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 필립스 '발 디그' 화제…동물적 감각으로 네트 넘겼다

히잡을 쓰고 경기 중인 정관장 메가. 연합뉴스

올 시즌 프로배구에 새로 도입된 아시아쿼터 제도가 배구 팬들에게 수많은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건너온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의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185cm)는 V-리그 역사상 최초로 히잡을 쓰고 경기에 임하고 있고, 태국 출신 IBK기업은행 알토스 소속 폰푼 게드파르드(등록명 폰푼·170cm)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위파위 시통(등록명 위파위·174cm)도 뛰어난 실력으로 배구의 흥미를 더하고 있다.

KOVO 제공

이에 더해 필리핀에서 건너온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이하 페퍼) 미들블로커 엠제이 필립스(등록명 필립스·182cm)는 지난 주말 '진기명기'를 선보였다.

22일 펼쳐진 '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페퍼의 여자부 1라운드 맞대결. 3세트 스코어 17 대 16으로 페퍼가 앞서가던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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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위 공격을 진행한 흥국생명 김연경의 손을 떠난 공이 페퍼 코트 중간으로 애매하게 떨어졌다. 페퍼 이고은과 채선아가 연속으로 힘겹게 받아낸 공은 필립스의 발 쪽으로 향해 그대로 흥국생명의 점수로 인정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필립스 곧장 오른발을 뻗었고, 정확한 인사이드 킥으로 공에 스핀까지 넣어 흥국생명 쪽으로 공을 다시 넘겼다. 이어진 흥국생명의 공격을 페퍼가 블로킹으로 가로 막아버리며 페퍼가 한 점을 더 추가했다.

필립스의 동물적인 감각이 실점 위기에서 팀을 건져냈고, 오히려 득점까지 만들어 낸 것이다.

배구에서 발을 사용해 공을 넘기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반칙은 아니다. 1994년 개정된 배구 규정상 공을 받기 위해 몸의 어느 부분을 사용해도 문제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V-리그에서도 남자부 신영석, 한선수 등과 여자부에서도 이효희 등이 앞서 일명 '발 디그'를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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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출신으로 V-리그를 처음 경험하고 있는 필립스는 데뷔전부터 블로킹 3개를 포함해 11득점을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미국과 필리핀 혼혈로, 페퍼에 입단하기 전엔 미국 주니아타 칼리지를 졸업했고, 필리핀 리그에서 2년 연속 필리핀 리그 베스트7에 선정된 실력파 선수로 평가받던 선수다.

이번 시즌 페퍼의 세 경기에도 전부 출전했다. 총 12세트에 나서 30득점을 기록해 현재 이 부문 공동 11위에 올라있다. 공격 성공률은 48.94%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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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시간차공격과 이동공격에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고, 블로킹과 속공에선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페퍼 사령탑 트린지 감독은 필립스에 대해 "잘하고 있다"며 "공격은 물론 블로킹으로도 경기에서 큰 몫을 해준다"고 평가했다.

지난 2년간 21-22시즌에 3승 28패, 22-23시즌에 5승 31패로 두 시즌 연속 최하위였던 페퍼에서 필립스가 새로 거듭나고 있는 팀의 기대주 역할을 해낼지 주목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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