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할 것 같다 생각했는데…" 양희영, 스폰서 없는 모자 쓰고 우승

양희영. 연합뉴스
"과연 할 수 있을까 의심도 들었는데…."

양희영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5승을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하지만 CME 그룹 챔피언십에 나선 양희영의 모자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스폰서가 없었다. 2019년 2월 혼다 LPGA 타일랜드 우승이 마지막. 게다가 부상까지 겹치면서 스폰서를 구하지 못한 탓이다.

은퇴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하지만 양희영은 모자에 스마일 마크를 새기고 CME 그룹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3라운드에서 공동 선두로 올라섰고, 마지막 4라운드에서 하타오카 나사(일본)를 따돌리고, 무려 1729일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양희영은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부론 골프클럽 골드코스(파72·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 그룹 챔피언십에서 최종 27언더파 정상에 올랐다.

CME 그룹 챔피언십은 CME 포인트 상위 60명만 출전하는 대회다. 우승 상금은 200만 달러(약 26억원)으로 LPGA 투어 최대 규모다. 한국 선수로는 2019년 김세영, 2020년과 2021년 고진영에 이은 세 번째 우승이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 양희영은 긴장감과 부담감을 떨치기 힘들었다. 마지막 우승 후 여러 차례 우승 기회를 잡았지만, 마지막에 무너진 경험 때문이다. 최근 더 안니카 드리블 바이 게인브리지 앳 펠리컨에서도 3라운드까지 공동 2위를 달리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무너졌다.

양희영은 "최근 성적도 좋았고 마지막 그룹에서 여러 번 플레이했지만, 번번이 우승을 하지 못해 솔직히 많이 긴장됐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의심도 들었는데 우승을 하게 돼 너무 기쁘다"면서 "솔직히 너무 부담스러웠다.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번 우승 문앞에서 넘어져서 이 부담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일어나서 멘털 선생님, 가족과 통화했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플레이하자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양희영. 연합뉴스
출발이 좋지는 않았다. 3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13번 홀(파4) 이글로 단독 선두를 꿰찼다. 이후 17번 홀(파5)과 18번 홀(파3) 연속 버디로 3타 차 우승을 완성했다.

양희영은 "보기를 하고 순간 의심했다. '이렇게 오늘도'라는 마음의 소리가 있었지만,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 괜찮다고 다독였다. 계속 기회를 만들어서 차근차근 해나가자고 생각했다"면서 "(비결은) 기술도 기술이지만, 멘털을 꼽고 싶다. 아무래도 압박이 많은 상황이었는데 내가 어르고 달래지 못했다면 그 순간 무너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17번 홀 이글 상황은) 너무 재미있다. 그런 샷을 보면 정말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스코어 차가 가까워서 너무 기뻐하지 않고, 차분하게 경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양희영은 지난해 팔꿈치 부상으로 고생했다. 테니스 엘보였다. 은퇴 생각까지 했던 이유다.

양희영은 "특히 지난해 부상이 있으면서 금방 은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에 한 우승이라 더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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