수봉이 형이 미들 블로커로 나와도 속공을 워낙 잘해주기 때문에 포지션 변경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친한 선배는 수봉이 형"이라며 친분을 과시했다.
 
허수봉은 특유의 쾌활한 성격으로 팀 분위기를 북돋기도 한다. 최 감독은 "평소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많지만 항상 웃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이런 선수를 만나긴 힘든데 지도자로서 너무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 시즌 내내 2위를 달리던 현대캐피탈은 지난 21일 우리카드전 승리 후 처음으로 1위에 등극했다. 대한항공이 곧바로 다음 날(22일) OK금융그룹을 꺾고 1위를 탈환했지만, 현대캐피탈은 24일 우리카드를 잡고 다시 1위에 올라섰다.
 
이에 최 감독은 대한항공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영화 '고지전'을 비유하며 우승에 대한 각오를 드러냈다. 허수봉이 고지전의 선봉에 서서 현대캐피탈의 우승 염원을 풀어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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