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뛸 수 있을 때까지" 女 배구 최고령 선수의 위대한 도전

정대영. GS칼텍스
프로배구 여자부 최고령인 GS칼텍스 미들 블로커 정대영(41·185cm)은 딸과 함께 코트를 누빌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정대영은 2022-2023시즌을 마친 뒤 은퇴를 고민했지만 이적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한국도로공사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이끈 뒤 FA(자유계약선수)로 풀려 GS칼텍스에 새 둥지를 텄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뛴 친정팀으로 9년 만에 돌아온 것.

은퇴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원점으로 돌아간 과감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정대영의 이적에는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GS칼텍스는 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일본 이바라키현 히타치나카시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정대영은 새로운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익숙하고 편안한 생활을 포기하고 낯선 환경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정대영은 "GS칼텍스와 계약하기까지 많이 고민했다"면서 "40대 나이에 익숙한 환경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이적 배경을 설명했다. 정대영은 "배구 선수뿐 아니라 모든 선수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은퇴를 앞둔 선수도 FA 자격을 얻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전했다.

정대영(오른쪽)과 딸 김보민 양. GS칼텍스
특히 본인처럼 배구 선수의 길을 걷는 딸, 김보민(13·제천여중 배구부)양이 이적 결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대영은 "딸에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보민이는 과묵한 편인데, 내게 대단하다며 응원해 주더라. 딸을 위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20년 이상 선수 생활을 한 탓에 몸엔 성한 곳이 없을 터. 두 무릎 연골은 모두 닳은 지 오래지만 정대영은 "지난 시즌 무릎이 매우 아파서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최근 집중 치료와 관리를 한 덕에 많이 좋아졌다. 앞으로 3년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20살 이상 차이 나는 후배들과 같은 강도의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후배들에게도 '언니'가 아닌 '동료'로 다가갈 정도로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16살이 어린 주장 강소휘는 "소녀 같은 언니"라며 "세대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웃었다. 정대영은 "한국 사회는 너무 나이를 신경 쓰는 것 같다"면서 "어차피 인생은 한 번뿐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한다면 삶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정대영은 몸이 버텨주는 한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가끔 보민이와 프로무대에서 함께 뛰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라며 "현실적으로 힘들겠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보겠다.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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