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갓 쓰고, '짠' 하고…흥 넘친 포스트 말론 첫 내한 공연

팝 스타 포스트 말론이 23일 저녁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열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예정된 공연 시작 시각을 넘긴 23일 저녁 7시 18분. 마침내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 4~5홀의 장내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3만여 관객은 휴대전화 플래시를 켠 채 무대 위의 주인공을 맞을 채비를 했다.

공연장 안의 모든 이들이 보기를 고대했던 팝 스타 포스트 말론(Post Malone)은, 현악기와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 등 각종 악기 연주로 한층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다. K팝 걸그룹 블랙핑크(BLACKPINK)가 그려진 MD 티셔츠를 입은 그는 '베터 나우'(Better Now)로 공연을 시작했다.

빨간색 컵에 든 액체를 한 입 마시고 공연을 시작한 포스트 말론은 이후에도 자주 그걸 마셨고, 나중에 알게 된 정체는 바로 맥주였다. 그는 '록스타'(rockstar) 무대를 마치고 나서 한국어로 "맥주 주세요, 제발!"이라고 외쳐 장내를 폭소로 뒤덮이게 했다. 탄산음료인가 하고 예상하다가, 계속해서 '짠'을 연발하는 것을 보고 의심하던 것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포스트 말론은 블랙핑크 티셔츠를 입고 무대 위에 등장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맥주와 맥주 컵은 공연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할리우드 드림스'(Hollywood Dreams) 무대에서 포스트 말론은 머리에 맥주 컵을 얹고 걷고 움직였다. 그때 맥주 컵은 흔들림 없이 얌전히 그의 머리에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2011년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한 포스트 말론은 2015년 사운드 클라우드 계정으로 공개한 후 큰 인기를 얻은 '화이트 아이버슨'(White Iverson)으로 이름을 알렸다. '록스타' '콩그레츄레이션'(Congratulations) '아이 폴 아파트'(I Fall Apart) 등 많은 대표곡을 보유한 포스트 말론의 '첫 내한 공연'이었기에, 공연장의 열기가 대단했다.

첫 곡 '베터 나우'부터 거의 모든 곡에서 떼창이 나왔다. 지난 7월 28일 낸 다섯 번째 정규앨범 '오스틴'(AUSTIN) 수록곡 '모닝'(Mourning) 차례에도 도입부부터 커다란 떼창이 흘러나왔다. 포스트 말론 역시 온 열정을 쏟았다. 포효하는 듯한 외침은 장내를 더욱 뜨겁게 달궜고, 다리를 모아 허리를 굽히면서 온몸으로 노래했다. '오버 나우'(Over Now) 무대에서는 티셔츠를 벗어 던지고 누워서 절규하듯 퍼포먼스를 펼쳤다.

포스트 말론은 올해 7월 다섯 번째 정규앨범 '오스틴'을 발매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흘러나오는 곡에 맞게 조명색이 달라지는 것도 관전 요소 중 하나였다. 귀를 찢을 것 같은 날카로운 기타 연주로 시작한 '와우.'(Wow.) 땐 밝은 하늘색에 가까운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잭 앤드 코데인'(Zack and Codeine)에서 푸른 기가 도는 차가운 보랏빛이었던 조명은 '사이코'(Psycho) 때 밝은 초록색으로 바뀌는 식이었다.

역시나 후렴 구간에서 떼창이 터졌던 '랩드 어라운드 유어 핑거'(Wrapped Around Your Finger)는 특히 드럼 연주가 돋보였다. 야외 페스티벌에 잘 어울릴 법했다. 바로 다음 곡이었던 '서클스'(Circles)에서는 세로가 길었던 전광판 모양이 노래 제목에 맞게 동그란 모양으로 변해 귀여웠다. 널리 알려져 사랑받은 곡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는데, 이렇다 할 설명 없이도 단번에 그 이유가 이해됐다.

전반부에서 에너지를 분출하는 방식의 곡이 적지 않게 나왔다면, 신비로운 분위기의 건반 연주가 귓가를 사로잡은 '캔디 페인트'(Candy Paint)나 '필링 휘트니'(Feeling Whitney) 같은 곡은 한층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관객들은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 깜깜했던 공연장을 환히 밝히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그러자 포스트 말론은 "감사!"라며 "끝내주게 아름다운 밤이네요"라고 말했다.

포스트 말론은 '베터 나우' '서클스' '캔디 페인트' '필링 휘트니' 등 여러 곡의 무대를 선보였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팬 서비스는 그다음 곡에서도 계속됐다. 포스트 말론은 스탠딩 맨 앞쪽을 바라보며 만세 하는 자세를 취하고 웃어주었다. 현장 안전 요원의 도움을 받아 한 여성 관객이 무대 위로 올라왔고, 은지라는 이름의 이 관객은 준비한 갓을 포스트 말론에게 씌워주었다. 포스트 말론은 '갓'이라는 발음을 어려워하는 기색을 비쳤지만 "갓을 줘서 고맙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공항에서 처음 만났는데, 기타를 배우고 있다며 연주를 들려줘도 되겠냐고 했고 포스트 말론이 은지씨를 무대 위로 초대한 것이다. "렛츠 고 은지!"라며 분위기를 잡은 포스트 말론은 은지씨의 기타 반주에 맞춰 '스테이'(Stay)를 불렀다. 관객들도 떼창으로 화답했다. 연주가 끝나자, 포스트 말론은 "은지씨에게 함성 질러주세요"라고 호응을 유도했다.

'투 영'(Too Young) 무대 전, 포스트 말론은 본인이 스무 살(실제로는 1995년생이다)이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투 영' 무대 때 그는 어느 때보다 응축된 에너지를 발산했다. 하이라이트는 곡 후반부 합주였다. 여성 기타리스트와 마주 보고 하는 폭발적인 연주로 멋지게 마무리했다.

포스트 말론이 관객석을 향해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이날 공연에서 포스트 말론이 가장 많이 한 말은 "감사하다"였다. 곡이 끝날 때마다 연신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고 영어로도 "땡큐 베리 머치" "땡큐 소 머치"를 연발했다. 오프닝 두 곡을 끝내고 나서는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린 뒤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한 후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오늘 여기서 하는 공연은 제 첫 내한 공연"이라며 "여러분은 정말로 멋지다"라고 말을 이었다.

공연 중간중간 "여러분 지금(오늘 밤) 즐기고 있나요?"라고 관객들에게 확인하듯 질문한 포스트 말론은 "진짜 진짜 사랑한다"라는 말도 반복했다. '투 영' 무대 이후 한국어로 "많이 많이 많이 많이 사랑해"라고 해 환호를 끌어냈다. 본 공연 마지막 곡이었던 '화이트 아이버슨' 무대 후 "감사합니다, 코리아! 사랑해!"라고 한 그는 손하트를 그리고는 "굉장한 밤을 보냈다. 한국, 정말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앙코르는 1분 만에 재개됐다. 커다란 화면을 채우는 태극기를 보고 관객석의 함성이 커졌다. 스와 리(Swae Lee)와 함께한 '선플라워'(Sunflower)가 첫 곡이었다. 포스트 말론은 객석으로 내려가 관객들 코앞까지 다가가 하이 파이브를 하거나 손을 잡아줬다. 태극기를 뒤로 한 채 포스트 말론은 '케미컬'로 이날 공연을 맺었다.

포스트 말론의 월드 투어는 아시아와 호주 지역에서 계속 이어진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포스트 말론은 첫 내한 공연 장소를 일산 킨텍스로 잡아 화제를 모았다. 킨텍스는 홀을 합쳐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원래부터 공연장이 아닌 전시장으로 설계된 장소이기에 단차가 없고 음향 시설도 충분치 않다는 한계가 있어 우려가 나온 것도 사실이다.

이때 주최 측은 계단식 가변 좌석을 설치해 시야를 확보했고, 실내 음향 반사 제어, 잔향 제거를 위해 리버브 타임 리덕션(Reverb Time Reduction) 기술을 도입하고 흡음재 보강을 통해 음향을 보강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단차가 있는 가변 좌석에서 공연을 본 결과, '시야 확보'라는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음향 상태도 준수했다. 특히 라이브로 진행된 '악기 연주'의 생동감이 굉장했다.

올해 7월 시작한 포스트 말론의 투어는 서울을 거쳐 홍콩, 도쿄, 오클랜드, 브리즈번, 캔버라, 골드코스트, 시드니, 멜버른, 밸러랫, 퍼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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