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상치 않은 막내의 '똘끼', 그래서 우승 주역 됐다 "원래 잘 안 떨어요"

한국도로공사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 주역으로 활약한 신인 이예은. 한국배구연맹
프로배구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의 리버스 스윕 기적은 신인 선수의 손끝에서 시작됐다. 아웃사이드 히터 이예은(19·175cm)의 날카로운 서브가 없었다면 우승을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5전 3선승제 챔피언 결정전에서 도로공사는 흥국생명에 1, 2차전을 내주고 궁지에 몰렸다. 하지만 3차전부터 3경기 연속 승리를 거둬 짜릿한 역전 우승을 일궜다. 역대 1, 2차전에서 진 팀은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도로공사가 이를 뒤집고 기적의 리버스 스윕을 달성한 것이다.

도로공사가 승리 없이 2패를 떠안고 나선 3차전, 여기서 패배할 경우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다. 하지만 이때 원 포인트 서버로 나선 이예은의 깜짝 활약이 승부를 뒤집었다. 예리한 서브로 흥국생명의 리시브 라인을 무너뜨려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이예은은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도로공사에 입단했다. 정규 리그에서는 5경기 무득점으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챔피언 결정전이라는 큰 무대에서 오히려 더 당찬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진가를 뽐냈다.

이예은은 데뷔 첫 시즌부터 우승의 깜짝 카드로 활약했지만 아직 얼떨떨한 듯했다. 24일 인천 중구 영종도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인천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한항공·한국도로공사 우승 합동 축승회에서 만난 그는 "기분이 이상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우승을 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면서 "지인들의 연락을 받고 조금씩 실감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3차전에서 원 포인트 서버로 투입된 데 대해서는 "솔직히 내가 투입될 줄 몰랐다. 들어가서 그런 활약을 펼칠 줄도 몰랐다"고 떠올렸다. 이어 이예은은 "신인인데 떨지 않고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서브를 시도하는 이예은. 한국배구연맹
올 시즌 프로 무대에 첫 발을 내딘 만큼 힘든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하키 선수 출신인 아버지 이세인 씨가 이예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이예은은 "아버지도 운동을 하셔서 나를 이해해주시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면서 "흔들리거나 힘들어하면 아버지가 잡아주신다. 아버지와 함께 있는 시간이 편하다"고 말했다. 우승 뒤 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예은과 그의 아버지가 장난스러운 세리머니를 하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날 축승회에 함께 참석한 입단 동기 공은서(19)와 임주은(20)은 이예은을 '똘끼(돌아이 기질) 있는 선수'라고 표현했다. 큰 경기에 나서도 긴장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에 선배들 사이에서 '금쪽이'라 불리며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에 이예은은 "솔직히 똘끼가 없다고는 못하겠다.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라며 "감독님도 '또라이'(돌아이)라고 하시고 다른 분들도 많이 말씀하신다"고 웃었다. 이어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 다른 신인들과 다른 것 같다. 학창 시절부터 긴장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이예은의 다음 시즌 목표는 주전 도약이다. 그는 "KOVO에서 감독님의 눈도장을 찍고 코트에서 팬들과 자주 만나고 싶다"고 각오를 다진 뒤 "원 포인트 서버 말고요"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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