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자리서 '최고 활약' 흥국생명 레이나…김연경도 찬사

공격하는 레이나. KOVO 제공

익숙하지 않은 미들블로커 포지션에 섰지만, 가장 좋은 스탯을 남긴 흥국생명 아웃사이드 히터 레이나 도코쿠(등록명 레이나·177cm).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일본에서 건너온 레이나는 다른 아시아 쿼터 선수들에 비해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뜻밖의 기회를 잡아 감독의 눈에 들만한 활약을 펼쳤다.

레이나는 지난달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GS 칼텍스와 경기에서 팀의 승리에 일조했다. 흥국생명은 세트 스코어 3 대 0 완승을 거두며, 직전 경기에서 당한 쓰라린 리버스 스윕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났다.

레이나는 경기가 끝난 뒤 "상대 팀이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원정 경기여서 1세트부터 긴장을 많이 했다"고 느낀 점을 밝혔다. 이어 "지난 경기 이후 더 많은 연습을 했다"며 "좋은 결과로 경기를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소회를 풀었다.

24살인 레이나는 가나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9살 때 배구를 처음 시작했다. 지난해 핀란드 리그에서 활약하다 올해 한국으로 둥지를 옮겼지만, 다른 여자부 아시아 쿼터 선수들에 비해 출전 시간과 활약이 적었던 것은 사실이다.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정관장),  폰푼 게르파르드(등록명 폰푼·IBK기업은행), 위파위 시통(등록명 위파위·현대건설), 엠제이 필립스(등록명 필립스·페퍼) 등이 어느 정도 팀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가운데, 레이나는 그렇지 못했다.

레이나는 "아시아 쿼터로 시즌에 투입돼, 처음부터 코트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흥국생명은 전부터 김미연(177cm)이 같은 포지션인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서 활약하던 팀"이라고 털어놨다.

연합뉴스

그러나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사령탑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부상자가 많은 미들블로커 자리에서 레이나를 변칙 기용한 것이다.

레이나는 이날 총 8득점을 기록하며, 개막 이후 1경기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전위에서 6득점을 냈고, 블로킹으로 2득점을 더했다. 시즌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2세트 16 대 16으로 팽팽하게 대치한 상황에서 레이나는 오픈 공격을 GS 코트에 꽂으며 원정 팬들의 환호성을 자아내게 했다.

낯선 포지션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레이나는 우선 "미들블로커 자리에 들어가게 돼서 놀랐다"며 "이 포지션에서는 고등학교 때 3개월 정도 뛰어본 게 전부"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팀에 도움이 된 것 같다"며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

또 "처음부터 감독님께 요구받았던 점이 팀의 부족한 자리를 메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내는 것"이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아본단자 감독도 레이나의 변칙 기용이 미리 계획돼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현재 미들블로커가 두 명이나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여서 레이나를 그 포지션에 미리 준비를 시켰다"며 "오늘 경기에서 중요한 순간에서 활약했고, 경기에서 블로킹 2개, 공격 성공률도 75%에 달했다"고 칭찬했다.

또 "그 선수가 가진 모든 잠재력을 보여주기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레이나에 대한 더욱 큰 기대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부상으로 빠진 선수들이 돌아올 때까지, 레이나를 미들블로커에 기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계획도 밝혔다.

인터뷰 중인 레이나와 김연경. 이우섭 기자

'배구 여제' 김연경 역시 레이나가 점점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연경은 "워낙 공격력이 좋은 선수다. 특히 점프와 탄력이 좋아서 앞으로도 더욱더 좋은 공격을 보여줄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앞서서는 부상이 조금 있어서 팀에서 함께 훈련하는 시간이 적었는데, 앞으로는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레이나가 블로킹 득점을 냈을 당시, 기분이 좋아서 안기려 했는데 제 무게를 못 견디고 레이나가 넘어져 버려서 앞으론 안기면 안 될 것 같다"며 "큰일 날 뻔했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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