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강남 클러버였던 변재원의 '장애시민 불복종'


창비 제공

지체장애인이자 인권활동가, 소수자 정책 연구자로서 새로운 세대의 장애운동 가능성을 보여준 활동가 변재원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서 500여일간 정책국장으로 활동한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 됐다.

'장애시민 불복종'은 합리적 행정학 연구자였던 저자가 사회운동과 인권투쟁을 처음 마주했던 이질감을 넘어서서 현장에서 직접 겪은 경험을 통해 투쟁과 시민적 권리를 새롭게 인식하고 동료들의 대의에 공감하며 운동에 열린 마음을 갖게 된 과정을 자세히 적고 있다.

저자는 생후 10개월 만에 의료사고로 척수 공동증이라는 희귀병을 얻은 후천적 장애인이다. 지체장애인에게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었고 사회의 불합리함을 느껴왔지만 집안의 '레드 콤플렉스' 배경과 인정받고자 하는 성격이 반항을 가로막았다.

열악한 접근성 때문에 학교를 자퇴해야 했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손해배상 서약서를 쓰도록 강요받았다. 취업과 아르바이트도 어려워 1천원짜리 학교식당 밥도 먹기 어려운 빈곤을 겪었다.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고 체념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평화일까라고 물었던 저자는 오랜 고민과 투쟁을 거친 후 평화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고,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하며 "시끌벅적했던 모든 시간이야말로 진짜 평화의 순간"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투쟁은 서울시와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며 연일 사회면을 장식했다. 인내하던 시민들도 시위가 길어지자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묵묵히 불편을 감수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저자는 '사회적 난관'에도 한강대교를 기어서 올라가 횡단하고, 서초동 가파른 언덕길을 휠체어를 굴려 기어코 올라가고, 뜨거운 버스 엔진 밑에 들어가 눕는 활동가들의 '투쟁'에 놀랐지만 그 '이유'를 알자 이해가 됐다.

그는 '장애인들이 왜 법을 어깁니까?'라는 질문에 "존재하지 않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행하는 법 제도의 한계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민 불복종의 형태를 한 장애운동으로 불편을 겪은 시민들이 함께 인내하고 목소리를 내준 덕분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저상버스가 도입되고, 한국 사회가 바뀌어가고 있어 시민들께 감사하다고 전한다.

저자 변재원은 1993년생으로 MZ세대다. 제주에서 출생한 그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한국예술종합대학에 입학해 예술경영학을 전공했다. 이후 구글코리아 인턴사원을 거쳐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장애인 인권활동가이자 소수자 연구자로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

과거 대학시절 장애인 친구들과 강남 유명 클럽에 찾아가 목발을 흔들고 전동휠체어 라이트를 깜빡이며 클러버들과 어울렸던 일화를 쓴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는, 장애인의 옥타곤 클럽 체험기'(2014)로 주목 받았다.

변재원 지음ㅣ창비ㅣ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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