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에페 '작은 거인' 송세라 "中 선수 심리전, 개의치 않았다"

송세라 은메달. 연합뉴스
신장 164cm의 단신이지만 빠른 발을 앞세워 쟁쟁한 경쟁자들을 모두 물리쳤다. 송세라(부산광역시청)는 비록 은메달에 만족했지만, 그가 보여준 활약은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송세라는 24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21년 만에 성사된 한국 선수 간의 결승전에서 최인정(계룡시청)에게 8 대 9로 패해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아쉽게 놓쳤다.
 
지난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송세라는 단체전 은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이듬해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석권해 한국 여자 펜싱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첫 아시안게임에 나선 송세라는 8강에서 중국의 쑨이원을 14 대 12로 제압했고, 4강에서는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홍콩의 비비안 콩을 15 대 12로 눌렀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모두 제치고 당당히 결승에 올랐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8강전에서는 중국의 쑨이원이 9 대 8로 앞서고 경기 종료까지 1분 16초를 남긴 상황에서 갑자기 장비를 점검하며 경기를 지연시켰다.
 
하지만 송세라는 이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당시 상황을 떠올린 그는 "중국 선수들이 그런 행동을 많이 한다. 나는 이미 한번 더 할 거라고 예상했다"면서 "그 행동을 했을 때 심판에게 어필을 했기 때문에 신경 쓰지 말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결국 송세라는 경기가 재개하자마자 9 대 9 동점을 만들었고, 이후 역전에 성공해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쑨이원의 심리전에도 평정심을 유지해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다음 단계인 4강전에서는 홍콩의 비비안 콩을 만났는데 신장이 178cm로 송세라와 무려 14cm 차이가 났다. 하지만 송세라는 빠른 발을 앞세워 비비안 콩의 빈 틈을 공략했다.
 
송세라는 비비안 콩을 제압한 비결에 대해 "한국에서 대비를 많이 하고 왔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다"면서 "비비안 콩의 영상을 많이 봤다. 습관을 분석하고 많이 준비를 한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운이 따른 부분도 있었다"고 겸손한 태도까지 보였다.
 
신장이 작다는 약점이 있지만 송세라만의 강점이 있다. 송세라는 "작지만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집중력도 좋은 편"이라며 "그 부분에서 상대에 앞서서 이길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은메달 송세라와 금메달 최인정(왼쪽부터). 연합뉴스
비록 결승에서는 최인정에게 패해 은메달에 그쳤지만 송세라는 "세계적으로 월등한 선수들과 뛸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최)인정 언니에게 졌지만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다"면서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2013년부터 줄곤 대표팀에서 활약한 송세라는 각종 국제 대회에서 휩쓸며 맹활약했지만 유독 종합 대회와 인연은 없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단체전에서 대표팀 9년차에 첫 종합 대회 메달(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번 대회에서 첫 아시안게임 메달(은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송세라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이를 악물었다. 그는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여기서 좋은 성적을 내게 돼서 앞으로도 기회 많을 것"이라며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더 많이 훈련을 해서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최인정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만큼 송세라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여자 에페의 간판으로 내년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다. 송세라는 "언니의 빈 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면 좋은 기회 오지 않을까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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