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kt 철강왕 일으킨 어머니의 메시지 "아들만 있으면 돼"

외야수 배정대. kt wiz
올 시즌 초반 힘든 시기를 겪은 kt 외야수 배정대(28)를 일으킨 건 다름 아닌 어머니의 문자 메시지였다.
 
배정대는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과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에 9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홈런 1개를 포함해 4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팀의 5 대 2 승리를 이끌었다.
 
2 대 0으로 앞선 2회초 2사 1루에서 배정대는 시즌 마수걸이 홈런포를 터뜨렸다. 상대 선발 김동주의 3구째 시속 145km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0m짜리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경기 후 배정대는 "타격을 할 때 상체가 먼저 나가서 오늘은 하체로 힘을 쓰는 훈련을 했는데, 그 부분이 무의식 중에 경기 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분이 좋고, 올 시즌 첫 2점 홈런을 친 것도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정대 홈런. kt wiz
시즌 1호 홈런이자 지난해 10월 5일 삼성전 이후 처음 짜릿한 손맛을 본 것. 배정대는 "내가 홈런을 치는 타자는 아니라 오랜만에 홈런을 친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이 없다"면서 "팀이 이기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수비에서도 인상 깊은 장면을 남겼다. 특히 7회말 2사 2루에서 날아온 강승호의 장타성 타구를 전력 질주한 뒤 잡아내 동료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에 배정대는 "오랜만에 잘 잡은 것 같다"면서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원래 타구를 잘 안 보고 쫓아가는 스타일이 아닌데, 강승호의 타구는 안 보고 쫓아갔다가 낙하 지점을 잘 포착해서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당시 마운드를 지키던 손동현은 실점을 막은 호수비를 펼친 배정대에게 따로 고마움을 전하진 않았다. 하지만 배정대는 "투수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게 일인 것처럼 나도 수비나 타석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각자 잘하다 보면 팀이 이길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고 웃어 넘겼다.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배정대. 노컷뉴스
배정대는 앞선 3시즌 연속으로 전 경기에 출전할 정도로 쉽게 다치지 않는 튼튼한 몸과 성실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시범 경기에서 상대 투수의 투구에 맞고 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어 개막 후 두 달이 지난 6월 초부터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부상 기간은 배정대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그는 "전 경기 출전을 내게 큰 동기 부여가 됐는데 올 시즌에는 그런 게 사라진 느낌을 받았다"면서 "어차피 끊길 기록이었지만 시즌 초반에는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어머니의 진심 어린 응원 덕분이다. 배정대는 "어머니께서 힘들 때마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셨다"면서 "'다른 건 필요 없다. 아들만 있으면 된다'고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감동을 받았고 울컥했다. 지금도 가족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부상 복귀 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사령탑의 신뢰를 받으며 꾸준히 경기에 나선 덕분에 제 기량을 되찾았다. 배정대는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4할6리(32타수 13안타) 1홈런 5타점 7득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배정대. kt wiz
배정대는 kt 이강철 감독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복귀한 뒤에도 계속 부진했는데, 감독님께서 계속 기회를 주시고 기다려주셨다"면서 "믿어주신 덕분에 오늘 홈런을 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kt는 이날 승리로 4연승의 상승세와 함께 9연속 위닝 시리즈를 달성했다. 55승 2무 45패 승률 5할5푼을 기록, 여전히 3위에 위치하고 있지만 2위 SSG를 1경기 차로 바짝 추격했다. 같은 날 SSG는 롯데에 4 대 7로 패하며 2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시즌 초반에는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어느덧 2위 자리까지 넘보게 된 것. 배정대는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계속 승수를 쌓아 온 동료들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면서 "이런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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