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퍼포먼스·A&R 팀이 말하는 '아티스트' BTS

BTS 데뷔 10주년 ⑤·끝 - 이병은 퍼포먼스 디렉터와 A&R 부서 담당자 인터뷰

2017년 11월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 당시 방탄소년단의 모습. 황진환 기자
올해 6월 13일 데뷔 10주년을 맞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데뷔 때부터 '하고 싶은 말'이 명확한 음악과 무대를 꾸준히 선보였다. 틀에 박힌 꿈을 주입하는 어른들에게 대항하며 "억압만 받던 인생 네 삶의 주어가 되어 봐"라고 하는 데뷔곡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부터 이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하나의 주체로서 노래했다.

'고민보다 고(Go)' '낫 투데이'(Not Today) '상남자'(Boy In Luv) '마이크 드롭'(MIC Drop) '아임 파인'(I'm Fine) '아이 니드 유'(I NEED U) '피 땀 눈물' '페이크 러브'(FAKE LOVE) '디엔에이'(DNA) '불타오르네'(FIRE) '아이돌'(IDOL) '봄날' '온'(ON) '다이너마이트'(Dynamite) '버터'(Butter)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등 다양한 장르와 메시지를 담은 곡을 발표해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데뷔 초부터 '무대 잘하는 팀'으로 평가받은 것은 물론이다.

CBS노컷뉴스는 그동안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다이너마이트' 등 방탄소년단의 대표곡 작업에 함께한 빅히트 뮤직 퍼포먼스 디렉팅 팀의 이병은 디렉터(이하 '이병은')와 A&R(Artist and Repertoire, 아티스트 발굴 및 아티스트에게 맞는 곡 수급·제작·계약 등에 관여하는 부서) 담당(이하 '빅히트 뮤직')에게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퍼포먼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이루어졌고, 답변자는 별도 표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14년 2월 미니앨범 '스쿨 러브 어페어' 발매 쇼케이스 당시 방탄소년단이 무대를 선보이는 모습. 황진환 기자
1. 올해 10주년을 맞은 방탄소년단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이병은 : 방탄소년단을 표현할 수 있는 한마디 역시 '방탄소년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체 불가능한 아티스트' 그 자체라는 의미에서요.

2. 데뷔 전이나 데뷔 당시 정했던 방탄소년단 음악과 퍼포먼스 방향성(예 : 우리는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퍼포먼스를 보여주겠다)과 목표가 있다면 무엇이었는지, 달성도는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이병은 : 데뷔 초에는 퍼포먼스적으로 힙합을 베이스로 한 방향성이 강했습니다. 초기를 지나서도 '마이크 드롭' '디오니소스'(Dionysus) 등 여전히 힙합을 베이스로 하되 좀 더 발전된 퍼포먼스를 시도했고, 지금은 힙합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방향성과 목표 달성의 정도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90%라고 생각합니다. 채워지지 않고 만족스럽지 않은 10%의 여백이, 지속적으로 과감한 시도를 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3. 방탄소년단은 '학교 3부작'을 시작으로 청춘 2부작 '화양연화', 유혹을 주제로 한 '윙스'(WINGS) 시리즈,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전한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시리즈 등 고유한 세계관이 담긴 연작을 선보여 특히 호평을 받았습니다. '세계관'과 '연작'이라는 형태가 앨범 제작과 활동 방향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 이 두 가지를 소화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부분이나 어려웠던 부분, 혹은 만족하거나 뿌듯했던 부분이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더 좋습니다.

이병은 : 이어지는 메시지를 음악과 퍼포먼스에 녹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오로지 퍼포먼스를 위한 허구적 세계관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담았던 부분이었기에, 제작에 필요한 모든 과정에서 아티스트와 논의하는 것은 필연적이었습니다. 작은 제스처 하나에도 안무의 톤 앤드 매너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동작의 디테일 하나하나 신경 쓰면서 제작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안무들이 여러분들이 보신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두 번째 영어 디지털 싱글 '버터'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 당시 방탄소년단. 박종민 기자
4. 코로나 기간에는 '다이너마이트'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등 희망과 평화를 바라는 영어 싱글을 꾸준히 발표했고, 스페셜 앨범 '비'를 통해서도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런 유례없는 시기를 거치면서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생긴 '변화'와, 그런 변화를 택한 이유에 관해 듣고 싶습니다.


빅히트 뮤직 : 음악만 놓고 보면 장르나 스타일적으로 '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행보가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이고, 그 정체성은 변함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한계에 부딪혀도 꾸준히 도전하고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으려는 멤버들과 스태프의 피, 땀, 눈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변화를 택했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5. 방탄소년단과의 작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일화가 궁금합니다. 즐거웠거나, 쉽지 않았거나, 보람찼거나… 어떤 내용이든 좋습니다.

이병은 : 누구나 그랬겠지만, 팬데믹 시기가 여러모로 쉽지 않았습니다. '온' 퍼포먼스의 경우 영혼을 갈아 넣으며 준비했는데 팬분들과의 대면 무대를 할 수 없게 돼서 아티스트와 스태프 모두 힘이 빠지는 순간이었어요. 그 뒤로 한동안은 무대들도 거의 사전녹화로만 진행됐고, 관객 없이 카메라 앞에서만 퍼포먼스를 했기 때문에 피로도가 더 높았던 것 같습니다.

6. 1번 질문에서 '초기의 방탄소년단' 음악, 퍼포먼스의 방향성을 여쭸는데, 지금 방탄소년단은 어떤 음악과 퍼포먼스를 하는 그룹이라고 바라보나요?

이병은 : 특정한 장르를 추구하는 게 아닌 '아티스트'나 '뮤지션'이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7명으로 구성된 그룹이기에 전에도 그랬고, 현재도, 앞으로도 하나의 방향성을 추구하기보다는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 줄 수 있는 그룹이라고 생각합니다.

2018년 멜론뮤직어워드 '페이크 러브'와 '아이돌' 무대 방탄소년단 포커스 '방탄 밤' 캡처
7. 방탄소년단 하면 '무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음악방송, 콘서트, 팬 미팅 등을 아울러 '이것이 방탄소년단이다' 하고 느낄 수 있는 무대가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복수 응답도 좋습니다.


이병은 : 개인적으로는 매년 열리는 연말 시상식 무대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2018년 '멜론뮤직어워드'(MMA)에서 펼쳤던 무대가 레전드 퍼포먼스였다고 생각합니다

8. 방탄소년단은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스스로 해내는 멤버도 있고 멤버들의 참여도도 높은 편입니다. 선곡, 녹음을 포함한 앨범 제작 등 '본업'을 대하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빅히트 뮤직 : 앨범 제작은 멤버들의 '본업'인 동시에 아티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조각'입니다. 방탄소년단은 작사, 작곡, 프로듀싱이 가능한 팀이다 보니 멤버 모두가 높은 기준과 열정을 갖고 앨범 제작에 참여합니다. 이들은 또한 특정 음악이나 스타일에 매몰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이러한 노력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열정이기 때문에 참여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꾸준히 해 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9. 방탄소년단은 멤버 전원이 솔로곡을 발표할 정도로 개인으로서도 음악 활동을 해나가고 있는데요. 그룹 앨범(이나 곡)을 기획·제작할 때와 솔로 앨범(이나 곡)을 기획·제작할 때의 차이를 두는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반대로 그룹이든 솔로든 작업 과정에서 일관되게 지켜내려고 하는 부분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빅히트 뮤직 : 음악에 대한 높은 기준과 열정은 단체나 솔로 활동 모두 같다고 봅니다. 다만, 솔로 작품을 기획, 제작할 때는 자기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각자의 취향과 성향이 앨범 기획, 제작 단계에 담긴다고 생각합니다. 단체보다는 혼자서 챙겨야 할 게 많은 만큼 어느 때보다 디테일에 신경을 더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러브 유어셀프 승 허'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 당시 방탄소년단. 황진환 기자
10. A&R, 퍼포먼스 부서와 방탄소년단 멤버들 간의 합을 점수로 표현한다면 몇 점을 줄 수 있을까요? 그렇게 생각한 이유도 알려주세요.


이병은 : 90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무를 제작할 때 멤버들과 긴밀하게 의견을 나누며 조율합니다. 후에 모니터링할 때 보면 항상 아쉬운 부분과 여백이 보이더라고요. 이 여백이 항상 나머지 10점이 되는 것 같습니다…

빅히트 뮤직 : 만점이라거나, 점수를 매길 수 없다고 쉽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계속 만들어 나가는 게 '합'이라고 생각합니다.

11. 앞으로 방탄소년단과 함께 도전해 보고 싶은 음악적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빅히트 뮤직 :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모두의 현실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은 앨범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은 솔로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데, 다시 단체로 돌아왔을 때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컴백을 만들어 보고 싶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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