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는 16일(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공식 입단식에 참석했다.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오렌지색 넥타이을 매고 등번호 51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은 그는 "역사가 깊은 팀에서 뛰게 돼 영광"이라며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2017년 넥센(현 키움)의 1차 지명을 받고 KBO 리그에 데뷔한 이정후는 올 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 시스템(비공재 경쟁입찰)을 통해 빅 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KBO 리그 현역 최고의 타자로 명성을 떨친 그를 향한 MLB 구단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이정후는 KBO 리그 통산 7시즌 동안 884경기 타율 3할4푼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581득점 69도루 출루율 4할7리 장타율 4할9푼1리로 활약했다. 특히 지난해 KBO 리그 MVP(최우수 선수)와 타격 5관왕(타율·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을 거머쥐며 스타 반열에 올랐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영입하기 위해 계약 기간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약 1484억 원)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이는 추신수(SSG)가 2014년 텍사스와 맺은 7년 1억 3000만 달러 규모에 이어 한국인 역대 2위 자유계약선수(FA) 계약 규모다.
특히 이정후의 계약에는 4시즌을 뛴 뒤 FA가 될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이 추가돼 눈길을 끌었다. 이는 이정후보다 3년 먼저 빅 리그에 진출한 선배 김하성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지난달 20일 골드글러브 수상 기자회견에서 빅 리그 진출을 앞둔 이정후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그는 "MLB 계약에서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마이너리그 거부권보다 옵트아웃을 (계약 조항에) 넣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뛸 이정후는 김하성과 지구 우승을 놓고 다투게 됐다. 두 선수의 시즌 첫 맞대결은 내년 3월 29일부터 4월 1일까지 샌디에이고의 홈 구장인 펫코파크에서 열릴 4연전일 될 것으로 보인다.
김하성과 맞대결을 앞둔 이정후는 "(김)하성이 형은 한국에서 팀메이트로 뛰었고, 내게는 정신적 지주인 형이었다"면서 "한국에 있을 때부터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꿈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뛰었던 시즌을 뒤로하고 맞대결을 갖게 돼 신기하고 설렌다"고 덧붙였다.
이정후와 오타니의 맞대결에도 관심이 쏠린다. 오타니는 지난 10일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200억 원)의 역사상 최고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9월 발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그는 내년 시즌에는 투수로 서지 못하지만, 지명타자로 출전해 이정후와 흥미로운 타격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다저스 역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이기 때문에 두 선수는 최소 13번 맞붙게 된다. 이정후는 오타니와 맞대결에 대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짧은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