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맏형급' 1997년생 듀오…이들이 이끄는 대표팀은?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최지훈(왼쪽)과 최원준. 이우섭 기자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대회 4연패에 도전하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3세다. 1995년생인 투수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을 제외하고, 야수 중에선 1997년생이 '최고령'이다.

최지훈(26·SSG 랜더스)과 최원준(26·KIA 타이거즈)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반년 전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만 해도, 막내 축에 속하던 나이의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선 맏형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됐다는 둘은 동생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선 "어깨가 무겁다"면서도, "친구가 있어서 좋다"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다.

이전 대회들보다 한층 어려진 야구 대표팀에서 맏형격인 '1997년생 듀오'는 어떻게 팀을 이끌고 있을까.

SSG 최지훈, KIA 최원준. 연합뉴스

두 선수의 소속팀은 SSG와 KIA. 두 팀 모두 많은 베테랑 선수들을 보유한 팀이다. 그렇기 때문에 벌써부터 국가대표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 축에 속한 것이 어색할 터.

하지만 둘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최지훈은 "저랑 원준이가 최고참이라기보단 그냥 한두 살 정도 나이 많은 형일 뿐"이라며 "다들 나이대가 비슷하고 얼마 차이 안 난다. 살짝 말 놓는 동생들도 있다"고 웃었다. 최원준 역시 "비슷한 것 같다"며 별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최지훈은 지난 3월 WBC에선 막내급 선수였다. 당시엔 그와 나이대가 비슷한 이정후(키움), 강백호(kt), 고우석(LG) 등이 '막내 라인'을 구축했다. 최지훈은 "그때는 제가 어린 축에 속했는데, 지금은 시합을 계속 나가야 되니까 책임감이 남다르다"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 중인 야구 대표팀. 이우섭 기자

대표팀 훈련 2일 차. 최지훈과 최원준은 "재밌다"고 했다. 최지훈은 "어린 선수들이지만 각 팀에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라서 보는 것도 재밌고 같이 할 수 있어서 더 재밌다"고 답했다. 이어 "어린 선수들이 모였을 때만 나오는 특유의 불타는 분위기가 잘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첨언했다.

이어 최지훈은 "모두 잘한다. 다들 잘 치고 잘 던지는데 (김)주원이 공 던지는 거 보고 놀랐다"며 "저도 던지는 거에 좀 자신 있는 편인데 어깨가 생뼈"라고 표현했다. 최원준 역시 "저도 주원이 공을 던지는 거 보고 놀랐던 것 같다. 공을 던지는 것과 수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칭찬했다.

국가대표 외야수 김주원. NC 다이노스 제공

외야수가 많지 않은 이번 대표팀은 이정후마저 부상으로 대표팀에 낙마했다. "저한테는 어떻게 보면 좋은 기회"라는 최지훈은 "힘을 써야 한다. 그래야 하는 위치라 어깨가 무겁긴 한데, 잘 해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아시안게임에) 가서 실수만 안 하면 다행"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최원준 역시 외야수에 대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소속팀에서 내야와 외야를 가리지 않고 수비 포지션을 맡았는데, 이번 대회에선 외야수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최원준은 "지금 우익수를 하고 있는데, 늘 원래 하던 포지션이라 똑같이 준비하고 있다"고 준비 상황을 전했다. "호흡이 이제 잘 맞아야 될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 김혜성이 지난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원준은 1999년생 주장 김혜성(키움)에 대해선 "대표팀 생활을 가장 많이 했던 친구가 혜성이가 가장 고참이라고 생각한다. 대표팀 분위기를 잘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주장을 잘 맡은 것 같다"고 전달했다.

팀의 분위기 메이커에 대한 물음에는 최지훈이 답했다. "누가 특히 나서지 않아도 서로 잘 이야기한다"는 최지훈은 "모인 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벌써 친해진 거 보면 대회하는 기간에는 한 팀처럼 잘 뭉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최지훈이 답변했다.

그러면서 "혼자 고등학생이라서 (장)현석이가 좀 힘들 것 같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아는 사람도 잘 없고 그렇죠 힘들 것 같다"며 "제가 WBC 때 그런 느낌이었다. 무슨 느낌인지 잘 알고 있다"고 헤아렸다.

왼쪽부터 최지훈, 최원준. 이우섭 기자

둘은 고등학교 때부터 서로를 알고 있었지만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최지훈은 "원준이랑 여기 와서 처음 만났다"면서도 "고등학교 때부터 원준이를 알고 있었다. 야구를 워낙 잘했다"고 회상했다. 최원준 역시 "물론 알고 있었다"며, 둘은 "친구가 좋다. 친구가 있다는 점이 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상무에서 전역한 최원준은 '미필' 최지훈을 보며 "제가 좀 많은 도움이 돼야 될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준비가 쉽지 않은데, 제가 힘이 돼야 될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최지훈은 "군대 갔다 왔으니까 (최원준이) 형"이라고 대답했다.

훈련 중인 야구 대표팀. 이우섭 기자

둘은 소속팀에서도 여러 얘기를 듣고 대표팀에 왔다고 한다. 최지은 "(SSG가) 저랑 성한이가 빠진 날 바로 이겼다. 어떻게 보면 다행"이라며 "고참 선배님들이나 동생들이 다 잘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은 안 쓰인다"고 안도했다. "감독님께서도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잘 다녀오라'고 말씀을 해주셨다"고 부연했다.

최원준 역시 "저희 팀도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빠진 것에 대한 걱정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들이 그냥 잘 다녀오라 하고, 선물 사 오라고 했다"며 미소를 보였다.

1997년생 듀오가 맏형 역할을 해낼 대표팀은 오는 26일 상무와 평가전이 예정돼 있다. 이후 28일 중국 항저우로 출국해 아시안게임 4연패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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