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조선에도 갭투자가 있었다?…시시콜콜한 조선부동산실록

조선은 '토지 불균형' 해소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득녘 제공
급진 개혁파의 혁명으로 개국한 조선은 철저히 성리학을 사대부의 나라였다. 비교적 평등한 사회구조를 가졌던 고려와 달리 조선은 유교적 지식계급인 사대부가 통치 권력의 중심이 되어 철저하게 신분제를 통해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 이념을 정착시켰다. 이 과정에서 사대부 관료 체제를 지원하는 경제시스템이 함께 발달하면서 개국 조선의 부동산 개혁은 무용지물이 되고 땅은 다시금 특권층의 전유물이 된다.

'시시콜콜 역사 시리즈'를 집필하고 있는 박영서 작가가 이번에는 조선의 부동산을 들여다 본다. 

국가의 흥망성쇠에는 늘 부동산 문제가 자리했다고 지적하는 저자는 고려의 멸망에는 권력가들의 토지 겸병의 폐해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고려말 권문세족의 부패가 하늘을 찌르자 전민변정도감을 통해 관료들에게 빼앗긴 토지를 양민들에게 돌려주고 노비에서 해방시켰지만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이후 권력의 중심에 선 이성계와 신진사대부가 손잡고 전제개혁을 단행한다.

소수 권문세족에 집중된 토지를 몰수하여 토지를 골고루 나눠준다는 계획이었지만, 관료의 급료를 토지로 분급하는 과전법 제도가 공고해지며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조선 개국 이후 결국 신진사대부가 권문세족을 대체하는 부동산 카르텔로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조선의 역사를 따라가며 조선의 부동산 개혁이 좌절된 이유를 추적해나간다. 속출하는 전세사기 피해, 부동산을 통한 부의 대물림과 탈세, 자본 계급 상승을 위한 부동산 테크로 시끄러운 오늘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책은 역사를 추적하지만 지루할 틈 없이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건국 신진사대부들은 모든 백성들에게 일정한 생업을 보장하고 안정적인 세수 확보를 위해 땅 독점을 막고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국유화를 단행하지만 개국 공신에 대한 보상적 특권으로 사유지를 제공하면 이 예외가 조선의 토지 개혁에 틈을 벌리며 불평등과 망국의 구렁으로 몰아 넣었는지 추적한다.

이어 오늘날의 위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당시 정치·행정·문화·경제 중심지인 한양에서 벌어지는 첨예한 부동산 갈등과 주택난,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으려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실랑이, 연암 박지원조차 자기 집을 마련하지 못해 환갑이 될 때까지 셋방살이를 전전해야 했던 조선의 부동산 산업 풍경이 소개 된다.

대한민국 역시 정부수립 이후 수차례 부동산 개혁을 시도해왔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왜일까? 저자는 조선의 실패로부터 대한민국이 부동산 망국으로 가지 않도록 반면교사를 일깨우며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한다.

박영서 지음 | 들녘 | 3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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