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에 없는데 그만 하시죠" 폭소 만발한 KBO 골든 글러브 시상식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3 한국프로야구 KBO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건우(외야수), 양의지(포수), 허구연 KBO 총재, 손아섭(지명타자), 오지환(유격수), 뒷줄 왼쪽부터 노시환(3루수), 김혜성(2루수), 구자욱(외야수), 홍창기(외야수). 연합뉴스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골든 글러브' 시상식이 열린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 이날 시상식에서는 영광의 수상자들 못지 않게 현장 분위기를 띄운 재치 있는 입담 열전이 펼쳐졌다.

먼저 '해태 왕조'의 주역 김성한 전 KIA 감독과 고영민 롯데 코치의 만담이 좌중을 웃겼다. 이날 이들은 먼저 1루수 수상자로 LG의 오스틴 딘을 호명한 뒤 2루수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환상 케미'를 선보였다.

포문은 김 전 감독이 먼저 열었다. 김 전 감독은 "2루수 부문이 굉장히 경쟁이 심하다"고 운을 떼자 고 코치는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대본에 없는데 말하시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김 전 감독이 "(대본에 나온 대로만 하면) 재미 없지 않느냐"고 너스레를 떨자 고 코치는 "생방송인 걸 알고 있느냐"고 받아쳤다. 방송 시간이 정해진 만큼 빨리 진행을 해야 한다는 의미의 핀잔에 김 전 감독이 "프로야구 선수들은 생방송에 익숙해 있다"면서 "수상자 발표해주시죠"라고 은근슬쩍 넘어갔다. 이에 고 코치가 "수상자가 아니라 후보자 발표"라고 정정하면서 또 다시 폭소가 터졌다.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3 한국프로야구 KBO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김성한이 1루수 상을 수상한 LG 트윈스 오스틴을 대신해 홍창기에게 트로피를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담의 바통은 이순철 SBS 해설위원과 이범호 KIA 코치가 이어받았다. 유격수와 3루수 부문 수상자 발표자로 나선 둘은 김 전 감독과 고 코치 못지 않았다.

이 위원이 먼저 "3루수로 주로 뛰었던 이 코치도 유격수로 먼저 선수 생활을 하지 않았느냐"고 운을 뗐다. 이 코치는 "하지 않아야 할 포지션인 유격수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면 선수 생활을 더 오래 했을 텐데"라고 입맛을 다셨다.

이어 이 위원이 "나도 3루수와 외야수를 했는데 이와 관련한 질문 없어요?"라고 묻자 이 코치는 "대본에 없는 얘기를 하셔서"라고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후 이 코치는 "이 위원님이 해설을 하시면서 눈여겨본 유격수가 있느냐"고 묻자 이 위원은 "NC 김주원, KIA 박찬호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코치가 "KIA 선수를 언급해서 감사하다"고 하자 이 위원은 "KIA라서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치며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유격수 부문 수상자는 LG 오지환이었다. 29년 만에 LG의 통합 우승을 이끈 공로에 대한 인정을 받은 오지환은 아들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아버지에게 꽃다발을 전한 뒤 어린 아들이 시상대 아래로 돌아가면서 울음을 터뜨리면서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3 한국프로야구 KBO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외야수·지명 타자 부문 시상자로 나선 박용택(오른쪽), 이대호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시상자로 나선 박용택 KBS 해설위원과 방송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이대호도 입담에서 뒤지지 않았다. 박 위원은 이대호에게 "요즘 유튜버로 활약하면서 100만 뷰를 예사로 찍으며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선공을 날렸다. 이에 이대호는 "얼마 전에 방송에 나온 오지환에게 존경하는 선배를 물었더니 박용택 선배를 얘기할까 예상했는데 이대형을 답하더라. 어떻게 생갹하시느냐"고 반격하자 박 위원은 "후보 보시죠"라고 서둘러 분위기를 바꿨다.

박 위원은 이후 외야수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다시 웃음을 안겼다. NC 박건우를 박민우로 잘못 발표했다가 황급히 "박건우 선숩니다"고 정정했다. 그러나 박 위원은 지명 타자 수상자 발표 전 "지명 타자는 나이를 먹고 수비 포지션을 잃으면서 방망이 하나로 먹고 살아야 한다"면서 '까딱 하면 유니폼을 벗을 수 있는 상황인데 베테랑에게 박수를 보낸다"는 명언으로 팬들의 박수를 자아내며 실수를 만회했다.

이날 시상식의 대미는 NC 손아섭이 장식했다. KBO 리그 최초 8년 연속 150안타 기록과 함께 타율(3할3푼9리), 안타(187개) 1위에 오른 황금 장갑까지 거머쥐었다.

손아섭은 "(3루수 부문 수상자) 노시환이 너무 길게 했다"면서 핀잔을 준 뒤 "시즌을 준비하면서 절박한 마음으로 뒤가 없다 생각으로 했는데 결과 너무 좋았다. 내년에는 최고의 자리에서 이 자리에 참석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홈런(31개), 타점(101개) 1위에 오른 노시환은 "오늘 온 조카가 너무 예뻐서 남자 누구 만나는지 관리를 할 것"이라면서 "아무나 만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소감을 말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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