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한국 쇼트트랙을 대표하는 선수다운 마음가짐이었다. 여자 대표팀 에이스 최민정(25·성남시청)이 7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 앞두고 태극 마크의 묵직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최민정은 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3 KB금융 ISU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대회' 미디어 데이에 대표팀 안중현 감독 및 박지원(서울시청) 등 동료들과 참석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윤홍근 회장도 대회 조직위원장 자격으로 함께 했다.
일단 최민정은 "국내에서 국제 대회가 열리는 게 세계선수권은 7년 만이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처음"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오랜만에 홈에서 하는 대회라 모든 선수가 책임감을 느끼고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실 최민정의 몸 상태가 최상은 아니다. 지난달 ISU 5차 월드컵 이후 최민정은 발목 부상과 스케이트화 수선을 위해 6차 대회를 건너뛰고 귀국했다. 최민정은 "100% 몸 상태에서 사실 수치상으로 정확하게 얘기하기 어렵지만 시즌 중에서는 제일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경기력에 크게 지장은 없다"면서도 "경기를 해봐야 알 거 같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이번 대회 목표에 대해서도 최민정은 "모든 대회 성적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 대회는 김건희, 김길리 등 좋은 후배들과 한국에서 경기하는 것 자체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 "개인적인 성적보다 후배들과 함게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싶다"고 에둘렀다.
최민정은 세계쇼트트랙선수권에서 한국 여자 선수 최다 종합 우승 기록을 세웠다. 2015년, 2016년, 2018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4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전이경(1995년, 1996년, 1997년), 진선유(2005년, 2006년, 2007년)를 넘어섰다.
여기에 올림픽 1500m 2연패까지 최민정은 이룰 것을 사실상 다 이뤘다. 최민정은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여자 3000m 계주까지 2관왕에 올랐고,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는 1500m 2회 연속 금메달, 계주와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어떻게 보면 동기 부여 차원에서 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 최민정도 "베이징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세계선수권까지) 이후 개인적으로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한국 쇼트트랙 최고 스타이기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최민정은 "세계선수권대회가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국내 팬들 앞에서 경기하는 게 영광이어서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승 세리머니에 대해 "세리머니를 생각하는 스타일 아니다"면서 "좋은 경기력, 퍼포먼스가 더 좋은 세리머니가 아닐까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번 대회는 오는 10~12일까지 34개국 300여 명의 선수가 남녀 개인전 500m, 1000m, 1500m, 남자 5000m 계주, 여자 3000m 계주, 혼성 2000m 계주에서 겨룬다. 과연 태극 마크의 묵직한 책임감을 안은 최민정이 한국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세울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