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의 여우'와 '초보 감독'의 지략 대결, 전광인 부재가 관건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사진 왼쪽),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사진 오른쪽). 한국배구연맹
'코트의 여우'라 불리는 현대캐피탈 최태웅(47) 감독과 '초보 사령탑' 한국전력 권영민(43) 감독이 2022-2023시즌 포스트 시즌 플레이오프(PO)에서 지략 대결을 펼친다.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은 24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도드람 2022-2023 V리그' 3전 2선제 PO 1차전을 치른다. 현대캐피탈은 정규 리그를 2위로 마쳐 PO에 선착했고, 한국전력은 준PO 단판 승부에서 우리카드를 잡고 PO에 올라왔다.

권영민 감독은 올 시즌 한국전력 지휘봉을 잡고 처음으로 봄 배구를 경험하고 있다. 첫 시즌부터 팀을 4위에 올려놓으며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준PO에서 우리카드를 꺾고 PO 진출까지 이뤄냈다. 데뷔 1년 차인 권 감독에겐 '초보 감독'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지만 그는 PO 진출에 성공한 뒤 "이제 초보 감독이 아니지 않나"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PO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다. 선수 시절부터 감독이 된 지금까지 상대의 허를 찌르는 플레이로 '코트의 여우'라 불리고 있는 최태웅 감독과 맞붙게 됐다. 최 감독은 올 시즌에도 다양한 변칙 전술을 선보인 바 있다.

2015-2016시즌부터 지도자로 전향해 현대캐피탈을 이끌고 있는 최 감독은 어느덧 8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정규 리그 우승 2회, 챔피언 결정전 우승 2회 등 화려한 경력은 물론 지난 시즌 최하위로 추락하는 등 온갖 풍파를 겪어왔다.
 
두 감독은 주안초-인하부중-인하부고를 함께 다닌 선후배 사이다. 프로에서는 2010-2011시즌부터 2014-2015시즌까지 한솥밥을 먹었다. 2년 후배인 권 감독이 최 감독에 대해 "초등학교 때 최태웅 감독님께 처음 배구를 배웠다"고 말할 정도로 두 감독의 인연은 깊다.

지난 9일 6라운드에서 만난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 한국배구연맹
최 감독은 지난 2019-2020시즌 이후 리빌딩을 선언했다. 2020-2021시즌 6위, 2021-2022시즌 7위에 머무는 등 극심한 성장통을 겪었지만 마침내 올 시즌 리빌딩이 빛을 발했다. 비록 대한항공에 정규 리그 1위를 내줬지만 최하위에서 2위까지 성적을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리빌딩을 통해 선수단의 평균 나이를 대폭 낮췄다. 허수봉(25), 박경민(24), 홍동선(22) 등 젊은 선수들이 팀의 주축으로 성장했고, 신인 이현승(22)까지 주전 세터로 성장했다. 여기에 오레올(37), 최민호(35), 전광인(32) 등 베테랑들의 노련함까지 더해 탄탄한 신구 조화를 이뤘다.

이에 맞서는 한국전력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올 시즌 팀 득점 1위(3,306점), 공격 성공률 2위(52.30%)로 날카로운 창을 뽐내고 있다. 외국인 선수 타이스가 득점 2위(882점)로 공격을 이끌고 있고, 미들 블로커 신영석이 블로킹 1위(세트당 0.78개)로 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준PO에서 한국전력에 덜미를 잡힌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엄지를 치켜세웠을 정도다. 신 감독은 "한국전력은 각 포지션에서 좋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충분히 챔피언 결정전까지 갈 수 있을 전력"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9일 6라운드에서 만난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 한국배구연맹
올 시즌 정규 리그 상대 전적은 한국전력이 4승 2패로 우세했다. 특히 최근 후반기 4~6라운드를 내리 잡아내며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최 감독은 당시의 열세에 대해 "그때는 높이에서 상대에 밀렸다"면서 "아무래도 위기 때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잘 넘어가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고 짚었다. 권 감독은 "최근에는 우리에게 고전했지만 PO 단골 팀이고, 우리는 이제 2년 연속 올라왔을 뿐"이라며 "정규 리그의 승리는 잊었다. 선수들에게 무조건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 감독의 지략 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권 감독은 "최 감독님께서 워낙 전술에 뛰어나신 분이라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당황하지 말고 우리 것만 하자고 했다"면서 "전략을 똑같다. 오레올을 겨냥한 목적타를 주문했고, 나쁜 토스가 올라오면 블로킹을 잡고 경기를 가져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최 감독은 오레올을 전위, 홍동선을 후위 아웃사이드 히터에 배치했다. 미들 블로커는 허수봉에 맡겼다. 그는 "오레올의 포지션을 바꾸고, 타이스를 막는 데 치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발목 부상으로 이탈한 현대캐피탈 전광인. 한국배구연맹
현대캐피탈은 주포 전광인의 부재가 아쉽다. 전광인은 지난 9일 한국전력과 6라운드 경기에서 발목을 다쳐 3~4주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이날 PO에서 맞붙을 한국전력 서재덕과 충돌해 부상을 입은 것.

권 감독은 전광인의 부재에도 경계심을 늦추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찬스이긴 하지만 (전)광인이가 없다고 우리가 쉽게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선수들이 쉽게 생각할까 봐 경각심을 줬다. 누가 들어오든 우리 걸 해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전광인 대신 베테랑 문성민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는 문성민을 선발로 내세우게 된 배경에 대해 "최근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고, (전)광인이가 빠지면서 코트에 경험이 많은 선수가 필요해졌다"면서 "선수들이 광인이가 빠져 불안해했다. 그 우려를 지워주기 위해 문성민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문성민은 이날 아포짓 스파이커로 경기를 시작한다.

역대 남자부 PO 1차전 승리 팀의 챔피언 결정전 진출 확률은 무려 88%(총 17회 중 15회)에 달한다. 어느 팀이 챔피언 결정전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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