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들기]보편적 매력 전파하는 '팝 아이콘' 아이유의 15주년

아이유 데뷔 15주년 ① - '가수'이자 '창작자', 아이유

오늘(18일) 데뷔 15주년을 맞은 가수 아이유. 아이유 공식 페이스북
"음악이 아닌 것에 대한 생각은 한번도 가져보지 않은 소녀의 출현은 세상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오디션 통과의 순간부터 기획과 제작을 병행할 만큼 음악적인 재능과 끼를 보여주었으며, 힘든 녹음 기간 내내 완벽에 가까운 진행으로 모든 스탭들의 인정을 받은 신인 가수 '아이유'"


2008년 9월 23일 발매된 첫 번째 미니앨범 '로스트 앤드 파운드'(Lost And Found)에 실린 앨범 소개 글이다. 당시 열여섯 살이었던 아이유는 피아노와 현악기가 어우러진 진지한 분위기의 발라드 '미아'로 대중 앞에 섰다. 열여섯 살이었던 아이유는 수려한 가창력과 호소력 짙은 감정 표현 등 다양한 역량이 필요한 '쉽지 않은' 데뷔곡을 빈틈없는 라이브로 소화했다. 하지만 초반에는 체감할 정도의 뜨거운 반응이 뒤따르지는 않았다.

이듬해 4월 나온 첫 정규앨범 '그로잉 업'(Growing Up)은 공중전화 수화기를 든 단발머리의 아이유를 볼 수 있는  재킷에서도 알 수 있듯, 전작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였다. "10대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형형색색의 사랑의 모습을 아이유만의 표현 방식으로 채색"했다는 이 앨범의 타이틀곡은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부'(Boo)다. 데뷔 앨범 때 나온 '소녀 디바'라는 수식어는 '러블리 걸'로 바뀌었다.

'부' 다음 타이틀곡은 '마시멜로우'였다. 로큰롤을 바탕으로 프렌치 팝의 트렌디함을 가미한 이 곡 역시 아이유의 상큼 발랄한 매력을 무기로 한다. 하지만 활동곡 노선을 수정했다고 해서, 아이유가 '달콤한 노래'만 하는 건 아니었다. 그는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에서 통기타를 치며 인기곡 메들리를 부르는 무대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임슬옹과 함께한 싱글 '잔소리'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해 음원 사이트 '멜론'의 2010년 연간 차트 2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0년은 '아이유 전성시대'를 알리는 첫해로 기록될 만하다. 연상을 짝사랑하는 화자의 복잡한 감정을 풀어낸 '좋은 날'은 아이유에게 빼놓을 수 없는 강력한 대표곡이자 히트곡이다.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걸 어떡해"라고 고백하는 이 노래는 듣기엔 편한 멜로디지만, '3단 고음' 구간이 있어 정작 부르기엔 만만치 않다. 아이유는 이 '3단 고음'을 여유롭게 소화하는 라이브로 본인 존재감을 다시금 각인했다.

그 후의 아이유는 발표하는 곡마다 새롭게 히트곡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반복해 왔다. 2010년 12월 발표한 '좋은 날'은 2011년 멜론 연간 차트 8위를, 2011년 2월 나온 '나만 몰랐던 이야기'는 같은 차트 37위를 기록했다. 멜론 연간 차트 기준으로 톱 100에 매해 1곡 이상을 넣는 것조차 쉽지 않지만, 아이유는 복수의 곡을 진입시키며 이를 실현했다.

데뷔 직후였던 2008년 9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 당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아이유
'음원 강세' 경향은 다른 차트에서도 확인된다. 2010년 써클차트 집계를 시작한 후 아이유 음원이 주간 차트 정상을 차지한 건 56회에 이른다. 컬래버레이션(협업) 포함 1위에 오른 곡 수는 '블루밍'(Blueming) '밤편지' '셀러브리티'(Celebrity) '에잇' '라일락' 등을 포함해 총 26곡이다. 눈에 띄는 특징은 '장기흥행'(롱런)이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주간 차트 1위에 오른 곡 중 6곡은, 최근 10년간 연간 차트 1위에 오른 곡들 50위권 평균 롱런 기록 42주보다 수명이 길었다"라고 분석했다. '블루밍' '밤편지' '셀러브리티' '에잇' '라일락' '러브 포엠'(Love poem)이 50위권 내에 42주 넘게 들었던 들었던 곡이다. 그중에서도 '블루밍'의 활약이 남달랐다. 김 위원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햇수로만 3년간, 주수로는 88주 연속 50위권 차트에 머물렀다"라고 전했다.

김 위원은 "아이유의 노래는 음원 차트에서 다수의 노래가 장기간에 걸쳐 동시에 롱런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타 가수와 구분되는 아이유만은 가장 큰 특징"이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노래는 '금요일에 만나요'인데, 발매 후 3년간 금요일마다 이용량이 증가해 100위권 차트에 계속해서 재진입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물 앨범 판매량도 성장세다. 김 위원은 "아이유의 한 해 총 앨범 판매량은 2011년 약 16만 장에서 정규 5집 '라일락'이 발매된 2021년에는 50만 장으로 3.1배 증가했다. '라일락'은 1주차 판매량이 전체 판매량 74%를 차지해 팬덤 규모와 충성도(결집력)는 연차가 쌓일수록 더 확장되고 공고해지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대중과 팬덤을 모두 잡은, 가창력과 표현력을 갖춘 

아이유는 그 누구보다 많은 히트곡을 가진 가수다.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유행한 노래가 있고, '유애나'(공식 팬덤명)라는 든든한 팬덤도 있다. 여전히 많은 가수의 꿈인 '체조경기장'(케이스포돔)을 360도 개방해 공연한 것, 한국 여성 가수로는 처음으로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 것은 아이유가 대중과 팬덤 양쪽으로부터 얼마나 열렬한 지지와 사랑을 받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팬덤과 대중이라는, 21세기에 활동하는 가수라면 누구나 원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성공적으로 잡았다는 점, 삶과 음악의 타임라인이 지금도 같은 속도로 성숙해 가고 있는 음악가라는 점"을 아이유만의 차별화된 지점으로 꼽았다.

정규 1집 타이틀곡 '부'로 활동하던 2009년 서울 양천구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에 방문한 가수 아이유
박희아 대중문화 저널리스트는 "아이유 음악을 구분하자면 놀이공원에서 즐기는 이지 리스닝 계열, 명확하게 감정에 집중하는 위로의 음악, 은유와 자의식이 담긴 음악으로 나눌 수 있다. 이게 어느 사람한테나 소구할 수 있는 게 아이유라는 음악가가 지닌 강점이 아닐까"라고 밝혔다.

정민재 음악평론가는 "고유의 음색이 분명한 동시에 크게 취향을 타지 않는 보편적 매력"을 언급하며, "강한 존재감을 발휘하면서도 언제 어디서든 자연스럽고, 누구와 호흡을 맞춰도 잘 어우러진다"라고 바라봤다.

마노 '아이돌로지' 필자는 아이유의 가창력에 주목했다. 마노는 "가수로서의 아이유라고 하면 보통 '좋은 날' 같은 곡에서의 '3단 고음'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사료되지만, 사실 아이유는 고음으로만 설명하기에는 상당히 아까운 가창력을 가졌다"라고 평했다.

마노 필자는 "여기서 '가창력'은 단순히 고음을 잘 내거나 음을 정확히 짚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성량의 완급 조절이나 음색의 다이내믹한 변화 같은 것들을 포함하기도 하는데, 아이유는 그런 면에서 좋은 가창력을 가진 가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같은 곡 안에서도 처음에는 가녀린 가성으로 시작했다가 이윽고 단단하게 뻗는 고음을 내지르는 부분이라든가, 티 없이 맑은 음색을 선보이다가도 어디선가는 다소 뾰로통한 뉘앙스로 노래하는 등 시시각각으로 '표정'을 바꾸는 부분이 매우 탁월하다고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아이유는 '부' '마시멜로우' '잔소리'로 꾸준히 인기를 쌓다가 '좋은 날'이 대히트를 기록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랜디 서 음악평론가는 "아이유가 자기 목소리를 잘 이해하고, 높은 집중력으로 어려운 노래들을 섬세하게 해석해 내는 걸 인상 깊게 봐 왔다. 꽤 어린 나이에 데뷔했는데 그때부터 주욱 보여왔던 특징이고, 지금은 여기에 감정의 스펙트럼과 깊이가 더해졌다고 보인다"라고 말했다.

미묘 음악평론가 또한 아이유가 가진 다양한 장점 중 "섬세하고 풍부한 표현력"과 "이를 편안하면서도 저릿하게 청자의 가슴속에 스며들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을 탁월한 점으로 소개했다.

성장하고 성숙하는 싱어송라이터

아이유는 싱어송라이터다. '내 손을 잡아' '스물셋' '금요일에 만나요' '마음' '사랑이 잘' '팔레트' '에잇' '블루밍' '스트로베리 문'(strawberry moon) 등의 작곡에 참여했다. '봄 사랑 벚꽃 말고' '푸르던' '밤편지' '이런 엔딩' '이름에게' '삐삐' '러브 포엠' '시간의 바깥' '아이와 나의 바다' '에필로그' 등 작사곡은 더 많다. 진부하지 않으면서도 본인만의 감성이 나타나는 '아이유표 가사'는 많은 청자에게 사랑받고 있다.

마노 필자는 "아이유는 가사를 정말 잘 쓴다. 가사를 잘 쓰는 아티스트는 무척 많지만, 그중에서도 발군의 어휘력과 표현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듣는 이로 하여금 예기치 못하게 허를 찔리는 경험을 하게 만드는 그런 문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윤하 평론가는 "군더더기 없는 표현으로 켜켜이 숨은 감정을 솔직하게 그려낼 줄 아는 탁월한 작사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유의 가사를 참 좋아한다"라고 밝혔다.

정민재 평론가는 "어렵지 않고 보편적인 언어를 사용하지만, 특유의 섬세하고 서정적인 감수성이 생생히 살아있다. 특히 나이에 어울리는 테마와 이야기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 세대의 인구와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뛰어난 스토리텔러"라고 표현했다.

아이유가 '밤편지'를 부르는 모습. 황진환 기자
시간이 흐르며 아이유는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드는 비중을 키워갔고, 프로듀싱도 스스로 해냈다. '챗셔'(CHAT-SHIRE) '팔레트'(Palette) '라일락'(LILAC) 앨범은 각각 스물셋, 스물다섯, 스물아홉의 아이유가 담겨 있다는 특징이 있다.

랜디 서 평론가는 "한국 대중음악에서 주류 비주류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거라면 모두 담을 수 있는, 이만큼 음악적 욕심을 내도 대중에게 모두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창작자라고 생각한다"라며 "직접 작곡하는 곡 중엔 어쿠스틱 기타 팝 스타일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아이유 작곡의 대표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나 '무릎' 같은 곡들"이라고 설명했다.

박희아 저널리스트는 "자기 세계가 있는데 어렵지 않게 쓰는 재능이 대단하다. 작사한 노래가 '대중적이지 않다'는 소리를 들었던 경우가 없었고, 그렇기에 패착도 없었다고 본다"라며 "그때그때 자기 세계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과 작업하는 것도 현명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황선업 평론가는 "기획의 측면이 강해짐과 동시에 팬덤의 목소리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K팝 신에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창작력을 기반으로 대중을 리드해 가며 이뤄낸 성취라는 점이 타 아티스트와 비교했을 때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진단했다.

미묘 평론가도 "아이유의 많은 곡이 곡 자체로서 선명한 흡인력과 매력을 갖고 있지만, 아이유의 커리어와 이지은의 생에 관한 배경지식과 연관하여 감상하게 되는 일도 많은 게 사실"이라며 "싱어송라이터 아이유의 '자기표현'은 두 가지 지평 모두에 두터운 호소력을 발휘하며 청자를 끌어들인다"라고 말했다.

아이유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가수 아이유. 아이유 공식 페이스북
"아티스트와 성장, 시대와 세대 등 음악가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를 생각하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한국 가요계의 유일무이한 아이콘" (김윤하)

"'아는 소녀'의 모습을 했지만 쉽게 다 알 수는 없을 깊이를 가진 아티스트" (랜디 서)

"사람의 마음결을 쓰다듬는 아티스트" (마노)

"K팝 시대 궁극의 아이돌이자, K팝을 낳은 사회 속 궁극의 성장 서사" (미묘)

"편하게 다가가면서도 자기 세계를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사가로나 싱어송라이터로나 최상의 조건을 갖춘 아티스트" (박희아)

"세대를 아우르는 싱어송라이터" (정민재)

"발군의 창작력을 기반으로 세대 초월의 보편적 매력을 전파하는 팝 아이콘" (황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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