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여제' 김가영(하나카드)이 또 한번의 프로당구(PBA) 역사를 썼다. 여자부 최초로 '퍼펙트 큐'를 달성했다.
김가영은 6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실크로드&안산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16강전에서 '팀 동료' 사카이 아야코(일본)를 상대로 마지막 3세트 첫 이닝에서 9점을 몰아쳤다. 한 이닝에 모든 득점을 기록하는 퍼펙트 큐를 완성했다.
여자부 최초의 퍼펙트 큐다. 김가영은 'TS샴푸 퍼펙트큐' 상금 1000만 원까지 거머쥐었다. 'TS샴푸 퍼펙트큐'는 매 대회 세트제 경기에서 상대 점수와 이닝에 관계 없이 한 이닝에 세트의 모든 득점을 이룬 첫 번째 선수에게 주어진다.
그동안 남자부에서는 26번의 퍼펙트 큐가 나왔다. 그러나 장타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여자부에서는 아깝게 퍼펙트 큐가 무산되는 경우가 적잖았다.
이런 가운데 김가영이 여자부 최초 퍼펙트 큐를 달성하며 여제의 위엄을 뽐냈다. 김가영은 여자부 다승 공동 1위(5회)를 달리고 있다. 또 남녀부 통틀어 최다인 10회 결승 진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김가영은 사카이와 세트 스코어 1 대 1로 맞선 3세트 위력을 발휘했다. 사카이가 선공에서 2점을 얻은 뒤 배턴을 이어받은 김가영은 끌어치기 옆돌리기로 대기록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옆돌리기와 횡단 샷 등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한 김가영은 마지막 뒤돌리기로 9점 고지를 밟아 승리와 여자부 최초의 퍼펙트 큐를 자축했다.
경기 후 김가영은 "얼떨떨하다. 언젠가는 나올 기록일 텐데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면서 "골프의 홀인원 같은 느낌"이라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승을 숱하게 해도 홀인원을 한번도 못하는 선수도 있지 않나"면서 "실력 이외에도 많은 것들이 따라 줘야 할 수 있는 기록인데 상금보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너무 좋다. 우승만큼 값지다"며 활짝 웃었다.
김가영은 "7점 이후 8점째를 위한 옆돌리기를 시도할 때, 충돌(키스)이 신경쓰였다"면서 "높은 정확도가 필요한 공이었는데, 성공시켜 너무 뿌듯했고, 8점 이후의 배치 역시 실수가 없는 한 퍼펙트 큐를 성공할 수 있겠다는 감이 왔다"고 돌아봤다. 이어 "무엇보다 행운의 샷 없이, 뱅크 샷 없이 정확하게 한 득점, 한 득점을 쌓아나간 기록이라 더욱 뜻깊다"고 강조했다.
8강에 선착한 김가영은 7일 용현지(하이원리조트)와 4강 진출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다른 8강에선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장혜리, 강지은(SK렌터카)-전지우, 임정숙(크라운해태)-김다희가 대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