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이진아의 '도시의 속마음' 발매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전 곡을 자작곡으로 채운 이진아. 그러면서도 필요할 땐 동료들에게 도움을 얻었다. 이효리-이상순 부부와 작업하게 된 계기는, 조금 신기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효리-이상순 부부는 앨범 맨 마지막에 수록된 '말'에 참여했다. 원래 피처링을 받을 계획이 없어서, 혼자 하면 되니까 녹음 순서를 마지막으로 두었을 뿐이다. 녹음하며 느꼈다. '아, 이게 아닌데… 뭔가 부족한데'라고. 집에 돌아가던 중 갑자기 이효리가 떠올랐다. '이효리님이 피처링해 주시면 잘 어울리겠다'라고 생각한 바로 그날, 이진아 인스타그램에 이효리의 댓글이 달렸다. 연주 영상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진다'라고 한 것이었다.
"갑자기 '오? 이것은 운명?' 했다"라고 눈을 동그랗게 떴던 당시를 재연하는 이진아 덕분에 취재진 사이에서도 웃음이 번졌다. 이진아는 그대로 이효리에게 긴 메시지를 보냈다. 이효리가 흔쾌히 수락해, 이진아는 "바로 제주도로 달려가서 녹음을 받아" 왔다. 이상순은 기타를 쳐 주었다. 그제야 이진아는 "이 노래가 완성된 느낌"을 받았다.
이효리는 이번 앨범을 듣고 감상평을 나눠주기도 했다. 이진아는 "'진정한 친구'라는 노래가 좋다며 되게 응원해 주셨다. 노래 가사 중에 '넌 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구나 우울해 슬퍼져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너에게 모든 걸 다 보여줬는데'라고 하고 '그래도 미리 겁먹지 말고 계속 너를 좋아해 봐야지'라는 부분이 있다. '좋아해 봐야지' 하는 가사가 좋다고 말씀해 주셨다"라고 전했다.
'여행의 끝에서'는 평소에도 이야기가 잘 통하는 동갑 친구 스텔라장과 같이 가사를 쓰고 같이 부른 노래다. 이진아는 "이런저런 고민거리 나누고 '여행의 끝에서'라는 노래를 같이 쓰면 좋겠다 했다. 이 친구도 가사만 부탁해야지 하다가 '근데 노래도 잘하잖아?' 해서 노래까지 부탁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곡이라 "되게 솔직한" 결과물이 나왔다. 우연히 같은 시기에 파리 여행이 겹친 두 사람은 카페에서 약속을 잡고 이야기 나누었다. 이진아는 "나만 고민하는 게 아니구나, 친구들도 다 똑같구나 생각하기도 하고 가사에 되게 노골적으로 파리 얘기도 나오고 뉴욕도 나온다"라며 "재밌게 만들었다"라고 회상했다.
첼리스트 홍진호는 '잠결의 슬픔'에서 첼로를 켰다. 이진아는 "원래는 스트링 편곡을 하려고 했던 노래인데, 만들고 보니 첼로가 들어가야 하는 노래더라. 예전에 진호님이랑 작업을 몇 번 해 본 적이 있어 친분이 있었고, 연주를 부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씽!'(Sing!)은 얼마 전 친해진 뮤지션 박문치가 프로듀싱과 편곡을 맡았다. 이진아는 "박문치씨와 얼마 전부터 친해졌는데 음악을 넘 잘하고 사랑하는 친구이고 워낙 사운드를 좋게 잘 만드셔서 같이해 보고 싶었다. 재밌는 작업이었고 제가 딱 원하는 색으로 나와서 넘 만족스럽다. 타이틀곡으로 해도 될 만큼 좋게 나온 것 같다"라고 밝혔다.
여러 아티스트와 협업하게 된 계기를 묻자, "즐겁게 음악 하는 게 좋으니까"란 답이 돌아왔다. 이진아는 "너무혼자만 하면 재미가 없지 않나. 같이 하면 시너지도 나고"라고 덧붙였다.
도시를 주제로 앨범을 만든 것, 많은 아티스트와 손잡은 것, 장르 간의 결합을 꾸준히 시도해 온 것. 모두 이진아가 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실행한 것들이다. "그러고 보니 계획적인 게 하나도 없다"라며 웃은 이진아는 "제가 MBTI가 J인데 P라는 것을 이번 앨범 통해서 알았다"라고 해 취재진에게도 웃음을 선사했다.
2013년 데뷔한 이진아는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10년 동안 달라진 점을 물으니, 이진아는 "10년… 좀 오래됐다"라며 "예전 노래하던 것도 들어보고 지금 녹음한 거 들어보면 나름 성숙해졌다"라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는 "목소리가 차분하고 어른스러워졌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음악도 좀 더 내공이 쌓이지 않았을까.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녹음할 수도 있게 됐고, 노래 만드는 과정이 처음엔 너무 막막했다면 (인제) 이렇게 하면 되겠다 하고 그려지는 게 있다"라고 부연했다.
음악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진아는 "안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저는 계속 제 노래를 듣고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십 년 동안 하고 있더라. 아직 (그 생각이) 안 바뀌어서, 내가 음악 하는 이유가 뭘까 항상 고민해 봐도 '음악을 들으시는 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1분이라도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 마음에 뭉클함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게 제일 큰 이유"라고 말했다.
5년 만의 새 정규앨범을 발표한 이진아는 다음 달 단독 콘서트로 관객을 만난다. 오는 10월 14~15일 이틀 동안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도시의 속마음'을 개최한다. 신곡 12곡을 거의 다 들려줄 예정이며, 공연에 올릴 곡 목록(세트 리스트)도 다 짰다.
"와서 쉴 수 있고 마음이 놓이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기존에 하던 어쿠스틱한 사운드로 트리오와 기타도 섭외했고 첼로, 비올라, 바이올린 분들도 모셨어요. 생음악의 묘미, 직접 듣는 음악이 MP3나 핸드폰으로 듣는 것보다 훨씬 입체적이고 좋다는 걸 느끼실 수 있었으면 좋겠고, 좀 더 꿈결 같은 걸 추구하다 보니 무대를 꾸밀 때도 그런 쪽으로 신경 썼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