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9개로 KKK' 위기 넘긴 안우진 "시작부터 해야 하는데"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안우진. 노컷뉴스
역전 위기의 순간 에이스의 위력적인 투구가 빛을 발했다. 안우진(24·키움)이 에이스 본능을 발휘해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안우진은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과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6피안타 7탈삼진 1볼네 2실점을 기록했다. 팀의 7 대 3 승리에 기여하며 시즌 3승(2패)째를 수확했다. 
 
총 투구수 99개 가운데 직구가 57개로 가장 많았고 최고 구속은 158km를 찍었다. 슬라이더 20개, 커브 14개, 체인지업 8개 등 변화구도 고루 던졌다.
 
직전 등판이었던 지난 12일 고척 NC전에서 투구수가 무려 110개에 달했지만 안우진에게 지친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경기 후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소 실점으로 6회까지 책임졌다"면서 "에이스답게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했다"고 칭찬했다. 
 
1회초부터 두산 타선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안우진은 35개의 공을 던지는 등 투구수 관리에 애를 먹었다. 특히 2사 1, 2루에서 만난 호세 로하스와 13구째까지 대결을 벌였다. 
 
안우진은 결국 로하스에게 적시타를 내주며 선취점을 허용했다. 이후 허경민을 내야 땅볼로 처리하고 나서야 길었던 1회를 마칠 수 있었다. 
 
경기 후 안우진은 로하스와의 대결을 복기했다. 2스트라이크에서 직구를 고집했던 그는 "직구를 던지면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졌다"면서 "자꾸 파울을 치기에 평소보다 조금 느리게 던졌는데 그게 앞에서 걸렸다. 타자가 잘 친 것"이라고 떠올렸다.
 
키움은 곧바로 1회말 에디슨 러셀의 2타점 적시타로 승부를 뒤집었다. 타선의 지원을 받은 안우진은 이후 4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다.
 
5회 위기 넘긴 안우진. 연합뉴스
하지만 3 대 1로 앞선 5회초 안우진은 다시 위기를 맞았다. 선두 장승현과 이유찬에게 잇따라 안타를 내준 뒤 무사 2, 3루에서 정수빈에게 적시타를 허용했다.
 
1점 차로 쫓기며 역전 위기에 몰렸지만 안우진은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했다. 후속 타자 3명(박계범, 양의지, 양석환)을 연속 3구 삼진으로 처리하는 위력을 뽐냈다. 이는 역대 KBO리그 14번째 세 타자 연속 3구 삼진이었다.
 
진기록을 달성한 안우진은 "던질 때는 전혀 몰랐다"고 떠올렸다. 이어 "박계범과 양의지 선배에게는 병살타를 유도하고자 했고, 양석환 선배도 작년에 홈런 맞은 경험이 있어서 경계하며 던졌다"고 설명했다.
 
박계범을 커브로 처리한 안우진은 "낮게 던지려고 했는데 스트라이크가 됐다. 운이 좋았다"고 웃었다. 양석환을 직구로 잡은 것에 대해서는 "2스트라이크에서 변화구를 던질 거라 생각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삼진 7개를 추가하며 이 부문 리그 1위(73개)를 굳힌 안우진은 3연속 3구 삼진에 대해 "그건 이닝을 시작하자마자 해야 하는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1회부터 내용이 안 좋아서 그런지 차분하게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3연속 3구 삼진을 잡아낸 뒤) 세리머니를 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원래 잘 하지 않는 편"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좀처럼 승운이 없던 안우진은 3경기 만에 시즌 3승(2패)째를 수확했다. 그는 "1회초는 힘들었지만 1회 말에 타자들이 역전해줘서 '정신을 많이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내가 내려온 뒤 추가점을 내준 타자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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