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집]'안세영·신유빈·韓 수영 황금 세대' 2023년 빛낸 스포츠 스타들

▶ 글 싣는 순서
①'안세영·신유빈·수영 황금 세대' 2023년 빛낸 韓 스포츠 스타들
②'손흥민처럼' 이강인도 10년 태극 마크 도장…프로축구는 울산 전성기
③29년 恨 풀어낸 LG, 세대교체 확인 韓 국가대표
④'아시안컵 우승·파리올림픽 도전' 2024년 스포츠 빅 이벤트는?
지난 10월 항저우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안세영이 중국의 천위페이에게 승리한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는 모습.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

2023년은 안세영(21·삼성생명)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배드민턴 단식의 새 역사를 화려하게 써내려간 데다 배드민턴 강국이라 해도 복식이 위주였던 한국에 세계적인 단식 스타의 탄생을 확실하게 알렸다.

지난 2021년만 해도 안세영은 도쿄올림픽 여자 단식 8강에서 떨어졌던 평범한 선수였다. 그러나 2022년 7월 천적 천위페이(중국)에 7전 8기 끝에 첫 승을 거두며 이룬 말레이시아 마스터스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세계 정상급 선수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더니 11월 호주 오픈 우승을 거두며 부쩍 자신감을 키웠다.

올해는 새 배드민턴 여왕의 탄생을 알렸다. 인도 오픈과 인도네시아 마스터스 정상에 오른 안세영은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영 오픈에서 전설 방수현 이후 무려 27년 만에 여자 단식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러더니 세계선수권대회(개인)에서는 한국 선수 최초의 단식 정상에 올랐다. 방수현 이후 27년 만의 세계 랭킹 1위 등극은 덤이었다.

화룡점정은 10월 항저우아시안게임이었다. 안세영은 여자 단체전은 물론 개인 단식까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29년 만에 한국 배드민턴 2관왕에 올랐다.

무엇보다 안세영은 항저우가 고향인 천위페이와 단식 결승에서 온 국민의 눈물을 자아낸 감동의 드라마를 썼다. 당초 안세영은 1세트를 가볍게 따내며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2세트 도중육탄 수비를 하면서 오른 무릎 부상을 당해 쓰러졌다. 눈물까지 쏟을 정도로 심한 통증이었다. 치료를 받은 안세영은 2세트를 뺏기며 금메달도 놓치는 듯했다.

하지만 안세영은 불굴의 투지로 이겨냈다. 3세트 부상이 믿기지 않을 만큼 경기력을 끌어올렸고, 이에 질린 천위페이가 지쳐 나가 떨어질 정도였다.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건 안세영은 기쁨의 눈물을 쏟아내며 한반도를 감동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이후 안세영은 오른 무릎 힘줄 파열 부상으로 40여 일을 재활해야 했을 정도니 고통의 크기를 짐작할 만했다. 안세영도 최근 배드민턴 국가대표 포상식에서 열린 인터뷰 당시 "올해 여러 일을 겪었지만 목표했던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그 코트에서 눈물을 흘렸던 장면을 (최고의 순간으로) 꼽고 싶다"고 말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 당시 안세영이 부상에도 몸을 던지는 투혼을 불사르며 경기하는 모습. 황진환 기자

특히 안세영은 어릴 때부터 국가대표가 돼 경험 부족으로 자주 지면서 천적으로 여겨지던 천위페이와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등을 압도했다. 천위페이와 야마구치는 이미 20대 중후반으로 들어서 전성기에 접어든 안세영의 활동량과 기술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대표팀 김학균 총감독은 "안세영이 전에는 힘들게 이들의 공격을 받아냈지만 이제는 본인이 어떻게 공격해야 할지 볼 줄 아는 눈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특유의 스피드에서 나오는 엄청난 커버력에 완급 조절 능력까지 갖춘 안세영이 당분간 세계 정상을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안세영은 부상 이후 4패를 당하는 등 걱정의 목소리도 들린다. 특히 시즌 왕중왕전인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파이널에서는 4강에서 타이쯔잉(대만)에 충격패를 안았다. 3세트 19 대 10, 20 대 16 리드에서 역전을 당해 결승행이 무산됐다. 안세영이 올해 10번의 국제 대회 우승으로 BWF 올해의 여자 선수상을 받았음에도 "올해는 후반기 부상 등으로 70점을 주고 싶다"고 박하게 평가한 이유다.

안세영은 그러나 조급해 하지 않고 내년 파리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안세영은 "올해 못 받은 30점은 내년에 채울 것이고,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다면 99점은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내년 전영 오픈 등 일정은 파리올림픽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유빈(오른쪽)-전지희가 항저우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

'삐약이' 신유빈(19·대한항공)의 활약도 빼어났다. 띠동갑 언니 전지희(미래에셋증권)와 함께 한국 탁구에 21년 만의 아시안게임 복식 금메달을 안겼다.

신유빈은 항저우 대회 여자 복식 결승에서 전지희와 함께 나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을 눌렀다. 2002년 부산 대회에서 남자 이철승(삼성생명 감독)-유승민(대한탁구협회장), 여자 석은미(현 여자 대표팀 코치)-이은실의 복식 이후 21년 만의 복식 금메달이다.

여기에 33년 만에 성사된 아시안게임 탁구 남북 결승 대진에서 승리해 의미를 더했다. 1990년 베이징 대회 남자 단체전 결승이 남북 대결이었는데 당시 유남규(한국거래소 감독), 김택수(탁구협회 부회장), 강희찬(대한항공 감독) 등이 나선 대표팀이 북한을 누른 바 있다.

당초 신유빈은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당시 한국 탁구 최연소 출전으로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단식 2회전에서 무려 41살이나 많은 중국 출신의 룩셈부르크 귀화 선수 니시아렌에 대역전승을 거두며 국내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해 전지희와 21년 만의 아시아선수권 복식 금메달을 합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유빈은 2021년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오른 손목 골절상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수술과 재활 등으로 2022년 국가대표 선발전도 나서지 못했다. 올림픽 다음으로 큰 메이저 대회로 꼽히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할 판이었다.

다만 행운이 따랐다.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되면서 신유빈에게 기회가 왔다.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발탁된 신유빈은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게 됐고, 새 역사까지 썼다. 여기에 신유빈은 단식과 여자 단체전, 혼합 복식 동메달까지 출전한 전 종목에서 메달을 따냈다.

신유빈은 그러나 가야 할 길이 멀다. 사실 항저우 대회 복식에서는 여자 단식 세계 1위 쑨잉사(중국)와 왕만위가 결승에 오르지 못한 행운이 따랐다. 2023 국제탁구연맹(ITTF) 개인전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 대회에서 신유빈-전지희는 중국 선수들을 넘지 못하고 있다.

내년에는 가장 큰 대회인 파리올림픽이 열린다. 신유빈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뒤 올림픽에 대해 "더 착실하게 준비하고, 후회없는 경기를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27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황선우가 금메달 확정 후 환호하고 있다.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
올해 한국 스포츠에서 '수영 황금 세대'를 빼놓을 수는 없다. '마린 보이' 박태환(34)이 전성기 때도 이루지 못한 한국 수영의 아시안게임 역대 최고의 성적을 썼기 때문이다.

항저우에서 한국 수영 경영은 역대 단일 대회 최다인 금메달 6개를 수확했다. 이전까지는 박태환이 자유형 3관왕에 올랐던 2010년 광저우 대회 금메달 4개가 최다였다.

여기에 은메달 6개, 동메달 10개까지 총 22개의 메달을 수확해 역대 단일 대회 최다 메달도 수립했다. 역시 박태환이 금과 동메달 3개씩에 은메달 1개를 따냈던 2006년 도하 대회 당시 16개가 이전까지 한국 수영 경영 최다 메달이었다.

일본은 항저우에서 금메달 5개, 은 10개, 동 15개로 수영 경영 종합 순위에서 한국에 밀려 3위에 자리했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수영 경영이 일본을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이 금메달 28개에 은 21개, 동 9개로 1위에 올랐다.

대표팀의 에이스는 황선우(20·강원도청)다. 항저우에서 황선우는 주종목인 남자 자유형 200m와 계영 800m 2관왕은 물론 은 2개, 동 2개 등 6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앞서 열린 후쿠오카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0m 동메달로 지난해 부다페스트 대회 은메달까지 2회 연속 메달로 세계 정상급 기량도 확인했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른 수영 남자 자유형 중장거리 간판 김우민.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

여기에 황선우의 소속팀 동료 김우민(22)이 3관왕에 오르며 더욱 힘을 보탰다. 자유형 400m, 800m와 계영 800m 금메달을 따내며 '제2의 박태환'으로 떠올랐다. 1500m에서도 은메달을 수확했다.

이밖에도 남자 자유형 50m 지유찬(21·대구광역시청)이 아시안게임 깜짝 금메달을 따냈다. 남자 접영 50m 백인철(23·부산시중구청)도 예상치 못한 금빛 질주를 펼쳤다. 박태환에만 의존했던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한국 수영이다.

한국 수영은 일단 내년 2월 카타르 도하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컨디션을 점검한다. 이후 7월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에서 황선우의 남자 자유형 200m, 김우민의 자유형 400m, 남자 계영 800m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개인 종목은 물론 남자 계영 800m도 항저우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달성한 만큼 메달 가능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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