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있었다"는 상대들…韓 배구만 예상 못했던 대참사

남자 배구대표팀. 연합뉴스
세계랭킹은 큰 의미가 없었다. 말 그대로 숫자에 불과했다. 상대는 쭉쭉 치고 올라왔고, 한국 남자 배구는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상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만 몰랐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2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12강에서 파키스탄에 세트스코어 0대3으로 완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개회식이 열리기도 전에 금메달 꿈을 접고, 순위결정전(7~12위)으로 내려가게 됐다.

한국은 예선 1차전에서도 인도에 2대3으로 졌다. 12강 상대였던 파키스탄의 세계랭킹은 51위, 인도는 73위다. 27위의 한국에 비하면 한참 낮은 세계랭킹이다.

하지만 파키스탄도, 인도도 정확히 한국을 파악하고 나왔다.

파키스탄의 라미레스 페라즈 감독은 "매 세트 한국이 어떤 전술로 나올지 예측했다. 밤을 새워가며 시간을 투자한 효과가 있었다. 우리의 계획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의 전략이었다. 한국은 준비가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자이딥 사카르 감독도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정말로 한국을 이겼다"고 말했다. 한국이 인도에게 패한 것은 11년 만이었다.

한국은 5월24일부터 진천선수촌에 모여 아시안게임을 대비했다. 다른 종목에 비해 손발을 맞출 시간이 많았다. 게다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 아시아선수권대회도 치렀다. AVC 챌린지컵 3위, 아시아선수권대회 5위로 부진했지만, 받은 숙제를 전혀 풀지 못했다.

특히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베테랑 세터 한선수(대한항공)까지 호출했다. 여기에 일본(5위)과 이란(11위), 카타르(17위) 등 강호들이 아시안게임 후 진행되는 파리 올림픽 예선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도 한국에게는 호재였다.

남자 배구대표팀. 연합뉴스
결과는 참담했다. 항저우 대참사로 남을 성적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선수 컨디션 체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전광인(현대캐피탈)과 정지석(대한항공)은 부상을 떠안은 채 뛰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12명의 연봉 합계는 66억5800만원이다. 김민재(대한항공), 김준우(삼성화재) 등 신인급 선수들을 제외하면 8명이 5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다. 한국 남자 배구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는 숫자다.

전광인은 "상대와 명백한 실력 차이를 느꼈다. 어떤 것이 잘못됐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잘하고, 못하고가 아닌 실력 차이가 나는 것 같다"고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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