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북유럽 작곡가들, 어떻게 K팝과 만나게 됐을까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뮤콘 서울 2023'(MU:CON SEOUL 2023)에서는 스페셜 세션으로 '북유럽 제작자들이 말하는 K의 과거, 현재, 미래'가 진행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외토벤. 외국인과 베토벤의 합성어로, 이른바 '명곡'을 만들어 내는 외국인 작곡가를 부를 때 자주 쓰이는 말이다. 과거에는 앨범 크레딧이 단출했다. 단독 작사·작곡·편곡이 많았고, 국내에서 소수로 협업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면 이제는 훨씬 더 다양한 나라의 작곡가 가 협업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뮤콘 서울 2023'(MU:CON SEOUL 2023)이 열렸다. 둘째 날 스페셜 세션으로 '북유럽 제작자들이 말하는 K의 과거, 현재, 미래'가 진행됐다.

스웨덴 음악 수출을 지원하는 엑스포트 뮤직 스웨덴 CEO이자 스웨덴 그래미 어워드 심사위원인 제스퍼 토르슨, 대규모 송라이팅 캠프 '송:엑스포'(Song:Expo)를 시작한 스파크 사장 로빈 옌센, NCT U '배기 진스'(Baggy Jeans), 에스파 '솔티 & 스위트'(Salty & Sweet), 스트레이 키즈 '말할 수 없는 비밀', 레드벨벳 '줌'(ZOOM) 등 다양한 K팝 곡을 만든 프로듀서 최진석(진바이진), 런던노이즈·아드리안 맥키넌·루이스 프릭 스빈 등을 K팝에 소개한 씽잉비틀 CEO 조미셀이 참석했다.

2010년부터 노르웨이에서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고 세계 무대로 진출시키고자 송라이팅 캠프를 '송:엑스포'를 시작한 옌센은 K팝과의 만남 계기를 "정말 우연"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음악 시장에 발표된 약 700곡 작업에 참여한 옌센은 2009년 발매된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Genie)를 언급하며 "이게 정말 대단한 팝송이었다"라며 "정말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이 노래가 진짜 잘나갔다"라고 말했다.

도쿄에서 열린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무대도 봤다는 옌센은 "하루에 3회 공연한 게 완전히 매진됐다. 하루에 매진을 3번이나 시킨 거다. 소녀시대가 장난 아니구나, 수많은 사람이 소녀시대 스틱(응원 도구)을 들고 계속 노래 따라 부르는데 그런 걸 처음 봤다. 제가 정말 눈물 글썽글썽하면서 '이거 진짜 멋있다. 나 이거(K팝) 계속하고 싶다'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엑스포트 뮤직 스웨덴의 제스퍼 토르슨 CEO, 조미셀 씽잉비틀 CEO.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MC 토르슨은 북유럽 작곡가들과 K팝의 '결합'이 좋은 결과를 냈고, 또 오래 유지되는 것 같다며 어떤 요건 덕분에 이것이 가능했는지 물었다. 조미셀은 "북유럽 작곡가들은 처음부터 마음가짐이 달랐던 것 같다"라며 "K팝은 굉장히 다양한 요소를 지녔고, '랩 부분이 꼭 들어가야 한다' 등 요구사항도 많았는데 재수정 요구를 다른 (국가) 작곡가들과 다르게 조금 더 오픈해서 받아들이더라. 정말 많이 노력해 줬고, 인내심 있게 잘해줬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로는 '멜로디'를 꼽았다. 조미셀은 "북유럽 지역에서 작곡하는 음악 자체가 멜로디가 강조된 측면이 있는데, 멜로디 좋은 음악을 한국 사람들이 되게 좋아해서 이게 잘 매칭됐다고 생각한다"라며 "(북유럽 작곡가들 곡을 통해) 한국 사람들이 조금은 다르지만, 친숙한 노래를 듣게 되어서 좋은 협업이 되었던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최진석 역시 "저도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서 깨달았던 게, 북유럽 작곡가와 한국 작곡가들 공통점이 많다는 거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유교가 주된 문화 양상이라 겸손하고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 존중하고 공경해야 한다는 게 있는데, 그래서 레이블이나 작곡가 간 이야기하는 것도 충분히 존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 곡이) 40번 정도 재작업 된다고 치면 '다시 해 달라고' '어떻게?' 이래도 저희는 합의하는 거다. 서로를 이해하는 거다. 반복을 통해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거다. 노력하면 할수록 결과물이 더 좋은 거니까. 그런 점에서 문화적인 유사성이 있다고 느꼈다"라고 부연했다.

옌센도 "직업윤리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미국 작곡가들은 한 번 만들어 놓은 다음에 재작업해 달라고 해도 안 바꾼다. (K팝 작업 과정에서) 장문의 이메일을 받았는데 '그래서 새로운 노래를 쓰라고?'란 느낌을 받았다. '계속 바꾸면 원래 거는 아무것도 남지 않겠는데' 싶었지만 초(second) 단위 요청도 받았다"라며 "직업윤리에 따라 재작업하고 요청한 걸 한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저희 고객이 만족할 수 있게 하고 노래를 발매한다"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최진석 스파크 설립자, 로빈 옌센 에코뮤직 라이츠 공동설립자 겸 CEO. 한국콘텐츠 진흥원 제공
북유럽 작곡가들의 K팝 진출이 활발해진 후 업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경향이 있는지 MC가 묻자, 최진석은 "레이블 측면의 요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말하겠다. 처음 북유럽 작곡가들과 일할 때는 이 작곡가와 프로듀서를 같이 방에 넣어서 어떤 결과물을 만드는지 보자 했다면, 이제는 어떤 작곡가가 어떤 능력을 갖췄는지 알아서 제작자와 작곡가를 서로 짝을 맞춘다. 온라인 세션 등을 해서 어울리는 이들끼리"라며 "원하는 방향으로 선호하는 사람과 일하게 된다, 이젠"이라고 설명했다.

최진석은 작·편곡에 참여한 신곡 '배기 진스'를 하나의 예시로 들었다. 그는 "SM이 제작 프로듀싱을 맡았고 저희가 그걸 제작했다. 노르웨이에 이 노래를 가져가서 다른 작곡가와 협업했는데 전체 핵심 요소를 SM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서로) 어울리게 맞추려고 노력했다. 레이블의 요구는 더 구체화되고, 그걸 맞춰주는 작업 과정도 진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미셀은 "K팝 아티스트와 레이블은 확실히 새로운 청자(audience)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통적인 K팝 시장은 아시아를 노렸는데 지금은 아시아 밖에서도 K팝에 관심이 커졌다"라며 좀 더 듣기 편한 음악을 내놓는다거나, 라틴 아메리카 음악 요소를 넣고, 서반아어(에스파냐어)를 가사에 넣는 등의 예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K팝 관객만이 아닌, 더 많은 관객에게 어필할 결과물을 내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옌센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기간에도 K팝 작업은 가능했다며, 본인이 관리하는 제작자들은 그 기간에 돈을 벌었다고 밝혔다. 옌센은 "2013년에 LA에 살 때 K팝이 뭐냐, 관심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공동 작업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었는데, 이젠 '어떻게 K팝 작업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들 한다"라며 달라진 기류를 전했다.

"좋은 노래를 만드는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 이상 투자해야 한다"라는 옌센은 "K팝 노래를 만들기 전에 이 K팝 아티스트가 뭘 하는지 공부하고 노래 만들고 제안해야 한다"라며 "인트로부터 노래를 이해할 수 있고 빨리 느낌 올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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