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트롯 새내기' 용호가 '미트2'에서 이룬 세 가지

CBS노컷뉴스는 지난 17일 '미스터트롯2'에 출연한 가수 용호를 인터뷰했다. 킹덤엔터테인먼트 제공
선천적으로 체격이 컸다. 가세가 기운 후 일찍이 돈을 벌기 시작했고,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체중이 불어나 120㎏에 달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잠시 중단하긴 했으나, 가수가 되고 싶다는 어릴적 꿈을 아예 놓은 것은 아니었다. '미스트롯'의 대성공 후 남자 버전인 '미스터트롯'이 등장했고, 지원했다. 오디션 시간은 5분도 안 됐다. 질문도 없었다. 준비한 두 곡을 부르고 그대로 돌아나왔다.

2022년 말 방송을 시작한 '미스터트롯2'는 다시 찾아온 기회였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했고, 각종 가요제 수상 경력을 차곡차곡 쌓았다. 첫 시즌에서 임영웅을 비롯해 수많은 트로트 스타를 배출한 만큼, '미트2'의 벽은 더 높아져 있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나를 주목하게 할 만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30㎏ 넘게 살을 빼 몸다. 최근 종영한 TV조선 '미스터트롯2' 독종부로 출연한 가수 용호의 이야기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17일 오후, 가수 용호를 만났다. 용호는 이번 인터뷰에서 가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까지 먼 길 돌아온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현실의 한계로 접어둔 꿈을 다시 펼치게 된 과정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용호는 '미트2'에서 새로 생긴 독종부에 포함됐다. 독종부는 말 그대로 '독종'들을 모아둔 곳이었다. 일찍 결혼해 아이가 둘 있는 그는 본인이 당연히 대디(daddy)부로 갈 줄 알았다. 방송에도 나왔지만, '미트2'에 나오기 위해 독하게 체중 감량을 했고 이를 눈여겨본 제작진이 독종부로 보낸 것이다.

원래부터 선천적으로 체격이 크고 덩치가 있었다는 용호는 "항상 찌고 빼고 찌고 빼고 하다가 요번에는 독하게 해서 많이 뺐다. 트로트 도전하기 전에 사회생활을 8~9년 하다 보니 120㎏ 가까이 나갔다. 연예인을 하려면 외적인 걸 가꿔야겠다고 생각해서 다이어트를 했다"라고 운을 뗐다.

'미스터트롯2'에 참가하기 위해 30㎏ 이상 체중을 줄인 용호의 사연은 방송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킹덤엔터테인먼트 제공
30㎏ 넘게 몸에서 덜어내고도 용호는 다이어트가 "오히려 너무 쉬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이어트 하나 못하면 내가 뭔가 한다고 (그게) 될까 싶었다. 이건 고민거리도 아니었다. 회사까지 때려치고 가정도 있는데 이런 것도 안 보여주면 너무 말이 안 됐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비해 내 의지가 약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외형의 극적인 변화, 이를 위해 들인 노력, 낮에는 노래하고 밤에는 일을 하는 사연 등이 합쳐져 자기만의 캐릭터가 선명해졌다. '미트1' 때의 냉랭한 반응과 달리 '미트2' 때는 예선에서 될 것 같다는 감이 왔다. 제작진이 계속 무언가를 시키고 물어본 덕에 오디션 시간도 30분 가까이 됐다. 사회생활하면서 영업사원으로 일한 본인의 경력을 최대한 살렸다. '나라는 상품'을 팔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깊이 고민했다.

지원서에는 살을 빼기 전 사진을 넣었다. 용호는 "당연히 120㎏이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이 들어오니까 (제작진이) 관심을 갖고 질문해 주시더라. '미트1' 때는 너무 아무런 질문도 없어서 상처였다. (그래서 이번엔) 한 번이라도 쳐다보고 한 마디라도 질문이 나오게끔 만들자는 마음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소속사 대표에게 '저 된 것 같아요!'라고 한 이유다. 대표는 '허풍 떨지 마'라고 했으나, 용호는 긍정적 반응을 몸소 느껴서 확신이 들었다. 예선 합격 소식이 경연에서 '올 하트'(모든 심사위원에게 하트를 받는 것) 받았을 때보다 기분이 더 좋았다.

당연히 대디부일 거라고 생각했으나 독종부에 간 것도 운이 좋았다. 대디부는 안타깝게도 방송에서 통편집됐기 때문이다. 그는 "(단계를) 많이 올라가진 않았지만 시청률 높은 방송에 6~7분이라도 나온 건 굉장히 좋은 성과였다"라고 자평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아버지의 사업이 힘들어져서 가세가 기울었고, 청소년이었음에도 가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과 누나까지 네 가족 다들 열심히 살았다. 학교 끝나면 치킨집에서 치킨을 튀겼고, 주말에는 음악 CD를 포장하는 공장에서 일했다. 가수를 할 만한 여건이 "전혀 안 돼서" 군대도 빨리 갔고 사회 생활도 일찍 시작했다.

의료재단 영업직으로 꽤 오래 일했다. 처음에는 용어도 낯설었지만 말하는 것도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일이 재밌어졌다고 했다. "저도 상품이니까 저를 많이 팔아야 하지 않나. 저를 '영업'해야 하니까. 그런 면에서 아이디어를 회사에 많이 제시하는 편이고, 잘 들어주신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가수를 향한 꿈은 포기하지 못했다. 무명이고, 연줄도 없어서 앨범을 어떻게 내야 하는지도 몰랐다. "누가 저를 무대에 올려주겠어요." 다행히 한국에는 무수히 많은 가요제가 있었다. 평일 퇴근 후 코인(동전) 노래방에 가서 연습했고 주말에는 광주, 강원, 부산 등 전국에서 열리는 가요제에 참가했다. 2015년 강원도 청소년 트로트 가요제에 나간 게 출발점이었다.

용호는 "진짜 거짓말이 아니라 100번 정도 떨어졌다. 예선 탈락인데, (예선 합격) 10명에 들어가는 게 정말 힘들더라. 어느 순간부터 예선 문을 넘으니까 계속 예선은 붙었다. 처음에는 인기상, 장려상 받다가 대상도 받고 상을 30개 정도 받았던 것 같다. 거기서 무대 경험을 쌓고 자신감을 얻었던 거다. 상금도 좋았지만 제가 상을 타 오니까 가족들이 '얘가 소질이 있구나'라고 하고 믿어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오디션 필승곡이 있을까. 조항조의 '정녕'이 비장의 무기였다. 그는 "처음에는 예선 탈락이었지만 그 노래로 대상 많이 받았다. 가요제 다닐 때마다 레퍼토리를 바꾸면 좋겠지만 한 곡을 더 많이 부르고 익숙해지고 무대 경험을 쌓은 노래가 남들이 봤을 때도 더 여유가 있더라. 가요제에선 이 한 곡으로 했다"라고 전했다.

용호는 '미스터트롯2'에 나가 마스터들의 심사를 들으니 본인이 틀린 길을 걸어온 건 아니구나 하고 깨달았다고 말했다. 킹덤엔터테인먼트 제공
용호는 "가요제는 (참가자가) 쭉 노래를 부르면 순위 발표하고 끝이다. 노래에 관한 피드백을 못 받는 게 너무 아쉬웠다. 내가 뭐가 부족한지 내 노래가 어떤지 평가를 받아야 발전을 할 텐데 탈락 기준을 모르겠다 보니까…"라고 말했다. '미트2'가 각별했던 이유는 그토록 목말랐던 피드백을 내로라하는 '프로'들에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첫 경연에서 마스터(심사위원) 앞에서 '당신의 눈물'을 불렀을 때는 너무 긴장됐다. 숱하게 가요제를 나갔고, 나름대로 자신감도 있었다. 'Q 사인' 후 마스터들을 보고 노래하는데 머리가 하얘졌다. 한 곡을 끝내기만 하자는 마음이었다. "그동안 너무 궁금했던 피드백"을 첫 번째로 준 사람은 장윤정이었다. 아직도 장윤정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는단다.

용호는 "장윤정 선배님이 '용호씨는 가정이 있는데 음악을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거다. 올 하트를 받았고, 여기서 증명한 거다.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과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올 하트'라는 우리(심사위원단)의 확신을 믿고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했으면 좋겠다'라고 해 주셨다. 그동안 뭔가 그래도 마음속에 '이게 맞나' 하는 불안함이 있었는데, 그걸 내려놓는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진성의 피드백도 전했다. 용호는 "진성 선생님은 '용호씨는 뭘 해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 주셨다. 올 하트 때 안 좋은 피드백은 오지 않았다.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 내가 그래도 그동안 해 온 게 헛되지 않았구나, 틀린 방향으로 간 게 아니구나 싶었다"라고 부연했다.

춤이 들어간 흥겨운 트로트보다는 감성적인 노래를 좋아하고 즐겨 불렀다는 용호는 독종부 팀 미션에서 상상도 못한 경연곡을 하게 됐다. 코미디언 김영철의 '막가리'로 무대를 준비해야 했다. "(무대에서) 1m 이상 움직여본 적이 없다. 나무토막이었다"라는 게 본인 설명이다.

용호는 지난해 1월 싱글 앨범 '당신인가요'로 가요계에 정식 데뷔했다. 킹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어 "독종부 6명 중 춤 잘 추는 정형찬 빼고는 다 저랑 비슷한데 나머지가 다 댄스를 고르는 거다. 우리 인생이 달린 거고, 우리는 춤을 못 추니까 다른 거로 하자고 반대했는데 다른 분들이 오히려 노력해서 이걸 해내면 독종이니까 올 하트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하더라. 제가 귀가 얇아서 '그거다!' 해서 호락호락 넘어갔다. 금방 설득이 된 것"이라며 웃었다.

새벽까지 연습에 매진하며 준비해 '막가리' 무대가 탄생했다. 신나고 웃음 주는 무대를 했다는 만족감이 있었다. 용호는 "결과는 좋지 않았어도 후회는 없다. 어차피 저는 백 번을 해도 이것보다 잘할 자신이 없었다. 그 정도로 춤을 안 춰왔던 사람이 실수 없이 다 보여줬으니까, 이 무대는 후회가 없었다. 만약 그냥 가요제였다면 절대 댄스 안 했을 거다. 여기는 노래만 하는 곳이 아닌 예능이니까, 변화하고 도전해서 뭘 보여줬을 때 더 큰 게 올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라고 말했다.

평소 본인 스타일대로라면 '막가리' 같은 댄스곡을 부를 일이 없었을 거라는 용호는 "내가 불러보지 않은 노래에서도 나는 '나'를 보여야 한다는 걸 이번 계기로 느겼다. 내가 준비가 돼 있었다면 어떤 노래가 왔어도 잘했겠지. 다른 분들도 다 똑같은 상황인 거다. '막가리'로 트롯 인생에서 큰 걸 얻었다. 어떤 곡이 와도 잘 소화할 실력을 만들어놔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밝혔다.

비록 '미트2'에서는 탈락했지만 프로그램 들어가면서 정한 목표 세 가지는 전부 이뤘다. 하나는 예선에 통과하는 것이었다. 용호는 "'미트2' 지원자가 엄청 많다고 들었는데 예선 안에 들어가는 게 하늘의 별따기였다. 여기 안에만 들어가자 했고, 되니까 '올 하트'만 받으면 소원이 없겠더라. 마지막은 '올 하트' 받는 게 방송에 나가는 거였다"라며 "이거면 됐다.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었다"라고 말했다.

가수 용호. 킹덤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장 중요한 목표는 '올 하트'였다는 용호는 "제가 데뷔한 지 1년이 좀 넘었다. 저보다 더 길게 고생하고 트로트 하시는 분들이 있다. 무명도 길고 어떤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저라는 사람은 정말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너무 욕심을 많이 갖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요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고, 어차피 더 올라갔어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으로 가수가 되어야겠다고 회사를 그만둔 게 2021년 4월이고, 금세 기획사의 영입 제안을 받았다. 이른바 '연습생' 기간을 9~10개월 정도 거쳐 2022년 1월 자기 이름으로 첫 곡 '당신인가요'를 내 정식 데뷔했다. 거기에 '미스터트롯2'에도 출연했다. 지금이 2023년 3월이니 짧은 시간에 큰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제 트로트 도전의 길에서 이것('미트2')만큼 이슈가 될 만한 방송이나 나를 알릴 기회가 물론 올 수도 있지만 쉽지는 않겠죠. 트로트 가수 용호라는 사람을 보여준 게 10%? 아직도 90%나 보여줄 게 남았어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노래를 보여주고 싶은 게 제 목표고요. 얼마 전 '오늘도 청춘'이라는 신곡을 발매했는데 이 노래가 제 지금까지 얘기가 다 담겨 있는 신나는 곡이에요. 앞으로 용호라는 가수가 더 알려지도록 가리지 않고 무대에 서고 싶어요. 많이 차려진 무대보다 몸이 불편하셔서 무대까지 못 오시는 분들을 위해서 요양원 등 그런 곳에서 무대도 많이 해 보고 싶어요."

'미스터트롯' 다음 시즌 출연 계획이 있는지 물었더니 "제작진이 저를 쓸 수 있게 만들 방법을 이미 다 생각해놨다. 예선 안에 들어가는 게 제일 힘들어서 거기에 들어가는 게 신의 한 수다. 저는 벌써 다 준비해놨다"라고 여유 있는 답을 내놨다. 그러면서 "제가 준비한 정통 트로트가 있다. 제 강점인 중저음을 살린 감성 있는 노래를 사실 하나도 못 보여줬다. '얘가 트로트 잘하네?'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준비 많이 했고 많이 늘었다는 반응을 듣고 싶다"라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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