첸백시 측, SM에 정산자료 '제공'해 달라고 일관되게 요구한 이유

왼쪽부터 엑소 첸, 시우민, 백현. 엑소 공식 페이스북
그룹 엑소(EXO)의 첸(김종대), 백현(변백현), 시우민(김민석) 측이 2차 입장을 내어, SM엔터테인먼트는 아티스트에게 정산자료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이를 지키지 않아 결국 전속계약 해지에 이르게 됐다고 강조했다. SM이 말한 '열람'은 '제공' 의무를 다한 것이 아니며, 특히 외부 세력을 언급한 것은 이미 성인이 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아티스트의 의사를 무시한 것이고, '정산자료 요구'라는 정당한 요구를 SM이 회피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첸, 백현, 시우민(이하 '첸백시') 측은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린의 이재학 변호사를 통해 2차 입장문을 2일 발표했다. "아티스트와 법률대리인은 일관되게 정산자료 제공을 요청했지만 SM이 끝내 거부해 전속계약 해지 통보에 이른 것이 사건의 핵심이자 실체"라는 입장이다.

첸백시 측은 첫 번째 입장문에서도 '정산자료 제공'을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SM이 거부해 전속계약 해지에 이르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두 번째 입장문에서는 SM이 말한 '열람'과, 첸백시 쪽이 요구한 '제공'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SM 주장의 대전제는, 정산자료를 '열람'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으로 SM의 의무이행은 다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속계약서상 정산자료는 '제공'하는 것으로 약정되어 있다. 따라서 단순히 보여 주는 행위인 '열람'으로 의무이행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SM과 아티스트들이 체결한 전속계약서 제14조 제5항은 '갑(SM)은 정산금 지급과 동시에 다음 각호의 정산자료를 을(아티스트)에게 제공하여야 한다. 을은 정산자료를 수령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정산내역에 대하여 공제된 비용이 과다 계상되었거나 을의 수입이 과소 계상되었다는 등 갑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갑은 그 정산 근거를 성실히 제공하여야 한다'라고 나타나 있다.

이 변호사는 "따라서 자료는 '열람'이 아니라 '제공'되어야 하는 것이며, 30일이라는 이의기간도 자료를 '수령'한 날로부터 기산한다. '열람'한 날부터 기산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SM과 아티스트가 2014년 추가한 합의서 제4조에도 '갑은 을에게 제2조 및 제3조에 따른 정산금액을 지급할 때 그 근거자료를 함께 제공한다(제1항), '갑은 전속계약에 따라 매 6월마다 1회 을에게 상세 정산자료를 제공해야 하고 을은 이에 대하여 갑에게 설명을 요청할 수 있다'(제2항)라는 규정이 나타나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자료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과 '열람'만 하도록 하는 것은 아티스트들의 알 권리 및 재산권 보호의 차원에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정산자료는 SM의 지배영역에 있는 자료인데, 단순히 와서 보라는 것으로 어떻게 그 내역이 제대로 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인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자료를 수령한 날로부터 30일간의 검토 기간을 부여해, 아티스트가 자료를 이 30일 동안 충분히 검토하고 이의가 있다면 이의를 제기하라는 게 전속계약서 제14조 제5항에 명시돼 있다고도 전했다.

이 변호사는 "30일 동안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하도록 약정한 것이 정산자료인데, 와서 눈으로 보고 가라고 하는 것은, '여하간 우리는 자료를 보여 주긴 했으니 할 도리는 한 것 아니냐'는 SM의 주장은 결국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라며 "이러한 SM의 저의를 짐작할 수 있었기에, 저희로서는 더더욱, '제공'받기를 포기하고 '열람'에 응하는 것으로 타협할 수는 없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표준계약서에도 '갑은 을의 요구가 있는 때에는 정산금 지급과 동시에 정산자료를 을에게 제공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점을 들어, "근본적으로 아티스트들 본인들이 활동하여 올린 성과에 대해 자료를 달라는 것에 대해 영업비밀 침해 운운하면서 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전속계약을 어기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SM 측이 정산자료 '열람'이 가능한데도 이를 첸백시 측이 거부했다고 한 것을 두고는 첸백시 측이 "처음부터 일관되게 정산자료의 '제공'을 요구"했다며 "SM의 주장은 전속계약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으로 저희가 수용할 수는 없었고, 이와 같은 양측의 입장은 결국 좁혀지지 않았으므로, 아티스트들과 당 법률대리인은 판례에 따라 전속계약 해지를 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알렸다.

이 변호사는 2020년 1월 31일 선고된 2019나2034976 판례를 들어 "전속계약은 고도의 신뢰 관계를 기초로 하는 것으로, 소속사가 정산자료 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연예인은 수익 정산과 관련하여 검토를 하고 소속사에 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전속계약상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바, 정산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전속계약 해지 사유"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올해 4월 완전체 팬 미팅을 연 그룹 엑소. 엑소 공식 페이스북
또한 이 변호사는 △SM의 외부 세력 개입 주장은 아티스트의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본질을 회피하고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허위 사실이고 △전속계약서상 정산자료는 '제공'하는 것이어서 '열람'으로 의무 이행을 다 한 게 아니며 △최소한의 합리적인 정도를 초과해 아티스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초장기 전속계약을 맺은 것은 문제라고 짚었다.

이 변호사는 "제3의 외부 세력을 운운하는 SM의 공식 자료를 접한 아티스트들의 심경은 매우 참담하다. 아티스트들을 바라보는 SM의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난 듯하여 더욱 처참한 마음이 든다"라며 "저희 아티스트들은 분명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의 결정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성인이다. 그리고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주체다. 십 수년간 의구점이 있었고, 신인 때는 감히 말도 꺼내지 못했던 질문을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에 이처럼 스스로 두렵고도 힘든 용기를 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산자료 요구 등 본인들의 권리를 찾겠다는 결심은 저희 아티스트들이 오랜 고민과 고뇌를 거듭한 끝에 스스로 한 것이지 어떤 세력이 개입하여 한 것이 결단코 아니다. 나아가 SM은 저희 아티스트들에게 이중계약을 체결하거나 시도한 것이라는 주장을 하시는데, 백현, 첸, 시우민 3인은 현재 SM과 체결된 기존 전속계약 이외에 어떠한 다른 전속계약도 체결하거나 시도한 바가 없다. SM은 허위의 주장을 삼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12~13년이라는 전속계약을 맺은 후, 후속 전속계약을 통해 각각 최소 17~18년 이상의 계약 기간을 주장하는 SM의 처사가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참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에서는 계약기간을 7년으로 한다.

이 변호사는 '본 계약은 … 부터 5년간으로 한다. 단 동 기간 내에 제4조 제4항에 정한 최소 수량의 앨범을 발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이를 이행하는 시점까지 본 계약 기간은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한다'라고 나온 후속 전속계약 제5조 제1항이 아티스트에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소개했다.

이 변호사는 "앨범의 발표 수량을 다 채울 때까지, 그것도 상한선도 없이, 계약 기간이 자동 연장된다는 조항은 명백히 노예 계약이며, 당 법률대리인은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함을 지적한 것이고, 아티스트들도 뜻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라며 첸백시 측이 이 부분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알렸다.

마지막으로 "저희 아티스트들은 SM과의 전속계약을 해지하더라도, 다른 엑소 멤버들과 함께 엑소 활동을 성실하게 계속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번 전속계약 해지 전에 SM과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도, 백현, 첸, 시우민이 SM을 떠나더라도 엑소 활동은 함께 하는 협상안을, 아티스트 측에서 선제적으로 제시"했다며 "향후 어떤 형태로 법적 문제가 마무리가 되든 간에 엑소라는 팀으로서의 활동은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계속해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앞서 첸백시는 1일 법무법인 린을 통해 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올해 3월 21일부터 최근까지 SM에 7차례에 걸쳐 내용증명을 발송했고, 투명한 정산자료 및 정산 근거 사본을 거듭 요청했으나 SM이 끝내 자료 사본을 제공할 수 없다고 해 전속계약 해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에 SM 측은 첸백시의 전속계약 해지 통보에 외부 세력이 끼어있다며 "해당 외부 세력은, 아티스트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전혀 없음에도, 유언비어, 중상모략과 감언이설 등으로 당사 소속 아티스트가 잘못된 판단을 하고 전속계약을 위반하거나 이중계약을 체결하도록 유인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후 2차 입장에서는 정산자료는 언제든 열람이 가능하기에 첸백시의 '사본' 제공 요구에는 다른 목적이 있다고 바라봤고, 기존 전속계약 및 신규 전속계약도 표준전속계약서에 의거한 계약으로 정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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