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에 집착한 女 배구 감독, 부상 없는 에이스 외면했다

여자 배구 대표팀 주장 박정아. 연합뉴스
전패 위기에도 에이스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부상인 줄 알았지만 컨디션에는 문제가 없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29일 경기도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3주차 두 번째 경기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세트 스코어 0 대 3(18-25, 18-25, 16-25)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대회 개막 후 승리 없이 10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이제 대회 종료까지 단 2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FIVB 세계 랭킹 34위인 한국은 다음 달 1일 중국(5위), 2일 폴란드(8위)를 차례로 상대하는데 모두 강 팀이라 승리를 예상하기 어렵다. 지난해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전패의 수모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 한국은 지난 2021년부터 VNL에서 25연패를 기록 중이다.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주장 박정아(30·페퍼저축은행)가 결장해 의문을 자아냈다. 박정아는 지난 1주차 경기에서 가장 많은 득점(27점)을 책임졌다. 하지만 2주차에는 컨디션 난조로 많은 세트를 소화하지 못했고, 지난 27일 열린 3주차 첫 경기 불가리아전에서도 4세트에 뒤늦게 코트를 밟았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선 아예 출전하지 않았는데 세자르 감독은 "박정아는 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대회 첫 승이 간절한 상황이었음에도 에이스를 출전시키지 않았다는 것.
 
아쉬워하는 한국 선수들. 연합뉴스
박정아 없이 경기에 나선 대표팀은 도미니카공화국에 완패를 당했다. 공격 득점(29-48), 블로킹(3-10), 서브(3-5) 등 주요 공격 지표에서 모두 열세를 보였다. 범실은 도미니카공화국(12개)보다 5개 많은 17개를 쏟아냈다.
 
세자르 감독은 박정아를 출전시키지 않은 이유에 대해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VNL 이후 열릴 아시아선수권, 올림픽 예선, 아시안게임 등 명단을 구성하기 전 확인할 부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VNL 첫 승보다 향후 출전할 대회를 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이번 대회 역시 최종 목표인 2024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한 과정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세자르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강조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다현(21·현대건설), 정지윤(21·현대건설), 이주아(22·흥국생명) 등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출전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연패가 길어지고 있는 만큼 선수들은 자신감을 잃을 수밖에 없다. 분위기가 계속 가라앉고 있는 가운데 세자르 감독은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해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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