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스코어가 '25-0' 하지만 코트에는 좌절 대신 희망만 가득

아프가니스탄 여성 선수들. 연합뉴스

결과만 놓고보면 안타까운 승부였다.

지난 1일 중국 항저우의 항저우 사범대학 창첸 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경기에서 '25-0'이라는 스코어가 나왔다. 패한 팀은 1세트 2득점, 3세트 5득점에 그쳤다. 2세트에서는 단 1점도 뽑지 못했다.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국제 대회 경기라고 보기 어려웠다. 공격을 시도할 때 상대가 아예 블로킹을 시도하지 않는 장면이 속출했다. 리시브 혹은 토스 불안으로 공격이 위협적이지 않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상대가 공격할 때는 블로킹 벽의 위치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들의 경기력을 폄하하거나 무시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의 승자는 일본이었고 패자는 도전 자체가 아름다운 팀, 바로 아프가니스탄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여자배구 대표팀은 우여곡절 끝에 중국 항저우 땅을 밟았다.

탈레반 정권이 재집권한 이후 여성이 스포츠에 참여할 길이 완전히 막혔다. 해외 망명이 스포츠 활동을 이어갈 유일한 길이었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전원 국외 망명자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도움을 받아 대회에 참가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스포츠 선수들은 '나는 천사(flying angels)'라 불린다. 이번 대회에서 그들은 희망과 도전의 상징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카자흐스탄에 0-3으로 졌다. 3세트까지 치르는 동안 총 12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일본을 상대로는 더 고전했다. 2세트에서는 아예 1점도 뽑지 못했다. 일본의 한 선수가 24회 연속으로 서브를 하는 진풍경이 연출했다.

실력은 부족해도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아프가니스탄 선수들이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는 장면이 자주 연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공을 받아내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고 때로는 주저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무르살 케드리는 AFP통신을 통해 "아시안게임 참가는 처음이다. 많이 긴장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며 "꿈을 포기하지 않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는 큰 희망이 될 것이다. 누구든 자신의 꿈을 좇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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