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커피의 역사 왜곡한 '아라비안나이트' 최초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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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역사와 문화사를 담은 책 '커피가 묻고 역사가 답하다'가 출간됐다.

책은 아프리카에서 홍해를 건너와 아라비아반도 남쪽에 자생하던 커피나무의 열매이자 신에게 다가가기 위해 밤새워 기도한 이슬람 수피교도들의 잠을 깨운 신비한 음료로 중국에서 전해진 차문화가 결합해 '커피'라는 음료가 탄생한 과정을 세계사와 함께 들여다 본다.

아라비아종 커피나무의 기원지가 에티오피아이니 커피음료도 당연히 에티오피아가 기원이라는 주장이 많다. 재료의 원산지가 커피라는 식음료의 발상지일 것이라는 추정인데, 저자는 서구의 기독교 우월주의가 빚어낸 왜곡이라고 비판한다.

이 같은 논란은 1704년 고대부터 전해 내려온 중동 지역의 구전설화 '천일야화'(아라비안나이트)를 유럽에 처음 번역 소개한 프랑스 근동학자 앙투안 갈랑이 쓴 논문 '커피의 기원과 발전'(De l'origine et du progrès du Café, 1699)에서 유래한다.

저자는 갈랑이 커피의 기원을 예멘의 이슬람 수피교도들이 아닌 기독교 국가인 에티오피아와 연결지으려 애썼다며 커피의 출발점을 종교적 관점에서 오염시켜 오늘날까지도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게 했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커피는 검은 노예들이 생산하고 하얀 서구인들이 소비하는 잔인한 물품으로 변해갔다. 인류 역사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극단적으로 나뉘는 이런 폭력적인 음료는 없었다"고 말한다.

책은 프랑스혁명, 미국독립전쟁과 남북전쟁, 나폴레옹전쟁, 산업혁명, 1·2차 세계대전, 1930년대 대공황 등 역사의 굽이굽이 속에 커피가 함께한 역사, 커피가 변화시킨 역사도 소개한다.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평소 과묵했지만 아내 메리는 천성적으로 잔소리가 아주 심했다. 링컨에게 잔소리가 통하지 않으면 책이나 빗자루 등 각종 물건을 던졌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식사 후 커피를 즐기던 중 아내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이날도 묵묵부답이던 링컨의 얼굴에 아내는 커피를 뿌린다. 그날로 집을 뛰쳐나온 링컨은 순회재판의 변호사가 되어 여러 도시를 순회했고 명성을 쌓으며 마침내 미국 대통령이 된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노동자와 자본가들에게도 커피는 만족도가 높았다. 주로 술로 피로를 달래던 노동자들이 커피를 마셨고, 각성효과 덕에 노동시간이 길어졌다. 술로 인한 산업재해도 줄어들면서 자본가의 이익도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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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커피가 세계사에 끼친 문화적 영향도 다룬다. 저자는 커피 제1의 물결을 제2차 세계대전 종전부터 '스타벅스'가 출현한 1980년대 말까지로, 누구나 어디에서든 표준화된 커피를 싼 가격에 구입해 마셨다고 전한다.

제2의 물결은 미국에서 등장한 '스타벅스'가 우수한 커피생두를 구입하고 공정무역을 통해 매입한 생두를 일정량 사용해 커피 생산 농가에 대한 도덕적 책임감을 실천하는 도전으로 세계로 명성을 퍼뜨렸다. 가정이나 직장이 아닌 한때 우리의 '다방 문화'와 흡사한 서구적 '카페 문화'도 확산시켰다.

제3의 물결은 스타벅스가 가져온 커피의 표준화, 커피 문화를 넘어서겠다는 새로운 도전이다. 커피 생산자, 소비자, 바리스타, 만드는 방식, 즐기는 장소 등 다양성의 문화 속에서 만들어지는 최고급 수준의 커피를 일컫는다. 도심 핫플레이스마다 점령한 스타벅스 매장 뒷편 골목골목에는 직접 생두를 구입해 로스팅하고 커피를 만드는 로스터리 카페들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저자는 '커피공화국'으로 불리는 한국에서도 커피는 단순히 음료 이상의 문화로 자리잡으며 제3의 물결을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이길상 지음 | 역사비평사 | 3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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