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iN]'운수 오진 날' 웹툰작가 아포리아 "혁수는 비호감의 끝판왕"

"드라마 '운수 오진 날' 원작과 또 다른 매력 기대"
작품 연재하며 그림보다 스토리텔링 중요성 깨달아
내년 신작…택시 공간 이은 새 밀실 스릴러 준비 중
"지망생들 빠른 데뷔와 성공에 조급하지 않았으면"

인기 웹툰 '운수 오진 날'의 아포리아 작가와 CBS노컷뉴스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
 
장거리 택시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스스럼없이 이야기 하며 택시 기사와 숨 막히는 심리 싸움을 벌이는 연쇄살인마 이야기.
 
밀실공포, 극적인 반전으로 화제를 모은 스릴러 웹툰 '운수 오진 날'의 영상화 버전이 오는 11월 국내 OTT 티빙 오리지널을 통해 공개된다. 이성민(오택 역), 유연석(금혁수 역) 등 연기파 배우들이 캐스팅되며 원작 웹툰과는 또 다른 기대감으로 일찌감치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원작자인 웹툰작가 아포리아(본명 최준혁)는 "밖에서 술 약속이 있던 아버지를 모시러 늦은 밤 택시를 타고 가던 중 택시 기사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우연히 장거리 손님 이야기가 나왔고, 당시 택시 기사를 폭행하거나 반대로 여성 승객이 피해를 당하는 뉴스들이 많았던 터라 여기에 착안해 '운수 오진 날'의 플롯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아포리아는 2019년 네이버웹툰이 최초 시작한 지상최대공모전에 야심차게 도전했지만 '운수 오진 날'은 수상작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눈여겨 본 네이버웹툰 편집자가 연재를 제안했고 작품은 그로테스크한 대사와 연출로 연재 시작부터 호평을 받으며 순식간에 상위권에 진입했다.
 
2020년 5월부터 그해 10월까지 연재하는 동안 높은 인기에 장기 연재 제의도 받았지만 작가 아포리아는 작품의 완결성을 위해 원래 계획대로 25화 완결로 이야기를 맺었다.

첫 작품의 큰 인기와 영상화까지 이어지며 남들에겐 성공한 웹툰작가로 주목받았지만 후속작 '탈영일지'는 스토리텔링의 한계를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올해 초 새 작품을 준비하면서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번아웃, 우울증까지 겹쳤다. 독자들을 다시 만나기 위한 시간은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는 공백을 깨고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아포리아 특유의 스릴러 장르다. '운수 오진 날'에서 극한의 공포와 심리적 갈등, 두뇌싸움을 벌였던 택시라는 공간을 잇는 새로운 폐쇄공간에서 벌어지는 밀실 스릴러다.

노컷뉴스 [만화iN]이 아포리아 작가를 만나 근황과 신작 계획을 들어봤다.


"'운수 오진 날' 성공과 후속작 실패…천당과 지옥 경험했죠"


웹툰작가 아포리아, TVING 제공

▶웹툰 '무빙'이 드라마로 큰 인기를 끌었다. '운수 오진 날'도 영상화돼 11월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있는데 소감이 어떤가?

= '운수 오진 날'을 연재하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이성민, 유연석 등 유명 배우분들이 나서는 드라마 버전은 웹툰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내용이 전개될지 무척 기대된다.


▶'운수 오진 날'은 학교나 건물이 아닌 택시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연쇄살인마와 오가는 긴장감이 뛰어났다. 작품 아이디어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 2018년 지망생 시절 대구에서 여러 스토리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밤 아버지께서 지인들과 약주를 하시고는 데리러 오라고 하셨다.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 장거리 운행이 많으냐'고 물었더니 '많다'고 답하더라는 거다. 당시 승객이 택시 기사를 폭행하거나 반대로 기사가 승객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뉴스가 많이 나왔다. 그때 택시 기사와 승객 간에 묘한 불안감을 소재로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해 스토리텔링 공부를 위해 서울에 올라와 아카데미를 다녔다. 네이버웹툰 '1초'를 연재 중인 스토리작가 시니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일부러 그분 수업을 듣기 위해 서울행을 결정한 거였다. '운수 좋은 날' 마지막화 후기에도 시니 작가님을 담은 에필로그가 있다. 제목은 웹툰 내용에도 살짝 가미했지만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운수 오진 날'이 연재된 것도 운수가 좋았기 때문이라는데?

= 2019년 네이버웹툰이 처음으로 개최한 '지상 최대 공모전'이 열렸다. 아카데미를 다니며 여러 아이템을 준비했는데, '운수 오진 날'은 그 중 하나였다. 아카데미에서도 원생들의 데뷔를 적극 장려했다. 사실 도전했지만 떨어졌다. 그런데 운수가 정말 좋았던 것인지, 얼마 있다가 네이버웹툰 편집자분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연재 제의였다. 차곡차곡 준비해 이듬해인 2020년 5월부터 연재를 했다.

▶연쇄살인마 '금혁수'의 얼굴은 다른 캐릭터와 달리 개구리처럼 생겼다. 표정 변화도 없고 일반적인 살인마 캐릭터와는 달랐다. 결과적으로는 더 그로테스크한 캐릭터가 됐는데?

= 윤태호 작가님의 말에서 영감을 얻었다. 영화로 더 잘 알려졌지만 '이끼'에 나오는 이장 '천용덕'에 대해 윤 작가님이 인터뷰한 것을 봤는데 "인간이 가진 비호감적 요소를 다 넣고 싶었다"는 말이 기억나 '금혁수'를 가능한한 괴이하게 만들고자 했다. 각진 얼굴에 눈도 크고 무표정한 얼굴에다 고통을 느끼지도 못하고 살인을 하는데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다. '금혁수'는 그런 존재다.


인기 웹툰 '운수 오진 날'의 아포리아 작가와 CBS노컷뉴스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

▶첫 작품인 '운수 오진 날'이나 후속작 '탈영일지'도 20편 내외의 중단편이다. 대부분 100화, 200화 이상 장기연재물이 많은데 중단편을 선호하는 건가?

= 웹툰작가 지망생 시절에 웹툰이 100화, 200화씩 연재되는 것에 반감이 있었다. 짧고 굵게 스토리가 전개되는 작품을 선호했던 것 같다. 취향인데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운수 오진 날'이 24화 완결인데 네이버웹툰에서 추가 연재 의향이 있는지 물어왔다. 거절했는데 그땐 그게 멋이고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물론 작품 스토리에 따라 언젠가 장기연재물도 그려보고 싶다.

문제는 내가 장기 연재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데 있다. '운수 오진 날'이나 특히 '탈영일지'는 여러모로 구성이나 스토리가 많이 부족했던 작품들이다. '운수 오진 날'은 사실 금혁수가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고찰에서 출발해 주인공인 오택이 살인마에게 휘둘리는 쪽의 스토리였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금혁수가 주인공이 돼버렸다. 스릴러인데 금혁수를 추격하는 인물들이나 택시 외적인 구성이 부족했다. 신인의 열정만 앞섰지 노련한 스토리 구성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독자분들의 비판적인 댓글에 나도 모르게 방향성이 바뀐 것도 있었다. '탈영일지'는 내 자신에게는 실패작에 가까운 애처로운 자식 같다.

시니 작가님이 해주신 말이 있다. 스토리는 '결론'을 먼저 만들어놓고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작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에 우울증까지 왔었다고 하던데, 역시 창작의 고통이 수반되는 건가?

= 세 번째 작품 준비에만 1년 반 넘게 걸렸다. 신작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아진 와중에 남들이 이야기하는 '영끌'로 아파트 분양을 받는 바람에 경제적인 부담까지 겹쳐 올해 초 심한 우울증이 왔다. 사실 웹툰 작가들도 독자들처럼 온라인 작품으로만 봤지 함께 어울릴 기회가 거의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도 컸다. 근래 네이버웹툰 작가들 중심으로 풋살 모임이 생기면서 서로 친해질 기회가 늘었다. 작가들끼리 운동을 하면서 서로 의지가 됐고 작품 구상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다.

시니 작가님의 도움도 컸다. 작품 구상 단계에서부터 스토리의 호흡과 기획 방향은 물론 작가로서의 생활 면에 대한 많은 조언을 해줬다. 올여름부터 스토리를 구상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우울증과 슬럼프에서도 빠져나왔다. 저조차 주인공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갈피를 잡지 못했었는데, 조언대로 목적지를 먼저 정하고 스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독자를 생각하는 완결성을 갖춘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게 말하니 신작이 기대된다. 이번에도 밀실 스릴러 장르인가. 언제쯤 볼 수 있나?

= 스토리 기획은 어느 정도 끝난 상태다. '운수 오진 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돌아봤다. 한정된 공간에서 공포와 생존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게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새 작품은 택시라는 폐쇄 공간에 이은 새로운 밀실 스릴러 장르다. 예상치 못한 공간에 고립된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의 군상, 치부가 하나둘 드러난다. 이것이 주인공으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트리거 역할을 하며 펼쳐지는 스실러물이다. 스토리에 대한 주변 반응이 매우 좋았다. 구체적으로 말하긴 이르지만 내년 상반기 중에 독자분들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인기 웹툰 '운수 오진 날'의 아포리아 작가와 CBS노컷뉴스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

▶처음부터 웹툰 작가가 꿈이었나?

= 원래 꿈은 축구선수였다. 정식 선수로 운동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땐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웹툰 작가들 풋살 모임에서 실력은 상위권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그런데 운동선수의 길이 쉽지는 않았다. 그 다음에는 모델이 하고 싶었다. 18살부터 대학생 시절까지 잠깐 패션 모델로 일하기도 했다. 그 다음은 커피 시장이 유행하던 때라 바리스타의 꿈도 꿨다. 제과제빵도 하고 싶었다. 부모님은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크게 반대하거나 강제하시진 않았지만 안타까워하셨을 거다.

조직 생활이 체질적으로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스무살때 서울 고시원에 살며 지내다 우울증에 빠진적이 있다. 다니던 대학도 자퇴하고 '히키코모리'처럼 은둔형으로 지냈는데, 아마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찾지 못했던 것 같다. 어느 날 우울한 감정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글에서 제 자신을 위로하는 강력한 경험을 접하면서 작가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소설가의 장벽이 워낙 높아 눈을 돌린 것이 당시 2016~2017년 큰 인기를 끈 웹툰 작가였다. 만화 지망생이 되기로 했다.
 

▶결국 10대, 20대들이 선망하는 웹툰 작가가 됐다. 꿈을 이뤘나?

= 누가 뭐라고 하던 무조건 해보고 후회하는 성격이다. 그 전에 가졌던 꿈들은 중도에 다 포기했다. 웹툰 작가 지망생은 4년을 했는데 포기하고 싶지 않더라. 죽기 전까지 만화를 최대한 많이 그리고 싶다. 임종 직전에 제자에게 그간의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싶다. 이런 것을 보면 꿈을 이뤄가고 있는 것 같다.


▶웹툰 작가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지만 일각에서는 웹툰 산업에 속한 부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 웹툰은 인터넷 놀이 문화에서 출발해 지금은 산업화 과정에 있다고 본다. 웹툰이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하면서 상업성에 포커싱이 맞춰지다보니 다양성이 많이 줄었다. 돈이 되는 작품을 뽑아야 하니까. 예전에는 정말 다양한 색채의 작가들과 작품들이 있었는데, 플랫폼 웹툰 상위권에는 대부분 수익성 높은 스토리 중심의 정형화 된 작품들이 많다. 독자들 말로 '양산형 웹툰' 시대에 접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반면에 웹툰 작가들이 과거보다 확실히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것 같다.


▶아쉬운 점을 더 꼽으라면?

= 웹툰 작가들은 에이전시에 속하거나 개인 독립 작가로 활동한다. 에이전시 소속은 협업이 많은 것 같은데, 작가들은 기본적으로 개개인이 작품 구상부터 작업, 일상, 경제적인 부분, 모든 비즈니스와 생활, 건강을 다 챙겨야 한다. 주간 연재 작품 마감하기도 바쁜데 언제 다 챙기나. 그런 면에서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사실 공모전에 떨어져도 피드백이 없다. 뭐가 부족한지, 무엇을 더 보완해야 할지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적어도 일본 만화 시장은 낙방 이유라도 설명해준다.

제가 2020년에 데뷔했으니, 이미 웹툰 산업이 폭풍 성장하고 있을 때다. 운이 좋아서인지 그때 '운수 오진 날'을 연재할 수 있도록 챙겨준 네이버웹툰 편집자님은 적어도 내 기억에 나를 많이 챙겨줬다. 특별한 경우일 것이다. 연재되고 있는 작품 외에는 따로 미팅을 잡기 어려운데 최근에도 시간을 할애해 줬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들을 위한 매니지먼트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정해진 업무에서만 만남이 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일상을 공유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그래서 마감과 스토리 구상에 쫓기는 웹툰 작가들의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는 것 같다. 풋살 모임은 그나마 웹툰 작가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웹툰 작가의 처우는 많이 개선 되고 있다고 보나?

= 웹툰은 하는 만큼 보상이 따라온다. 음악이나 다른 예술계통에 비해 자기 노력과 시간을 투입하면 그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다만 경력 단절처럼 휴재기간이나 공백기는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작가들이 자기 삶을 유지하는 경제관념이나 재테크 지식이 부족하다보니 안타까운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

데뷔를 위한 입문의 폭이 아직 좁다. 내 옆에 있는 사람과의 경쟁 시스템은 아니지만 플랫폼에 내 작품이 올라가야 하는 시스템이다보니 자기와의 싸움이 가장 큰 면도 있다. 갈수록 플랫폼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겠지만 각종 웹툰 아카데미 등 교육기관이 많이 늘어나고 있고, 각종 공모전 등 데뷔 경로도 다양해지고 있다. 공모전 순위 밖에 있더라도 좌절하지 않도록 가능성 있는 예비 작가들을 멘토링 하는 시스템이 보완됐으면 한다.


인기 웹툰 '운수 오진 날'의 아포리아 작가와 CBS노컷뉴스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

▶웹툰 산업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도입하려는 분위기가 있다.

= 저는 개인적으로 작품에 AI의 힘을 빌리고 싶지는 않다. 작가 고유의 아이덴티티(Identity)가 희석되는 느낌이다. 여전히 독자들의 반감도 있고 한 땀 한 땀 그리는 것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독자들도 여전히 많다. AI 도입은 기술 개발의 흐름상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생각한다. 노동 강도를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고 장점도 있다는 것을 제가 왜 모르겠나. 다른 동료들은 그런 관점에서 환영의 입장이지만 저는 예외다.

 만약 생성형 AI로 만들어낸다면 그건 작가가 아니라 웹툰 유통자라고 불러야 하지 않겠나. 총체적인 참여가 있는 것이 더 높은 가치를 부여받아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공을 들이는 것을 작품이라고 하는데 기계로 찍어내듯 만들어지면 작품의 정체성이 부족하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어느 순간에는 이러한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다. 수공업 작가는 일주일에 한 편 만들기도 힘든데 AI로 일주일에 10편, 100편을 찍어낸다면 그 땐 상당한 충돌이 있을 것이다.

아직 예단하긴 힘들지만 과연 창작자인 작가에게 AI는 비관적인가, 아니면 제3의 길이 있을까. 역사를 봐도 기술 개발과 인류가 공존하고 있는 것을 보면, 웹툰도 다른 방식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싶다.


▶웹툰 작가들을 만나보면 마음 편하게 살았던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지금도 데뷔를 위해 노력 중인 웹툰 작가 지망생들을 위해 한마디 해달라.

= 빠른 데뷔와 성공에 목매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목표기간을 길게 잡고 천천히 준비하되 열심히 하지 않았으면 한다. 짜내려고 하면 고통만 있지 좋은 결과물은 없다고 생각한다. '운수 오진 날'도 놀면서 준비한 작품이다.

작가가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지, 화면만 뚫어지게 보고 있다고 해서 좋은 것이 나오지 않는다. 몸을 움직여야 한다. 몸을 쓰면 호르몬이 분비되고 아이디어가 생성된다. 자기 스타일만의 삶을 살되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릴 때 좋은 아이디어가 발현된다.

작가 지망생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정해둬라. 나는 스무살부터 시작해 마흔살까지 해보겠다고, 해보고 안 되면 접겠다고 정했다. 자신에게 최대한 길게 시간을 줬으면 한다. 무엇보다 고통스럽지 않고 재미있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라. 그것이 그동안 내가 깨달은 웹툰 작가 생활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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