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은의 첫 장편소설 '도망치는 연인'은 간결한 문장을 통해 우리 시대 청년들이 마주하는 핍진한 현실을 스릴러와 로맨스를 오가는 강렬한 서사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지수와 태오는 지방, 흙수저, 고졸, 편부모 가정, 청년이라는 사회적 범주에 속한 주인공들이다. 소외계층이 겪는 가혹한 현실은 사실적이지만 인물들이 처한 상황에 마냥 공감하고 사회적 문제의식을 자극하는 것은 그들의 사회적 배경만이 아니다.
서울, 금수저, 고학력, 정상가족, 기득권 세대에 해당하는 영인은 타인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합리적이고 교양 있는 부유층이다. 우연한 사고로 지수와 태오의 도움을 받아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고 연인에게도 도움을 되돌려주지만, 지수와 태오는 여전히 지독한 가난 앞에서 매 순간순간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부유한 영인과 가난한 연인의 얽혀가는 실타래 속에 두 삶은 넘어설 수 없는 환경의 격차를 온몸으로 느끼게 할 뿐이다. 작품에서 이러한 간극은 절제된 묘사로 전달된다. 우아하고도 세련된 방식으로 주인공과 독자들이 느끼게 되는 격차와 박탈감은 되레 한없이 야만적이고 노골적이다.
이승은 지음ㅣ창비ㅣ1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