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WBC 주인공은 日 오타니, 시작과 끝 모두 장식했다

2023 WBC 우승 트로피 들고 감격한 오타니. 연합뉴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일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주인공은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였다.
 
일본은 22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2023 WBC 결승전에서 미국에 3 대 2로 승리했다. WBC 7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며 정상에 올라섰다.
 
역대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를 받은 일본은 2009년 이후 14년 만에 WBC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06년, 2009년 대회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그 중심에는 오타니가 있었다. 이도류라는 명성에 걸맞게 투타 모두 완벽한 활약을 펼쳐 일본의 우승을 견인했다. 투수로 3경기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6, 타자로 타율 4할3푼5리(23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의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선 선발 투수로 출전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와도 지명 타자로 남을 수 있는 이른바 '오타니 룰'이 적용됐다. 이는 투타를 겸업하는 오타니를 위해 MLB에서 지난해 신설한 규정이다. 이에 대회 전부터 오타니의 투타 겸업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일본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오타니를 중국과 조별 리그 첫 경기에 나설 선발 투수로 낙점했다. 비록 중국은 약체로 꼽히는 팀이었지만 편안한 승리를 거둬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에이스인 오타니를 선택한 것.
 
투타 겸업 신드롬 일으킨 오타니. 연합뉴스
오타니는 대회 첫 경기부터 투타를 겸업했고, 이도류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투수로 4이닝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고, 시속 160km에 달하는 강속구를 뽐내며 중국 타선을 꽁꽁 묶었다. 타선에서는 3타수 2안타 2타점 2볼넷 1득점으로 불을 뿜었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이어진 조별 리그 3경기에선 지명 타자만 소화했지만 맹타를 이어가며 존재감을 뽐냈다.

숙명의 라이벌 한국을 만나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 2볼넷으로 활약해 13 대 4 완승에 앞장섰고, 체코를 상대로 3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호주와 경기에선 1회부터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2타수 1안타 4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일본은 조별 리그 4전 전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했고, 오타니는 이탈리아와 8강전에서 다시 이도류를 뽐냈다. 
 
이날 마운드에서 보여준 성적은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 선발 투수로 나서 4⅔이닝 4피안타 5탈삼진 2실점을 기록, 5회 일격을 맞고 2점을 내주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오타니는 타석에서 이미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3회 1사 1루에서 강공 대신 기습 번트를 시도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오타니의 기습 번트로 만들어진 1, 3루 기회에서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가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오타니는 이날 타석에서 4타수 1안타 2득점 1볼넷으로 활약, 팀의 9 대 3 승리에 기여했다.  
 
4강에 진출한 일본은 미국 마이애미로 향했고, 멕시코와 결승 진출을 놓고 다퉜다. 9회초까지 4 대 5로 끌려가며 위기에 몰렸지만, 9회말 오타니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선두 타자로 나서 우중간 2루타를 때려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후 요시다가 볼넷으로 걸어나가면서 무사 1, 2루 찬스가 찾아왔고, 일본의 차세대 거포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가 타석에 들어섰다. 여기서 무라카미의 기적 같은 끝내기 2타점 2루타가 터지면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오타니의 마지막 투구, 일본 우승 확정. 연합뉴스
오타니는 대망의 결승전이 다가오자 불펜 등판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필승 의지를 다졌다. 당초 소속팀 에인절스의 정규리그 개막전 선발로 낙점돼 8강전까지만 투수로 뛸 전망이었지만, 일본의 WBC 우승을 위해 총력을 쏟겠다고 다짐한 것.
 
결승전 상대는 MLB 스타들이 즐비한 디펜딩 챔피언 미국이었다. 미국은 준결승에서 쿠바를 14 대 2로 대파하고 결승에 올라 기세가 바짝 올라있었다. 
 
현역 최고 타자로 꼽히는 마이크 트라웃과 오타니의 맞대결이 눈길을 끌었다. 에인절스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두 선수는 WBC 결승에서 적으로 만났다. 오타니의 불펜 등판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두 선수의 투타 맞대결에도 관심이 쏠렸다. 
 
미국이 2회초 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의 1점 홈런으로 선취점을 가져갔지만, 일본은 곧바로 2회말 무라카미의 솔로포와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의 땅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4회초 오카모토 카즈마(요미우리)의 1점 홈런이 터져 3 대 1로 앞서갔다. 
 
8회초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가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에 1점 홈런을 내주며 격차가 1점 차로 바짝 좁혀졌고, 실점 없이 경기를 끝내야 하는 9회초 오타니가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타자 제프 맥닐(뉴욕 메츠)을 상대로 7구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곧바로 무키 베츠(LA 다저스)를 병살타로 처리하며 경기 종료까지 아웃 카운트를 한 개만 남겨두게 됐다. 
 
여기서 트라웃과 투타 맞대결이 성사됐다. 두 선수는 풀카운트 접전을 벌였고, 마지막에 웃은 건 오타니였다. 오타니는 시속 164km 강속구를 뿌린 뒤 6구째 슬라이더를 던져 트라웃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팀의 3 대 2 승리를 지켜내며 고대하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오타니는 개막 전부터 결승전까지 모든 순간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번 대회의 주인공은 단연 오타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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