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아, 그냥 기권해!" 엄마의 오열에도 딸은 꿋꿋이 이겨냈다

안세영이 7일 항저우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환호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쓰러진 딸을 보고 어머니는 울어버렸다. "그만 기권하라"고까지 소리를 쳤지만 딸의 귀에 들릴 리가 없었다. 그러나 기적처럼 딸은 다시 일어섰고, 마침내 한국 배드민턴 역사에서 29년 만의 아시안게임 2관왕에 등극했다.

안세영(21·삼성생명)은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천위페이(중국)를 제압했다.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이 3위 천위페이를 세트 스코어 2 대 1(21-18 17-21 21-8)로 눌렀다.

지난 1일 단체전까지 이번 아시안게임 2개째 금메달이다. 안세영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29년 만에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2관왕에 등극했다.

쉽지 않은 승리였다. 당초 안세영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불의의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안세영은 1세트 18 대 16으로 앞선 가운데 오른 무릎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통증이 있던 부상 부위가 악화한 것. 메디컬 타임을 부른 안세영은 그래도 1세트를 3점 차로 따냈다.

다만 2세트 통증 때문인지 제대로 경기를 하지 못했다. 노련한 천위페이는 안세영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무릎 때문에 움직임이 둔해진 안세영은 잇따라 점수를 허용했다.

안세영은 그러나 다시 일어섰다. 3세트 통증에도 육탄 방어를 비롯한 신기에 가까운 수비를 펼치며 천위페이를 질리게 만들었다. 상대를 쓰러뜨렸다고 생각했던 안세영이 살아나자 천위페이는 사실상 경기를 포기했다.

안세영의 부모 안정현 씨(왼쪽), 이현희 씨가 7일 딸의 경기를 응원한 뒤 2관왕이 확정되자 기뻐하고 있다. 노컷뉴스


경기 후 안세영의 어머니 이현희 씨(48)는 남편 안정현 씨(54)와 함께 감격에 벅찬 표정이었다. 그러면서도 붉어진 눈시울에는 물기가 남아 있었다.

이 씨는 "사실 다쳐서 쓰러졌을 때 세영이한테 '그만 포기하라'고 소리를 쳤다"고 털어놨다. 안세영의 소속팀 삼성생명 관계자는 "그때는 부모님도 거의 주저 앉아서 응원을 못 하실 정도였다"고 귀띔했다.

이미 안세영은 지난 5일 8강전 뒤 "무릎이 좀 좋지 않다"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언급한 바 있다. 이 씨는 "세영이는 아프다고 표현을 잘 안 하는 편이라 본인이 그랬다고 하면 정말 아픈 것"이라고 걱정했다.

당초 이 씨는 8강전까지만 해도 "아빠가 운동 선수(복싱) 출신이라 그 정도 부상은 달고 사는 것이라고 얘기해줬고, 세영이도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어 "세영이 생각에는 부담되는 상태이긴 한데 그거에 맞춰서 잘 대비했을 것"이라고 신뢰를 보냈다. 그러나 정작 경기 중 실제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니 어머니의 마음이 그게 아니었다. 

불행 중 다행이었을까. 이 씨의 외침은 안세영에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경기 후 안세영도 이와 관련한 질문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어머니의 말이) 들렸어도 뛰었을 것"이라면서 "많이 아팠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뛰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 씨는 "관중 함성 때문에 내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것이고, 세영이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견한 표정을 지었다. 안 씨도 "사실 세영이가 치료를 받을 때 울컥했다"면서도 "이겨내서 자랑스럽다"고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부상까지 이겨낸 안세영의 값진 금메달이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