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포' 정지석 공백? '히포' 정한용 덕에 걱정 덜었다

대한항공 정한용. KOVO 제공

'하마'라고 불리는 대한항공 점보스 아웃사이드 히터 정한용(22·194cm)이 별명처럼 저돌적이고 힘차게 새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전 국제 대회 경험이 큰 힘이 됐다.

정한용은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와 홈 경기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됐다. 토종 에이스 정지석(28·195cm)이 허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자리를 메우게 된 것.

이날 정한용은 보란 듯이 다방면으로 활약하며 팀의 승리에 기여하며 주전 경쟁 전망도 밝혔다. 이날 경기는 세트 스코어 3 대 0 (27-25 25-22 25-23) 대한항공의 완승으로 종료됐다.

득점 후 기뻐하는 정한용. 한국배구연맹 제공

압권은 듀스까지 치러진 1세트 막판. 정한용이 현대캐피탈 외인 아흐메드 이크바이리의 공격을 2번이나 블로킹으로 차단한 장면이었다.

정한용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별 생각은 없었는데, 벤치에서 알려준 작전대로 블로킹을 뛰었을 뿐인데 공이 잘 왔다"고 소회를 풀었다.

KOVO 제공

프로 3년 차인 정한용의 첫 선발 경기.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깊었을 경기가 부담됐을 법도 한데 정한용은 공격과 수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정한용은 "데뷔하고 처음으로 스타팅으로 뛰었는데, 경기를 하면서도 긴장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어제까진 긴장이 안 되다가 당일이 되니까 떨리기 시작했다"며 "그래도 경기 중에 형들이 옆에서 조언을 많이 해줘서 3세트 정도부턴 긴장이 풀린 것 같다"고 돌이켰다.

리시브하는 정한용. KOVO 제공

정한용은 이날 경기에서 정지석만큼의 파괴력 있는 공격까진 아니더라도 안정적인 리시브 등 수비와 효율적인 공격을 선보였다. 정한용의 활약은 기록으로도 드러났다. 12점에 공격 성공률 76.92%로 준수한 활약을 했고, 리시브 효율도 39.13%를 기록했다.

비시즌 정한용은 한층 더 성장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뒤 바레인에서 열린 2023 아시아남자클럽선수권에 출전했다.

정한용은 "비시즌 때 국제 대회를 많이 나가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이어 "직접 느껴보니 요즘은 중동 쪽 선수들이 파워도 강하고 스피드고 빨라서 잘하는 것 같았다"며 "개인적으론 공격보다도 리시브를 받는 데에 집중해서 중점적으로 훈련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 선수들이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KOVO 제공

스타팅 멤버로 데뷔전을 치른 정한용은 앞으로 같은 포지션의 선배들과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대한항공 멤버 중 아웃사이드 히터는 총 5명. 정한용과 같은 포지션엔 정지석을 비롯해 곽승석, 이준, 에스페호 마크까지 쟁쟁한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대기 중이다.

그래도 정한용은 주전 경쟁에 대해 묻자, "(정)지석이 형이든, (곽)승석이 형이든 모두 제 경쟁 상대"라고 패기 넘치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형들의 컨디션이 안 좋을 때가 있으면 언제든 치고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당돌한 답변도 내놨다. 그러면서도 "항상 형들 뒤에서 잘 준비하겠다"며 "개인적인 목표는 작년보단 좀 더 많은 주전 경기를 뛰는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최초 통합 4회 우승'이라는 팀의 목표에 대해서도 "우승은 동기 부여가 많이 되는 편"이라며 "우승을 하면 팀에서도 도움을 주시기 때문에 우승을 더 많이 하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KOVO 제공

'하마'는 중학생 시절부터 불리던 별명이라고 한다. 정한용은 "하마 닮아서가 아니라 '하지 마요'라는 말을 많이 썼더니, 형들이 줄여서 '하마'라고 불렀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 별명은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까지 부를 정도로 팀 내에선 이미 널리 퍼졌다고 한다.

지난 시즌 34경기 출전했던 정한용. 이번 시즌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해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물론, 팀의 역사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얼마나 크게 기여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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